여야의 무승부라고? 대한민국의 참패다!

부상 입은 오른팔이라도 칼 한번 휘둘러야겠다. 몸이 보내는 신호는 이런 글쓰기를 최소화하라는 메시지가 분명한데, 무개념 단세포들에게 일침을 놓는 사람은 많아도 칼을 크게 휘두르는 사람은 별로 안 보여서다.

이름은 거명하지 않겠다. 너무나 유명하고, 힘있고, 많은 정치인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세월호 및 지방선거 관련 성찰, 반성을 들으면서 나는 깊은 시름에 빠진다. 일찍이 세월호 참사 관련 성찰과 반성의 수준에 민족의 명운이 달려 있다고 썼기 때문에 시름이 더 깊다.

이들의 결론은 자본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신자유주의 반대, '노동' 가치 적극 수용, 비정규직과 저임금 해결(최저임금 대폭 인상, 생활임금 적용 등), 새정연의 정책적 좌클릭 등이다. 이런 결론의 대전제는 세월호 참사, 비정규직, 저임금 등 수많은 악덕은 "자본 효율성과 이익추구 극대화라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의 논리"가 비정규직, 저임금, 사회양극화를 초래하고, 급기야 세월호 참사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많이 들어본 얘기, 아주 익숙한 사고방식일 것이다. 물론 나는 이런 사고방식을 1980년대 운동권 대학생 수준이라고 단언한다. 당연히 나도 그 시절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 현상의 배후를 보게 된다. 증상의 뿌리를 파고 들어가게 된다. 문제의 하류뿐만 아니라, 중류와 상류를 보게 된다. 그런데 민주진보의 지도자연하면서 대한민국을 좌지우지 하겠다는, 나이는 50대이나 안목은 대학생이나 다름없는 정치인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게 잘 안되는 듯하다.

그래서 정말 답답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계속 똥볼, 자살골을 차다보면, 대학생 수준의 안목을 가지고도 당권과 국가권력을 잡아버릴 것 같아서다. 물론 그 뒤부터는 모든 선거마다 박살이 나고, 정당은 콩가루가 되고, 정권은 뇌사상태에 빠지고, 대한민국은 세월호처럼 가라앉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상만 보면, 아니 하류만 보면 시장(자본)의 폭력, 착취, 억압이 극심하다. 비정규직, 저임금, 임금 체불, 인격적 모욕, 사기가 횡행한다. 이 악덕들은 공공부문보다 민간부문이, 수출(비교우위)부문보다 내수(비교열위)부문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원청 '갑'보다 하청 '을'이, 재하청 '병'이 훨씬 심하다.


▲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베일을 벗겨 봐서 알았지만, 관피아와 그 주요 서식지인 해운조합, 한국선급, 언딘 등은 규제와 재정을 기반으로 너무나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관피아 중에서 개털이고, 공공부문 중에서 바닥이다. 공기관 족보에도 안 나오는 혼외 자식들이다. 범털 중에서 범털은 '안대희'류다. 잘나가는 공공부문은 물론 금융공기업일 것이다.

한국 경제는 가치사슬의 상위 내지 상류에서 힘있는 관과 자본과 노동이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은 파이를 잘라 잡수시고, 그들이 응당 져야 할 부담은 아래로, 사회로, 청년세대에게 전가하고 있다. 기회도 독과식하고 있다. 당연히 중류, 하류, 청년세대에서는 얼마 안되는 파이와 기회를 놓고 아귀다툼이 벌어진다. 위에서 전가하는 부담에 허덕인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상류, 중류, 하류 어디에 소속되느냐에 따라 교육, 시험 귀족, 평민, 천민으로 나뉜다. 문제는 천민 숫자가 너무 많고, 이것이 자신의 노력과 능력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세청 소득 통계를 보면, 2012년 근로소득 신고자 1577만명 중에서 연 1천만원 이하가 24%, 2천만원 이하가 48.8%였다. 아아!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공공부문에 대한 생활임금 확대적용으로 이를 개선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진보 참 쉽다. 이렇게 쉬운 양극화 해소 방안을 모르다니!!! 이게 몸만 늙고 생각은 대학생에 머문 사람들의 생각 아닌가?

한국 사회는 공공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쓰는 세금 소득자 혹은 '관' 이 좌지우지 하는 영역이 너무 크다. 그런데 늙은 대학생들은 현대판 양반을 공공성의 보루라고 생각하고 기꺼이 사수대가 되려고 한다. 또한 선진국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하는 업종이 한국에서는 독과점인 곳이 너무 많다. 설탕, 맥주, 은행, 자동차 등등 부지기수다. 자본에 대한 너무나 불합리하고 부당한 족쇄(통제)가 많다.

그런데 늙은 대학생들은 이런 시장구조를 모른다. 시장의 속살도 노동의 바닥현실도 모른다. '관'과 독과점 대기업과 극소수 수출 부문에만 똬리를 튼 조직률 10% 조직노동의 현주소도 모른다. 한국 노동운동이 얼마나 기형적인지 모르면서 노동강화, 노동가치 적극 수용을 떠들어 댄다. 이들이 주로 대변하는 노동은 상위 10%(코레일)거나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등 상위 20% 안에 드는 존재들이다.

늙은 대학생들에게 세상은 노동과 자본의 대립으로 굴러간다. 이들은 디테일도, 시스템적 사고도 약하고, 모든 것을 추상화 해버리기에 유병언과 이건희, 최저임금 떼먹는 편의점 사장과 골목상권 침투한 기업이 몽땅 동일한 자본이다. 이건희에게 자본의 모든 악덕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노동 역시 상위 10% 공공부문 조직노동과 비루하게 사는 편의점 알바생이 한 덩어리가 된다. 10% 조직노동이, 자신들과 악적 자본과 '관'에게 잉여와 기회를 다 빼기고 비루하게 사는 90% 미조직 노동의 대표 행세를 한다. 같은 노동이니까!!

늙은 대학생들은 진보는 노동 가치를, 보수는 자본 가치를 추구하며, 거의 모든 악덕은 자본 가치가 강해서 생겨난다는 금강석 같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세월호 참사든, 대구지하철이든, 용산 참사든, 요양원 화재든, 세 모녀 자살 사건이든 그 어떤 사건이 터져도 다 효율성과 이익추구를 극대화하는 신자유주의 때문이다(과거에는 자본주의 때문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든 진보가치 강화가 답이다. 중도는 회색이다. 좌클릭이 길이요 빛이요 생명이다.

조선 역사를 보면서 느꼈는데, 시도 때도 없이 진보, 노동, 좌클릭, 자본 통제를 외치는 친구들과 중화질서와 공맹의 도를 떠들어대는 조선의 선비가 너무나 닮았다. 조선 선비에게 중화가 있었다면, 늙은 대학생들에게는 유럽--그것도 50~70년대 유럽--이 있다. 조선 선비에게 '주자'의 가르침이 있었다면, (한때나마 '주사'에 현혹될 정도로 사상적 내공이 약한) 늙은 대학생들에게는 반신자유주의 담론이 있다. 조선의 선비들이 공자와 맹자의 합리적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껍데기만 탐닉했듯이, 이들 역시 유럽 사민주의의 합리적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르크스주의적 프레임만 탐닉한다. 1인당 gdp라는 잣대로, 혹은 자본 수익률이라는 잣대로 유럽 사회와 한국 사회를 한번 횡단종단 해 보라. 그러면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시장의 문제가 무엇이고, 노동의 문제가 무엇이고, 공공의 문제가 무엇인지, 진보의 문제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 '여'가 이겼다, '야'가 이겼다, '아니다 무승부다'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내가 볼 땐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의 참패, 국민의 대패다. 지방자치제도, 교육자치제도, 선거제도, 정당제도, 공천제도를 고쳐야 할 때에 아무것도 고치지 않고, 지자체장이 움켜쥘 젖과 꿀단지를 가지고 치열한 졸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정치도 공공서비스의 일종이고--가장 중요한 공공서비스다--, 선거는 공공서비스 공급자간의 경쟁이다. 지방선거는 국리민복(國利民福)과 특히 지리민복(地利民福)을 가장 잘 구현할 사람과 정당을 뽑는 것이다. 땅(지방)이 가진 비교우위 내지 특장점을 잘 개발할 자, 한마디로 지방을 잘 발전시킬 자를 뽑는 것이다. 모든 경쟁의 기본은 공급자의 이력과 그가 파는 제품(공공서비스)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선거 경쟁의 기본은 유권자에게 후보와 정당에 대해 잘 알게 하는 것이다. 또한 공급자들로 하여금 공공서비스 품질을 혼신의 힘을 다해 발전시키도록 적절한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지방선거 자체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후보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른다. 유력 정당과 광역단체장에 대해서는 좀 알지 몰라도 그 이하에 대해서는 너무 모른다. 정당과 광역단체장에 대해 좀 안다 해도, 이들의 지방발전의 비전과 정책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 소비자 내지 유권자 탓을 하기에는 유력 정당들이 주도적으로 만든 지방자치제도와 경쟁규칙과 선거전략이 너무 파렴치하고, 몰상식하다.

단적으로 선거일 3~4개월에 걸친 예비후보 기간에 명함 돌리기는 되는데, (명함 대신에) 왜 A4 한장 정도의 공보물은 안되나? 이 외에도 '돈은 묶고, 말은 푸는 규칙' 혹은 저비용으로 '알 권리와 말 할 권리를 증진시키는 규칙'은 많다. 2013년 5월8일자 중앙선관위의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은 선거의 기본 원칙에 충실한 소소한 제도 개선안이었지만, 지금의 두 '새' 당은 외면하였다.

주민의 최대의 관심사 중의 하나이자, 핵심 지방발전 전략이 될 수 있는 교육이, 정치적 중립이라는 미명하에 교원단체들과 교육 공급자들이 사실상 피선거권을 독점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개입과 협력이 지극히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돈(교육경비 보조금 등)은 대고, 교육에 개입은 하지 말라는 식이다. 필자가 과문해서인지 정치적 중립의 이름으로 교육을 따로 떼어내어 지방자치의 허리를 분질러 놓은 곳은 한국 말고 또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이보다 더한 몰상식도 있다. 누가, 언제, 무엇을 가르칠지를 교육감이나 지자체장도 어찌할 수 없도록 상위 교육법령에 촘촘하게 규정해 놓은 것이 그것이다. 이는 좌파 교육이나 종교 집단의 편향적 교육에 대한 공포와 공정 경쟁(귀족 교육, 특권 교육 방지)이라는 명분이 합쳐져서, 교육의 본령인 개인 맞춤형, 지역(지방) 맞춤형이 지극히 곤란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사회주의 통제 경제의 모순이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교육이다.

교장과 교사 자격 제도 역시 가장 배타적으로 운용되는 나라가 한국이다. 좋은 일자리는 학위, 학벌, 시험 사다리를 타지 않으면 못 얻게 만들어 놓고, 다시 말해 진보와 보수와 관료가 합작하여 살인적인 교육시험 경쟁 구조를 만들어 놓고 경쟁 교육을 때려잡는다고 난리다. 공교육을 규제로 칭칭 감아, 자율성이 숨쉴 구멍을 거의 틀어막아 놓고, 교육이 붕괴됐다, 공교육이 부실하다고 난리다.

현재의 지방자치제도는 주민의 핵심 관심사이자, 지방발전 수단인 교육과 그 못지않게 위력적인 공안(경찰, 검찰)과 중요 규제가 지자체의 영역이 아니다. 지방이 자율적으로 그 용처를 결정할 수 있는 지방세는 지자체 공무원의 노력, 능력과 연관성이 매우 적다. 지방 발전 전략 구현을 위해 쓸 수 있는 사람도 극히 제한되어 있다. 공무원 임용시험을 거쳐 확고부동한 신분보장,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연금까지 감안하면 최상위--, (전문성과 먼) 순환보직제도 속에서 움직이는 공무원과 함께 일해야 한다. 그나마 이들이 승진에 목을 매고 있기에, 선출직의 통제가 어느 정도 먹히는 것이다.

어쨌든 국고보조금과 4300개의 상위법령들은 중앙정부라는 원동기와 지자체라는 말단 바퀴를 연결하는 전달벨트 역할을 한다. 지자체장이 있으나 없으나, 아니 바보라도 대충은 돌아간다. 반면에 지자체장은 엄청난 이권이 왔다갔다하는 '땅(토지, 부동산)'을 관리하고 개발하는 일을 하기에 엄청난 이권을 주무를 수가 있다. 깨놓고 말해서 지방자치단체장은 (대통령과 달리) 대전차지뢰처럼 폭발력 강한 사무(교육, 치안, 중요 규제 등)는 할래야 할 수가 없고, 중앙정부(국세청)가 욕먹으면서 거둬들인 돈을 내려받아 선심을 쓸 일만 많다. 물론 배분할 수 있는 이권도 많다. 이권 배분 과정에서 흑심만 부리지 않으면, 또 겸손하고 부지런하기만 하면, 재선은 그리 어렵지 않다. 기업처럼 경영판단 잘못해서 망할 수가 없는 것이 지자체다. 책임 질 일은 대부분 대통령과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자체장이 되기만 하면 세상에서 이런 복도 없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이미지와 지명도만으 대통령이 되는 것만큼이나 국가적으로 심각한 위기다. 잔잔한 풀장에서 튜브타고 놀다가 곧바로 거친 바다에서 범선을 모는 격이라고나 할까?

한국의 지방자치제도는 염불(지방발전 비전, 전략)보다는 잿밥(이권과 인사권)에 관심이 쏠리게 만들어져 있다. 지방선거도 그렇다. 자리를 놓고 다툼은 치열하지만, 선거의 본령은 뒷전으로 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방선거판에서 염불을 날려버리는 것은 지방자치제도 못지않게, 선거/정당제도와 선거문화 탓이 크다. 지자체는 유력 정당과 그 과두적 지배자들인 유력 정치인의 식민지 내지 병참기지다. 이들은 지방발전의 비전과 전략을 가진 지방 정치인 내지 지방정치세력은 육성하지도 않고,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 두 유력정당이 사실상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지방에서 지방발전 비전, 전략을 놓고 생산적 경쟁을 일으킨다는 개념 자체가 실종되어 있다. 지방에 자치 입법권, 자치 재정권, 자치 조직/인사권과 교육, 공안 등을 더 주는 것이 오히려 재앙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방자치의 뇌와 심장에 해당하는, 지방 정치가 부실하고, 피폐하고, 부패해 있다.

위험한 장애물은 많지만, 지방자치가 갈 방향은 명확하다. 이런 경우 돌다리를 두드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무슨 특구(경제자유구역 등)처럼 일부 지역을 정해서 다양한 실험을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지방자치제도, 선거제도, 정당제도 등을 바꾸는 그 어떤 실험도 하려 하지 않았다. 오로지 이기는 전략에 몰두했고, 그 이기는 전략마저, 지방발전 비전, 전략이 아니라 정권 심판론(세월호 심판론)과 정권 기회/안정론(박근혜의 눈물)이었다.

정말 한국 정치와 교육만큼 위선이 판을 치는 곳도 없을 것이다. 위선 올림픽이 있다면 아마도 정치와 교육 분야는 단연 금메달을 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시장에서 파는 모든 제품은 시간이 가면 항시 공정을 개선하고, 품질을 개선한다. 그런데 한국의 선거판은 이게 아니다. 공공서비스를 생산하는 공정--선거제도와 정당제도 등--과 시장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어도 너무 없다. 6.4 지방선거에서 누가 당선되고 누가 낙선했는지는 알아도, 그로 인해 내 삶과 우리 지방의 발전 전략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니 제도 자체가 누가 되든 우리의 삶과 우리 지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자리와 이권과 더 큰 자리로 올라가는 발판(기회)을 잃어버린 소수 정치업자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충격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의 승리도, 야의 승리도, 여야 무승부도 아닌, 대한민국의 참패, 국민의 대패, 정치 시스템의 상실이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중도 강화 혹은 우클릭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바로 보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 리더십을 가지고 경쟁하자는 것이다.

이 해법 중에는 당연히 좌파적 해법도 있고, 우파적 해법도 있기 마련이다. 어떤 영역에 대해서는 국가의 개입, 통제를 확대 강화하고, 어떤 영역에 대해서는 개인의 창의와 열정이 분출하도록, 또 자본운동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국가가 손을 떼거나 규제를 합리화하자는 것이다. 이건 일종의 오케스트라 지휘와 같은 것이다.

한국은 금융, 교육, 지방자치, 부동산(토지), 보건의료, 선거법 등 수많은 영역에서 세계에서 가장 촘촘하고 강한 규제를 가진 나라다. 그 규제들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관피아가 창궐하는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늙은 대학생과 의장님들은 (유럽 좌파가 입력한대로) 자본에 대한 통제 강화를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진군의 북소리에 맞춰 전진 또 전진하는 구국의 강철대오가 있으면 문제가 해결되는 나라인지 모른다. 국민들은 시장, 국가, 사회로 구성된 거대한 오케스트라 지휘를 열망하는데, 늙은 대학생들은 '자본에 대한 통제 강화, 노동 가치 확대 강화' 같은 진군의 북소리만 들려주려고 하니!!! .

현재의 선거/정당제도와 지방자치제도로는, 풀 곳은 풀고, 묶을 것은 묶고, 개입할 곳은 확실히 개입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적 리더십을 형성할 수 없다. 정치가 꾸준함과 디테일에서 딸리고, 큰 그림에서조차 딸려서 한반도의 600년 주인인 '관'을 제대로 지휘, 통제할 수가 없다. 한국인과 시장 시스템이 가진 위대한 잠재력을 제대로 살릴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마구 설쳐대는 자본이 문제가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을 틀어쥐고 있는 '관'이 문제다. 결정적으로는 이를 지휘하고 제도를 만드는 '정치'가 진짜 문제다. 정치가 바로 서면, '관'을 바로 세울 수 있고, '관'을 바로 세우면 자본의 (합리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이게 늙은 대학생들과 나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다.

내 얘기는 정치의 생산적 경쟁체제를 만들어, 누가 이기든 대한민국이 이기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으로는 누가 이기든 대한민국이 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 며칠간 진보 동네서 벌이는 선거평가 토론회를 방청하면서 느겼는데, 진보는 모든 것에 앞서서 도대체 진보가 뭔지, 정의가 뭔지, 공공이 뭔지, 국가가 뭔지, 민주주의가 뭔지, 자본과 노동이이 뭔지, 양극화의 원인이 뭔지를 치열하게 묻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의 역사를 보면서, 우리 의장님과 늙은 대학생들을 보면서 낡은 이데올로기의 패악을 절감한다. 아니 소름이 끼친다.

6.4 지방선거 소감을 이번주 화요일(4.17) 저녁 '6.4 지방선거 대관소찰'에서 일부나마 피력해 볼까 한다. 부상당한 팔을 또 혹사해야 할까 보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김대호 itspolitics@naver.com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