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도대체 젊은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통일이 되면 당연히 지금의 젊은이들이 주도적 역할을 할 텐데 그들은 이 사실을 알고는 있을 걸까. 통일에 대한 국민 의식 설문조사니 여론조사니 나오는 걸 보면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세대가 젊은이들로 나오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통일에 왜 부정적인지, 그렇지 않다면 통일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솔직하게 나누고 듣는 건 꼭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결국 통일코리아를 만들어가고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솔직 토크’는 바로 그런 장이다. 앞으로 다양한 젊은이들을 만나 그들이 쏟아놓는 통일 이야기(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를 싱싱한 그대로 지면에 옮겨다 놓으려 한다. 통일은 멀리서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시작하는 것이므로.

솔직 토크를 용감한 청년들이 모였다. 언론고시 준비생인 변상근(29세), 박혜진(25세), 최형욱(28세), 이태희(28세), 강은숙(27세)씨. 변상근씨는 날카로운 비판적 시각을 가진 기자 지망생이다. 박혜진씨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최형욱, 이태희, 강은숙 씨는 아나운서를 준비하고 있는 꿈 많은 청년들이다. 자, 그럼 토크를 시작해 볼까나.

▲ 청년들이 통일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거침없이 피력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사회: ‘쪽박’ 신세인 청년들로써 ‘대박’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했는데 공감하나?
변상근: “통일이라는 용어 자체가 굉장히 크게 다가오는데 그것을 대박이라는 용어로 표현한 것은 굉장히 경제적인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생각한다. 통일이 크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부터 북한과 굉장히 사이도 좋지 않았고 지난해까지도 마찬가지였지 않나. 그런데 신년 들어와서 갑자기 ‘통일은 대박’이라고 하는 걸 보면서 주목은 많이 받겠지만 쇼맨십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 총리가 KBS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것을 봤는데 독일 같은 경우 통일되기 전에 수많은 소통과 대화가 있었다고 한다. 독일 사례에 공감을 하는 것은 남한이나 북한의 경우 민족은 같지만 체제는 다르다. 그리고 60년 넘게 분단되어 있는데 갑자기 통일을 하려고 하면 급작스럽게 한 체제가 다른 체제를 흡수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고 그러면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발언을 해야 하는데 무작정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로 약간 경제적인 효과만을 바라보는 말을 하는 것은 과연 적절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

▲ 강은숙 씨 ⓒ유코리아뉴스

강은숙: “대박이라는 것은 평생 한번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 이산가족들도 있는데 그분들에겐 큰 사건으로 다가올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만큼 통일은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대박이라는 말 자체가 꼭 경제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대박은 누군가에게는 평생 이룰 수 없는 꿈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이기도 하니까 대박이라는 말 자체를 꼭 나쁘게 만 볼 수 없는 것 같다.

"멀게 봤을 때는 대박이겠지만 세금을 내야 하고 그러면 월급에서 가져갈 텐데 그 대박이 우리 세대에 효과를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최형욱: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에 대해 크게 뜻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데 신년 기자회견 발언에서 통일을 강조하는 걸 보면서 ‘통일을 바라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을 보면 ‘단계별로 어떻게 통일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예상할 수 있었는데 지금같이 아무 계획도 없이 통일은 대박일 것이라고 말을 하면 정서적으로는 가까워지거나 희망찰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보여지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그 말을 듣고 그냥 또 하나의 ‘보여주기식’이겠구나 생각했다. 통일은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가 함께 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그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통일 대박론을 통해 국민들이 통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 이태희 씨 ⓒ유코리아뉴스

이태희: “지금 20대들에게 통일이 대박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대박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일단은 멀게 봤을 때는 대박이겠지만 우리는 통일세 등 세금을 내야 하고 그러면 우리 월급에서 가져갈 것인데 그 대박이 우리세대에 효과를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 우리 다다음 세대나 지금 막 태어나는 세대에나 영향이 있지 않을까.”

박혜진: “이전에 이명박 정부 때는 남북한 관계가 완전 단절되다시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남북관계는 계속 단절상태였다. 하지만 신년 기자회견에서 했던 통일은 대박이라는 발언은 그래도 조금은 희망을 가지게 하는 것 같다.

-사회: 그렇다면 통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최형욱: “통일은 꼭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꼭 필요한 것은 한민족이었다는 정서적인 면도 있겠고, 동북아 평화에 대한 부분, 경제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현실을 봤을 때는 이것이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북한정권의 3대 세습이나 장성택 처형과 같은 반인륜적인 상황을 보면서 단순히 우리가 경제적인 교류나 문화적인 교류로 해결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은숙: “저도 동의하는 게 특히 인권문제에 있어서 북한 쪽이 많이 뒤처진 모습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라오스에서 탈북 청소년들이 강제 북송되기도 하고 장성택 처형이나 이런 반인륜적인 문제들이 통일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가장 시급한 것은 북한에서 인권을 향상시켰을 때에 통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측면도 복지 부분의 경우 북한에 많이 쏟아 부어야 하니까 어려울 것 같다.”

▲ 변상근 씨

변상근: “통일 문제는 차근차근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지금 체제가 조금씩 바뀐다고 들었다. 지금 실제로 나진․선봉 지역 같은 경우는 철도도 개방한다고 들었다. 이런 식으로 변화를 한다고 하면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사회: 만약 내일 당장 통일이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

강은숙: “저는 저의 집을 지키고 싶을 것 같다. 북한 사람들은 남한으로 막 내려오고 싶지 않을까. 세습 왕조가 계속되면 그것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가장 문제일 것 같다.”

이태희: “통일이 된다는 것은 서로를 인정한다는 것이고 두 국가가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굳이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지금 존재하는 긴장감인데 이 긴장감 때문에 통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긴장감이 사라져서 평양에 여행을 가도 괜찮을 정도로 서로 평화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긴장 관계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우리가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중국 갈 때 항상 비행기 타고 가야 하고 시베리아 횡단열차도 말로만 듣지만 긴장감이 지속하고 있는 한 절대 이루어질 수가 없다. 정주영 회장이 소를 끌고 올라가도 안 되는 것이 바로 긴장감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대륙 횡단 꿈을 꾼다고 해도 긴장이 있는 한 현실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통일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벌써부터 통일이라는 문제로 모든 것을 해소하려고 하면 특히 다음 세대가 피해가 많을 것이다. 일단 판문점을 자유롭게 넘나 들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고 나서 통일 문제를 다루어야 할 것 같다.”

-사회: 취업 준비생들에게 통일은 너무 먼 얘기이지 않을까. ‘통일이 대박’이라면 ‘나’한테도 직접적인 혜택이 있어야 하는 건데 왜 그렇게 통일이 먼 얘기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하나?

강은숙: “사실 통일이 멀게 느껴졌었는데 인권 문제를 자꾸 접하면서 통일에 대한 소망이 생겼다. 어린아이들이 북송될 때 이런 친구들을 보호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통일에 대해 더 생각할 수 있었다. 미디어가 중요한 것이 이런 문제를 자꾸 다뤄주고 객관적으로 보도하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청중들에게 제시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 고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사실 먼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삶에 평화가 있어야 하는데 분단이라는 이유로 항상 삶에서 평화를 위협당하고 있다고 느낀다. 특히 북한의 핵발전소가 너무 노후해서 폭발 위험에 있는데 그것은 히로시마의 100배, 체르노빌의 10배 가까이 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중국, 남한, 일본까지 영향이 크다고 하는데 그런 뉴스를 볼 때 우리 평화가 위협받는다고 느끼고 통일이 되면 그런 위협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이태희: “언론을 공부해보면 통일 문제는 색깔을 입히기 굉장히 쉬운 이슈라고 본다. 정치적으로 빨갱이라고 색깔을 입히면 끝나는 것이다.”

변상근: “군대 문화가 사회 곳곳에 많이 남아 있다. 그것도 결국 분단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통일이 되면 징병제가 없어지고 그런 좋지 않은 문화가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

▲ 최형욱 씨 ⓒ유코리아뉴스

최형욱: “사실 청년들에게는 취업과 같이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통일에 신경 쓸 마음의 여유가 없다. 교육에 통일과목을 만들어 넣어서 보다 학생들이 고민해 볼 시간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사회: 탈북자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본 적이 있는가? 어떻던가?

박혜진: “탈북자 친구와 같이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친구를 통해서 북한의 실상이나 탈북자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 당시 탈북자 한 명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 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가 매우 불안해하더라. 혹시 북한으로 돌아간 사람이 자신에 대해 북한 정부에 얘기를 할까봐 말이다.”

이태희: “아는 탈북자 형이 있다. 그 형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눈빛이 매섭다. ‘엄청난 의지와 정신력이 있어야 탈북을 할 수 있겠구나’ 짐작했다.”

강은숙: “저는 대체로 매체를 통해서 북한을 접했다. 모 프로그램에서 탈북자들이 나와서 얘기하는 토크쇼를 봤는데 ‘남자 친구가 바람을 펴서 싸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연애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저 사람들도 우리처럼 연애라는 것을 하는구나 알게 되었다.”

이태희: “사실 북한 주민들이 매일 탄압받고 힘들게만 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의외로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변상근: “이전에 매체를 통해 가졌던 북한 주민들은 지도자 앞에서 울거나 군복무하고 있는 그런 딱딱한 이미지였는데 2012년도에 탈북자 친구를 만났었는데 술도 잘 마시고 정말 잘 놀고 명랑하더라.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구나’ 생각했다. 남한에 와서 금방 적응도 잘하고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 박요셉 제이협동조합 대표 ⓒ유코리아뉴스

-사회: ‘남남북녀’가 무슨 뜻인 줄 아나? 혹시 북한 출신 이성과 사귀어보거나 결혼할 생각은?
강은숙: “좋아서 만난 적이 있는데 상관없을 것 같다.”

이태희: “나도 문제없을 것 같다.”

최형욱: “아무래도 탈북자들은 한국 문화 잘 모르고 사기도 당할 위험이 있지 않나. 나는 별로 만나고 싶지 않다. 대화를 하면서 한국어를 쓰는 외국인을 만나는 느낌일 것 같다.”

-사회: “평소 북한 출신 이성에 대해 호감을 가졌었나?”

변상근: “그렇다. 그 친구가 예쁘기도 했고(웃음). 사실 나는 별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못 느꼈다.”

최형욱: “잡혀간다거나 문득 ‘얘는 다른 사람이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 있을 것 같다.”

▲ 박혜진 씨 ⓒ유코리아뉴스

박혜진: “사람이 괜찮으면 상관없다. 그리고 그들은 큰 역경을 겪었기 때문에 또래의 친구들 보다 더 성숙할 것 같다.”

-사회: 남북한이 통일되려면 가장 선행되어야 할 일은 뭘까?

강은숙: “자유로운 소통이 필요하다. 같이 전화, 연락도 하면서 친밀감을 쌓아야 한다.”

이태희: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지 않는 한 힘들 것 같다. 다른 노력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최형욱: “20～30년 더 있어야 통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변상근: “언론에서는 너무 안보 이슈에 매달려서 괴리감이 드는데 일단 민간교류를 통해서 실제 북한 주민과 교류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통일은 금방 올 것 같지 않다.”

박혜진: “나도 북한학 수업을 듣고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다양한 계기를 통해서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통일과 관련한 개인적인 꿈을 얘기한다면?

▲ 김태희 씨 ⓒ유코리아뉴스

강은숙: “이산가족 상봉 프로그램의 이금희 아나운서처럼 통일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에 대해 무릎을 꿇고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이태희: “북한과 통일에 관해 잘 모르는 친구들에게 그런 것을 잘 알려주는 소통의 매개체가 되겠다.”

최형욱: “통일이 되면 문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너무 다른 문화를 충격 받지 않게 말이다.”

변상근: “통일이 되어 횡단 열차를 타보고 싶다. 기자로서는 문화차이가 있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 인터뷰를 통해서 문화차이를 도울 수 있는 기사를 쓰겠다.”

박혜진: “한국어 교육 공부를 하고 있는데 통일이 되면 북한에 가서 우리말을 가르쳐 주고 싶다.”

에필로그: 이날 홍대 한 카페에서 이루어진 통일 대담은 뜨거웠다. 평소 ‘통일’과 ‘북한’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없었을 뿐, 대담에 응해준 친구들은 통일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누구의 생각이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평화로운 통일을 위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해야 하는 데는 모두 공감했다. 이렇게 통일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우리안의 작은 통일’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다음번 통일토크도 기대하시라.

진행 및 글/ 박요셉(제이협동조합 대표), 김태희(통일을 준비하는 예비 아나운서)

박요셉, 김태희  genesis45v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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