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급여 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제공해야 하는 이유

독거노인 A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서 매달 생계급여로 38만8천원과 기초노령연금으로 약 10만원을 받고 있다. 이번에 통과한 기초연금법에 따르면, A씨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 7월부터 A씨는 새로 도입되는 기초연금과 기존의 생계급여를 합한 58만8천원의 혜택을 받게 될까? 아니다.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계산되어, 기초연금액만큼 생계급여가 깎이기 때문이다. 즉, A씨가 기초연금으로 20만원을 받는다면 생계급여는 20만원이 차감된 28만8천원으로 줄어들어 여전히 48만8천원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 처한 노인의 수는 현재 약 40만 명에 이른다. 이에 기초생활보장급여(이하, 기초급여) 수급 노인에게도 기초급여와 상관없이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시민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외국의 일반적 경향, 중복수급 불가, 예산부족 등을 내세우며 이러한 주장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말 시민사회의 주장이 타당성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부의 반박이 빈약하고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너무 높은 노인빈곤율과 너무 미흡한 해결책들
기초급여 수급 노인이 기초연금을 동시에 받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노인빈곤 상태가 너무 극단적이라는 점과 이에 대한 해결책이 너무 미흡하다는 점으로부터 타당성을 얻는다. 최근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8.6%로 OECD 평균인 12.4%의 4배에 달하고 있다(2011년 기준). 보다 큰 문제는 OECD 평균은 2007년 이후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반면, 우리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노인빈곤의 해결책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초급여 수급 노인의 기초연금 동시 지급은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인빈곤 해소를 위해 주로 사용되는 노후소득 보장 정책으로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노령연금, 그리고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이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이 제도들은 모두 미흡함을 보이고 있다. 우선, 수급률이 너무 낮다. 2012년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중에 공적연금을 수급하는 노인은 35.1%에 지나지 않는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초급여는 겨우 6.3%만이 혜택을 보고 있다. 극단적인 노인빈곤율과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한 수치들이다.

그나마 기초노령연금은 같은 해 65.8%의 노인들이 수령했다. 하지만 기초노령연금은 두 번째의 측면인 급여액의 너무 작다는 문제를 보여 준다. 2012년의 기초노령연금의 완전수령액은 1인 기준 94,600원이었고, 소득인정액에 따라 8만원에서 2만원 사이로 차등 지급되었다. 그 결과 평균급여액이 86,471원에 그쳤다. 수급액이 낮기는 기초급여도 마찬가지이다. 2012년 최저생계비는 1인기준 553,354원으로 유럽 나라들의 5-60%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의 주관적 최저생계비인 83만4천원(2012년 기준)과 비교하더라도 인간적인 노후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그나마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들은 삶이 좀 더 나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이들이 받는 평균연금액도 22만9333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유럽 선진국들도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 등은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소득인정액으로 계산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민사회의 주장을 반박한다. 하지만 유럽 선진국들은 노인빈곤율이 낮고 노인빈곤 해소를 위한 적절한 제도들이 충분히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제도 운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기반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제도를 선진국과 동일하게 운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부는 밑과 속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단지 외형적으로만 동일하게 하려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기초수급 노인의 기초연금 제외는 소득불평등 초래
정부는 외국의 예와 더불어 소득역전 현상 등을 내세워 기초연금과 기초급여의 중복 수급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핑계일 뿐이다. 오히려 이는 기초급여 수급 노인들에게 비형평성, 특히 다른 노인들과의 소득격차를 강요하는 모순을 갖고 있다. 우선, 소득불평등은 기초급여 수급 노인과 차상위 노인 사이에서 발생한다.

차상위 노인들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은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수급한다. 이렇게 되면 차상위 노인은 기존 소득보다 10만원(기초연금에서 이미 지급되고 있던 기초노령연금액을 뺀 수치)이 더 늘게 된다. 반면, 앞의 예가 보여주듯이 기존의 기초급여 수급 노인은 소득에 변화가 없다. 결국, 기초연금의 도입은 현재의 기초급여 수급 노인과 차상위 노인 사이에 10만원의 소득불평등을 만들게 된다.

또 하나의 소득불평등은 기초급여 수급 노인과 소득상위 30% 사이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기초노령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64.7%인 404만5000명에게만 제공되었다. 이러한 수급율의 저조현상은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은닉재산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노인들이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하지 않거나 거주지가 불명확한 노인들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경우는 기초급여를 받는 노인들이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하지 않았거나 차상위 노인이 의료급여를 유지하기 위해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초노령연금은 수급권자가 수급 신청을 해야 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초급여 수급 노인들은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등의 크기를 고려하여 기초노령연금의 신청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미수급의 문제를 기초노령연금의 수급기준을 상향시킴으로써 해결했다는 점이다. 작년, 수급 가능한 노인은 총 479만4,500명으로 65세 이상 노인 전체의 76.7%에 해당한다. 즉 소득수준이 70% 초과 76.7% 이하의 노인들도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제도의 이러한 변칙운용은 예산은 소득하위 70%에 맞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최하위층의 일부인 기초급여 수급 노인은 배제시키고, 소득 상위층에게는 덤으로 더 주는 비합리적인 행태이다.

그 결과, 기초급여 수급 노인과 소득상위 71-76.7% 사이에 기초노령연금만큼의 소득불평등이 생긴 것이다. 정부는 새로 도입되는 기초연금도 동일한 방식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소득불평등이 눈앞에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가겠다는 말이다.

예산부족은 핑계일 뿐이다
바로 이 지점이 기초연금 재정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부분이다. 정부의 반대논리 중 핵심은 예산부족이다. 그러나 이는 거짓 주장일 뿐이다. 정부는 기초연금에 배정된 예산을 이미 준비해 두었다.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노인 수에 맞게 5조2천억원이란 예산이 중앙정부의 재정으로 확보되어 있다(만약, 소득하위 70%에 맞는 예산을 실질적으로 배정하지 않았다면 이는 위법이다). 국민연금 수급액이 30만원 이하인 가입자(11만 7000여명)에게 2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234억원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다, 전체재정의 약 25%는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정부는 기초연금도 미지급 예산을 기초연금의 수급기준을 올려서(소득하위 70%  소득하위 76-77%) 처리하려 한다. 이러한 편법을 사용하기보다는, 미수급으로 남는 예산을 기초급여 수급 노인에게 제공하면 예산부족의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물론 기초연금의 대상자를 늘리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기초연금법 제정 당시 재정부족의 문제로 말미암아 70%에게만 주기로 해놓고서 이를 76-7%에게 주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이미 책정된 예산은 소득상위 29-22%에게 주어지기보다는 너무 낮게 책정된 기초급여로 근근이 연명하는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사실, 예산의 문제는 기초연금과 관련되기보다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더 연관이 깊다. 첫째, 기초연금을 받고도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노인들은 기초급여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게 되면 그만큼 뺀 금액, 즉 10만원을 기초급여로 더 지급해야 한다. 둘째, 기초연금을 받았기 때문에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를 넘긴 노인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기초연금이 소득인정액에서 사라지게 되면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로 떨어지게 되고 따라서 기초급여의 수급자가 된다. 이때도 기초급여를 위해 최대 10만원이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는 기존의 차상위에 속했던 노인들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틀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으므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긍정적 효과가 더불어 나타난다. 위 두 가지 경우에 소요될 예산은 그리 크지 않으며, 결코 전체적인 추가예산이 정부의 주장처럼 8천억원에 이르지 않는다.

기초연금액을 소득인정액 산정에서 제외하라
현재 정부가 제기하는 반론의 핵심 중 하나는 소득역전 현상이다. 기초급여 수급 노인이 기초연금과 기초급여를 동시에 받는다면, 차상위 노인과 기초급여 수급 노인간에 소득역전 현상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으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해결은 아주 간단하다. 기초연금액을 기초생활보장법 상의 소득인정액 목록에서 제외하면 그만이다. 소득이 소득하위 70%에 미치지 못하면 모두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초급여 수급노인과 차상위 노인은 모두가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따라서 기초연금으로 인한 소득역전현상은 생기지 않는다. 이 조치 하나로 극빈노인의 소외 없이 소득하위 70%의 노인 모두에게 제대로 기초연금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비수급 빈곤층의 문제는 별도의 정책으로 해결해야
기초연금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비수급 빈곤노인, 즉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이면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이나 너무 높은 재산환산액 때문에 기초급여를 받지 못하는 노인들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오히려 기초연금은 비수급 빈곤층에게도 동일하게 제공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초급여 수급 노인층과 비수급 빈곤층 사이에는 형평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비수급 빈곤층의 존재를 빌미 삼아 반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논리적 비약일 뿐이다.

사실, 비수급 빈곤노인의 문제는 부양의무자 기준이나 재산환산액 기준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들을 고치지 않는 한 다른 어떠한 조치들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은 누군가는 그리고 언제부터인가는 개선의 노력을 해야 하고, 그로부터 점진적 해결이 가능하다. 현실에서 분명하게 48.6%의 무지막지한 노인빈곤률이 문제라면 일단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이다.

이 의무는 비수급 빈곤노인의 해결과 기초급여 수급 노인의 기초연금의 동시 수급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함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초급여 수급 노인을 위해 기초연금도 보장하고 비수급 빈곤노인을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과 재산환산 기준도 완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정책의 궁극적 목적인 노인빈곤 해소가 그나마 실타래를 풀 수 있게 된다.

기초급여 수급 노인의 기초연금 수령은 원리와 가치에서 정당하다
정부와 일부의 논객들은 ‘퍼주기’ 논리를 펼친다. 하지만 기초급여 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제공하는 것은 단순히 인류애에 기초해 자선을 베풀자는 요구가 아니다. 인간이 본래적으로 갖는 본성에 충실하자는 최소한의 요구이다. 이를 받아 안지 못하는 사회는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는 근원적인 이유를 망각하는 것이며, 사회의 존재 이유가 상실되어 내적 통합을 이뤄낼 수 없다. 우리의 요구는 바로 이것을 피하자는 것이다.

지난 5월 2일 통과한 기초연금법의 제 1조는 “...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여 안정적인 소득기반을 제공함으로써 노인의 생활안정을 지원하고 복지를 증진함을 ...” 이라며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기초생활보장법 제1조는 “이 법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라는 목적을 적시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들은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들이 “생존에 지장이 없고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살며 사회경제적 여건이나 신체적 장애로 인해 자신의 자율성을 상실하지 않으려는 필요”와 그것을 충족시키려는 욕구에 기반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오늘날, 자신의 일을 통해 소득을 얻고, 이 소득으로 근원적인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는 우리 국민의 필수불가결한 삶의 조건이자 인간을 움직이는 원리이다.

기초연금법과 기초생활보장법은 바로 이러한 것들을 제대로 달성하자는 목적 하에 제정된 것이다. 각 법률을 채우는 구체적 규정들보다 이 원리들이 우선하며, 이 원리들에 기반을 둔 법률의 목적이 우선되어야 한다. 즉,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이 기초연금과 기초급여의 중복 수급을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조항들은 이 원리들과 목적에 우선될 수 없다는 것이다.

유럽 선진국의 제도들도 마찬가지로 이것들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재정이 부족하다든지 최종소득간의 역전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초급여 수급 노인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논리 또한 이 원리와 법률의 목적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원리들과 목적들을 올곧게 실현하기 위해 추가적인 재정을 확보해야 하며, 소득역전 현상을 없애기 위한 조치들이 필요하다.

제기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기초급여를 수급하는 65세 이상 노인과 65세 이하의 기초급여 수급자 사이에 나타나는 소득격차다. 이 경우도 앞서 말한 원리와 법률의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다. 다만, 65세 이하의 기초급여 수급자에게도 그만큼의 공적 지원이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건상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여건을 핑계로 둘 다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의 하나라도 진전시키는 것이 원리와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다.

또한, 노인들이 최저생계비를 보충하기 위해 다른 수입원을 찾기가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노인을 위한 공적 지원이 결국에는 해당 노인을 둘러싼 다른 가족구성들을 지원하는 셈이 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용인될 수 있다. 즉, 노인부터 먼저 시작하는 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자명한 수순이다. 더군다나 인생의 말년을 큰 고통 없이 보내게 해주는 것은 최소한의 미덕이고 윤리이다.

시민사회가 제시하는 방안은 소득역전 현상을 애초에 없앨 뿐만 아니라, 현행대로 간다면 발생할 소득불평등을 해결하는 효과마저 거둘 수 있으며, 차상위 노인들 중의 일부에게 기초급여를 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렇듯 법률이 갖고 있는 형식적 측면을 그것이 기반을 두고 있는 원리와 목적의 실현을 위해 재구성할 수 있는 것이며, 바로 이러한 재구성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사회적 연대’라는 기제를 통해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권능/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상근연구위원

이권능 21welfa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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