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적게 낳는 주된 이유로는 사교육비와 대학등록금을 포함한 교육비 부담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아이를 유명 대학에 보내고자 하는 부모의 심정은 비슷하지만, 모든 학생이 다 명문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통일이 되었을 때 경쟁자만 늘어나고 온갖 갈등과 문제만 가중된다면, 우리는 통일을 반길 수 있을까. 만약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사회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북한 학생들은 오히려 교육에서 소외되고, 2등 시민으로 남게 된다면, 대박이라는 통일이 시한폭탄이 되는 것은 아닐까. 교육이라는 한 분야만 놓고 봤을 때도, 통일 이후 벌어질 혼란과 갈등 상황에 눈앞이 깜깜할 지경이다.

교육은 다음 세대를 일으키고 세우는 너무나 중요한 영역이다. 교육에 따라 나라의 명운이 결정된다. 어떤 가치를 심어주고 어떤 역량을 갖추게 하느냐에 따라, 선한 양심을 가지고 글로벌 시대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될 수도 있고, 약소국을 짓밟고 탈취하는 망나니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 통일코리아의 미래가 교육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요한 기초를 누가 차근차근 준비해가고 있느냐가 그래서 중요하다.

한국교육개발원 한만길 선임연구위원은 오랜 세월 통일코리아 교육의 기초를 놓고자 한 평생을 바쳐 연구에 매진해왔다. 그를 만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봤다.

▲ 1990년부터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남북한 교육통합문제를 연구해 온 한만길 선임연구위원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통일을 대비한 교육 분야 연구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오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제부터 이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셨고,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통일을 준비하는 교육, 통일교육 분야의 연구를 처음 시작한 것은 1990년이었다. 1990년에 동․서독이 통일되고, 구소련이 해체되고, 동유럽도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되었다. 전반적으로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그 당시 북한도 체제붕괴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독일은 서독의 시장경제, 민주주의 체제가 동독을 흡수․통합하는 방식으로 통일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와 같은 방식으로 남북한도 흡수 통일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그래서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이 이뤄졌을 때, 과연 북한의 공산주의 체제를 어떻게 전환하고 흡수통일을 추진할 것이냐 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였다. 그 당시 정부에서는 각 부처별, 각 분야별 통합 준비를 했는데, 교육 분야에서 실무적인 연구 작업을 진행한 것이 우리 한국교육개발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남북한 교육 통합 대책을 1990년부터 수립하게 되었다. 그때 제가 이 연구에 가담하게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통일 이후 교육 통합 대책 연구를 시작했다.

그 당시 접근 방향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이라고 하는 평화적이고 단계적인 남북한 통일 수립의 과정을 전제로 하면서, 단계적인 교육 통합 작업을 진행했었고, 또 다른 하나는 북한의 체제가 갑작스레 붕괴되었을 때, 일시적으로 남북한 교육 통합이 진행될 경우 어떻게 우리 남한의 주도로 북한 교육을 전환하고 통합할 것이냐 하는 이러한 두 가지 접근 방법으로 교육 분야 대책을 수립했다.

“급격한 방식으로 통일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북한 교육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합의 통일이 이뤄졌을 때와 급진적 변화로 인한 흡수 통일이 이뤄졌을 때의 교육 통합 과정이 서로 다를 것이라 예상하고, 각각의 경우에 대비한 연구가 그 당시 실제로 이뤄졌던 것인가?
“1990년 당시 세계정세로 볼 때 동구 공산주의권의 몰락이 상당히 급박한 현상으로 전개되었다. 게다가 1994년에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그 즈음 북한이 공산주의 진영의 나라들로부터 지원이나 경제 협력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되면서, 경제 침체가 더욱 가속화되었다. 또한 가뭄과 홍수로 인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급격하게 감소되고, 엄청나게 극심한 식량난 시기를 겪었다. 이렇다 보니 1990년대 초반에는 북한의 급박한 붕괴를 예상하고 이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주도하여 남북한의 교육 체제를 통합하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때 독일의 사례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각 지역별로 북한의 지역들과 협력하면서 자매결연 한다든가, 북한의 교육 재건에 우리가 참여한다든가, 북한 교육 개편에 있어 북한의 교육자와 교육당국이 실무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라든가, 기본적 구조 및 체제는 한국의 시스템을 북한에 적용한다든가 하는 방식을 가지고 연구에 접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급격하게 북한 교육 체제를 우리 방식을 따라 우리 체제로 주도하여 적용하고 이식하게 되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이나 후유증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동·서독 통일과정에서 있었던 동독 주민들의 반발, 제도의 차이로 인한 갈등, 교육 분야에서의 학제, 교과서, 교육과정의 차이 등 동·서독도 많은 부분에서 이질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것만 보아도 한꺼번에 우리 제도를 일방적으로 이식하게 되거나 갑작스러운 개편이 이루어질 경우, 역시 많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북한 교육 개편이나 남북한 교육 통합을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할 것이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급격한 방식으로 통일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북한 교육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1990년부터 시작한 ‘남북한 통합 대책’이 당시에는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긴급하게 제기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구소련이나 동유럽과 달리 북한은 체제전환의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중에는 동·서독처럼 남한이 주도하여 북한을 흡수통일 할 것이라는 전망은 약화되었다. 이후에는 통일을 단기간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는 북한의 급변사태 대비 관련 연구가 소강상태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후 연구 차원에서 북한 사회의 실상, 북한 교육의 현황 및 실태 등 북한을 제대로 알고 이해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었다. 말하자면 북한이 경제난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주민들의 생활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북한 교육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등을 알기 위한 연구가 주로 이루어졌다. 북한은 통일의 대상이고, 함께 협력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북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알아야 우리가 제대로 북한을 상대하고,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북한 연구가 본격화되었다.

-급진적 변화에 의한 통일이든, 점진적인 합의 통일이든, 교육 통합에 있어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남북 통합 초반기, 중반기, 장기적 관점 등 각 단계별 교육 통합 대비 방안이 실제로 연구보고서 형태로 출간되었던 것인가?
“그렇다. 그 당시에 『남․북한 교육 통합 정책 연구』로, 제도 통합, 교육과정 및 교과서 통합, 교원 문제, 교육 행정 체제, 북한의 교육 시설 및 교육 기관의 개편 방안에 대해 연구가 있었다. 통일을 대비한 교육 통합 대책은 몇 가지로 구분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남북한 교육 통합 대책, 두 번째는 남북한 교육 교류 및 협력, 세 번째는 한국 사회의 통일교육(통일 인식 형성 및 확산), 네 번째는 탈북 주민들을 위한 교육(한국 사회 적응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1990년대는 사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다. 통일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되었을지언정 남북한 교육 통합에 대한 연구는 계속 이어져왔을 것이다. 말씀해주신 모든 교육 영역을 포괄하는 가장 최근의 연구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통일을 대비한 교육 통합 대책은 몇 가지로 구분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남북한 교육 통합 대책, 두 번째는 남북한 교육 교류 및 협력, 세 번째는 한국 사회의 통일교육(통일 인식 형성 및 확산), 네 번째는 탈북 주민들을 위한 교육(한국 사회 적응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모두가 통일을 대비한 교육 분야에서의 큰 흐름이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에는 ‘남북한 교육 통합 대책’이 주를 이루었고,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는 ‘통일 교육’, 2000년대 들어서는 ‘남북한 교육 교류 및 협력’, 최근에는 ‘탈북 청소년 교육’ 등, 이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통일에 대비한 교육이라고 하면, 직접적으로는 ‘남북한 교육 통합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교육 분야의 통일 대책은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방금 언급한 세 가지도 다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남한 내에서 통일 교육을 통해 통일 의식 확산이 전 세대를 아우르며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고, 먼저 온 미래적 존재인 탈북청소년들의 사회 적응을 도우며, 통일 이후 북한 학생들이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적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남한 내에서 통일 교육을 통해 통일 의식 확산이 전 세대를 아우르며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

-연구 결과물들을 보면 한국교육개발원이 교육 통합, 교류 협력, 통일 교육, 탈북청소년 교육 등 모든 관련 분야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시기적으로 남북 관계의 변화, 정부의 대북정책 및 통일 정책이 변화함에 따라 그에 발맞추어 한국교육개발원이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다고 볼 수 있다.”

<참고자료(발간시기 순)>
김태완 외(1991), 『남․북한 교육 통합 정책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박재윤 외(1992), 『통일에 대비한 교육정책 연구(Ⅰ) : 통일 단계별 정책 방향과 과제를 중심으로』, 한국교육개발원.
최영표 외(1993), 『통일에 대비한 교육정책 연구(Ⅱ) : 통일 한국 교육 제도의 새 모형을 중심으로』, 한국교육개발원.
한종하 외(1994), 『분단 및 통일국가 교육통합 사례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최윤실 외(1995), 『남북한 학생화 주민의 통일사회 적응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이돈희 외(1996), 『학교 통일교육 자료 개발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한만길 외(1997), 『민족통합을 위한 교육 대책 연구(Ⅰ) : 통일 이전 민족통합의 과제를 중심으로』, 한국교육개발원.
한만길 외(1997), 『학교 통일교육 내용의 체계화 방안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한만길 외(1998), 『민족통합을 위한 교육 대책 연구(Ⅱ)』, 한국교육개발원
한만길 외(1999), 『각급 학교 및 사회교육기관 통일교육 실태조사와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곽재석 외(2005), 『북한 교육 발전과 국제협력』, 한국교육개발원.
학술회의자료(2006), 『통일을 대비한 교육부문의 과제 학술회의』, 한국교육개발원
윤종혁 외(2007), 『통일 시대에 대비한 북한교육 지원 방안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한만길 외(2012), 『통일에 대비하는 교육통합 방안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간한 통일교육 관련 연구보고서들 ⓒ유코리아뉴스

-말씀해 주신대로 통일 대비 교육 분야의 연구는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이루어져왔지만, 실제 통일 관심자인 일반인들의 관점에서는 통일을 대비한 교육 분야의 준비라고 한다면, 남북한 교육 통합을 떠올리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방식에 있어, 단순히 남한식 교육의 대입이 될지, 남북의 장단점을 추려서 장점만을 살린 제3의 교육을 채택하는 것이 될지, 궁금하다.
“물론 그러한 연구도 이루어져왔다. 남북한 교육 통합 모형 연구라고 볼 수 있는데, 이상적인 모델을 무엇으로 설정할 것이냐에 대한 내용이다. 그 방법은 유형으로 보면 첫째, 남한의 교육 체제를 그대로 북한에 적용하는 ‘이식형’이 있고, 둘째, 남북한 교육의 현재 체제에서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는 ‘상호보완형’(절충형)이 있고, 셋째, 남북한 교육이 각각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좀 더 이상적인 제3의 대안적 모형을 구상하는 ‘이상형’ 등 크게 이런 네 가지 모형이 있다."

-최근에 이런 연구가 진행되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이러한 세 가지 모형을 모두 담아 우형별 교육 통합 대책을 진행한 연구가 있는가?
“세 가지 모형을 모두 다 담지는 못했고, 2012년에 『통일에 대비하는 교육 통합 방안 연구』를 진행한 것이 있다. 남북한 교육 통합 모형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통일교육 및 북한 교육 전문가들 50명을 대상으로 델파이 조사 방법을 활용하여 의견을 수렴한 연구이다. 대체적인 의견을 살펴보면, 단기적으로는 남한의 교육을 적용하되, 장기적으로는 남북한 교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해결하면서, 제3의 대안형을 찾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여러 분야 중에서도 교육 분야에서는 통일을 대비한 준비가 가장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히 이 분야에 관심을 둔 독자들을 위해 추천해주실 만한 도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2008년에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나온 『남북한 교육 체제 변화와 통합 전망』 보고서가 있고, 아까 말씀드린 2012년에 역시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행한 『통일에 대비하는 교육통합 방안 연구』 보고서가 있다. 두 권 다 한국교육개발원 홈페이지에서 PDF 파일로 받아볼 수 있다. 일반 대중 서점에서 구할 수 있는 『선생님, 통일이 뭐예요?』(정경호 지음, 살림터 펴냄)라는 책이 있다. 현장 교사 선생님께서 통일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적은 책이다."

“탈북 주민들에게 현실의 차원을 뛰어 넘는 미래 통일에 대한 과제, 임무, 사명을 지워주는 것은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것”

-통일코리아의 교육이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계속 가지고 가게 될 것인데, 이런 맥락에서 탈북청소년들이 남한의 교육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 굉장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햇수로 5년간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소장님으로 재임하시면서 탈북학생 교육이 통일 대비하는 차원에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먼저는 탈북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는 기초 학력 부진의 문제, 둘째는 심리정서적인 불안의 문제, 셋째는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 부족 및 사회 관계망 부족의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학생들은 학습에 대한 열의가 높고, 한국 사회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열망도 크다. 탈북 학생들의 특성이 이러하다.

이들을 이해함에 있어, 한국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이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먼저, 북한 사회 내에서의 교육 공백인데, 경제난으로 인해 상당히 열악한 교육 환경 속에서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더군다나 중국 등 제3국으로 탈출하여 생활할 때도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다. 한국에 입국한 이후에는 나이는 많은데 기초 학력은 부진하여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탈북청소년들에게 중요한 과제는 첫째, 그들 개인적인 관점에서,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여 제대로 자활․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형성․발휘하면서 정상적인 시민으로서 성장해서 성공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이 안 되면 아무 것도 안 되는 것이다.

둘째, 통일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 사회 내에서의 남북의 적응을 위한 예비 과정, 통일을 대비한 연습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통일된 나라에서 남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가 어울리고 화합하고 협력할 수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의미에서 예비과정 또는 연습과정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볼 때는 북한과 왕래하면서 북한 사람들과 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더 나아가서는 남북이 통합된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융합의 과정을 거쳐야 할 텐데, 이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북한 출신으로서 갖고 있는 관점과 자세와 태도들이 결국 앞으로 통일 이후에도 남북의 중요한 매개 고리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적응하고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갖춰야만 앞으로 그들이 북한에 가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남북 관계가 좋아졌을 때 또는 통일이 되었을 때, 북한 사람들을 향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탈북 주민들에게 현실의 차원을 뛰어 넘는 미래 통일에 대한 과제, 임무, 사명을 지워주는 것은 너무 큰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제가 아까 첫 번째로 강조한 것처럼, 먼저 시민으로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자립 능력을 갖추는 것이 탈북 주민들에게 첫 번째로 요구되는 사항이다. 기본적으로 자립적인 생활조차 하기 어려운데, 탈북 주민들에게 수많은 수식어를 동원하여 통일 과정에서 대단한 역할을 부여하고 임무를 부여하는 것은 이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지나친 부담을 주는 것이 된다. 첫 번째 조건이 충족되면, 기대되는 다른 역할들은 부차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적응하고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갖춰야만 앞으로 그들이 북한에 가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남북 관계가 좋아졌을 때 또는 통일이 되었을 때, 북한 사람들을 향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는데, 통일 이후의 역할까지 기대하는 것은 비약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탈북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에서 잘 적응하기 위한 당위로서의 통일 이후 역할을 거론하는 것은 정당성이 있겠지만, 앞뒤가 바뀌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지금 남북관계가 상당히 경색되고 대화와 협력이 중단된 상태인데, 북한과 끊임없이 접촉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부분적으로라도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러는 와중에 교류․협력의 과정을 넓혀가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 한만길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유코리아뉴스

-연초부터 있던 대통령의 발언이나 언론의 보도를 보면, 당장에라도 북한에 급변 사태가 일어날 것처럼 보인다. 통일이 그렇게 쉽고 빠르게 다가오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지 않은 미래에 통일이 다가올 것으로 예상했을 때, 향후 5년간 교육 분야의 통일 준비에 있어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연초부터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한 예측이 많이 제기되었지만, 저는 그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1990년대부터 북한을 연구했는데, 1990년대의 북한이 지금보다 오히려 더 급박한 상황이었다. 북한에게 있어 기둥과 같았던 후원세력인 구소련의 공산주의체제가 해체되었고,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고, 식량난과 경제 침체가 극심하여 아사자가 속출했다. 그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이 어떠한가를 보면 될 것 같다. 그때는 정말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전망했는데, 그 이후 북한은 20년 넘게 버텼다. 너무 단정적으로 북한 체제의 변화를 예측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북한 체제가 그 후로도 20년 넘게 유지될 수 있었던 속성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과연 통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의 문제는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답할 수 있겠다. 남북한 통합 대책도 지금까지 일반적이고 큰 틀에서 해왔지,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교과서 문제만 하더라도, 저희가 탈북청소년 교재를 개발하면서 일차적으로는 탈북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충 교재로 사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교재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것이 장기적으로는 통일에 대비하는 교재 개발이다. 북한에서 온 탈북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재를 개발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개정하고 보완시키는 과정들이 축적되었을 때, 북한 학생들에게 적용할 수 있고, 통일 이후에 활용되는 교재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교육 통합 과정에도 전방위적으로 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분야가 많이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지금 남북관계가 상당히 경색되고 대화와 협력이 중단된 상태인데, 북한과 끊임없이 접촉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부분적으로라도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러는 와중에 교류․협력의 과정을 넓혀가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통일 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통일은 대박이라는 생각이 통일을 긍정적으로 보는 관점 중에 하나일 것이다. 남북이 통일이 되면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도 국가 역량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통일은 우리에게 가능성과 새로운 세계로의 지평을 넓혀주는 기회이다. 결국 통일을 어떻게 달성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인데, 통일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면 남한이나 북한이나 부담과 후유증이 클 것이다. 무엇보다 통일이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통일 과정에서의 부담과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을 우리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관점을 가지고, 남북이 협력하여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고, 한반도 안에서 우리 민족이 힘을 합쳐 공동의 문제에 대처해 나간다는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민족애와 동포애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기에 따라서는 우리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고 분명하게 경계해야 하지만, 이것이 너무 길게 지속되어 남북 관계의 장애 요인이 되면, 결코 좋은 일이라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장기적인 안목과 큰 틀에서 남북관계를 좀 더 긍정적으로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젊은 세대들이 남북 관계와 북한을 바라볼 때 긍정적인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성옥  jade4n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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