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남북공동성명 발표 42주년 기념토론회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대표상임의장 홍사덕) 주최로 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4대 남북합의 평가와 박근혜 정부의 新남북합의 추진방향’이란 주제로 발제한 김근식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덤덤한 ‘중년부부’ 사이에 빗댔다. “지금은 김대중·노무현 시대처럼 서로 죽고 못 사는 신혼기도 아니고, 이명박 시대처럼 이혼 지경도 아니다. 서로에게 익숙해져가는 덤덤한 중년의 부부 사이가 지금의 남북관계다.”

▲ 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7·4남북공동성명 발표 42주년 기념토론회.     ▲ 김근식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 교수는 “과도한 애정과 지나친 분노는 수면 아래로 내려놓자”면서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가정폭력이 있어선 안 되고, ▲상대방의 가치를 존중해야 하며, ▲애정이 없어도 관계는 유지해야 한다는 거다. 반면,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은 남북관계는 ‘중년부부’가 아닌 ‘별거부부’란 주장을 내놓고 “법적 이혼은 아니나 같이 살기엔 너무 떨어져 있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원장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별거상태에선 ‘그냥 잘 살자’ 가지곤 안 된다. 남북이 세운 큰 원칙은 ‘이혼은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자식을 위해서라도 합쳐야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많이 있으니 앞으로 대화가 필요하다. 즉, 상당히 많은 고민과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관계에 대한 두 교수의 비유는 다르지만, 결론으로 남북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서로 간에 대화를 통해 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는 부분에선 일치했다.

앞선 남북관계의 비유에 대해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제는 비관적인 이야기보다 좀 더 희망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황혼이라면, 황혼이혼을 하든지 재결합해서 잘 살든지 두 가지”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희망적인 접근이 7‧4남북공동성명에도 적용되며, 앞으로도 이어져야 한다고 봤다. “힘의 논리로 남북관계와 주변국가와의 관계가 형성되지만, 힘의 논리만으로는 살 수 없다. 비전과 가치를 가지고, 담론을 논의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급변상태를 염두에 두면서도, 좀 더 평화로운 통일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7‧4남북공동성명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접근이었고, 지금도 유효한 기조다.”

▲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     ▲ 조민 통일연구원 연구본부장.

조민 통일연구원 연구본부장은 7‧4남북공동성명에 대해 ‘정치적 산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조 교수의 발제에 따르면, 그것은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배경에 있다. 1969년 닉슨 독트린에 대한 아시아의 충격은 컸고, 결국 데탕트 국면을 가져와 국방안보 구도의 변화로 인해 각국에 위기의식을 가져왔다. 국외 상황만이 아니라 국내 정치에서도 위기상황을 맞은 박정희 대통령은 남북대화를 반전 카드로 삼았고, 7‧4남북공동성명이 그 카드로 활용된 것이다. 이후 남한에는 유신체제가 수립됐고, 북한에는 수령체제를 공고화되는 계기가 됐으며, 남북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조 연구본부장은 발제문에서 7‧4남북공동성명에 대해 “남북 당국 사이에 이뤄진 최초의 공식 합의문이고,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은 지금까지도 남북통일의 중요한 원칙으로 남았다”고 밝혔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도 “정치적 의도가 있더라도 합의와 신뢰는 있어야 한다”고 동의했다. 이어 전 원장은 한중정상회담에서 ‘자주 만나니깐 신뢰가 쌓인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언급하면서 “박 대통령의 이야길 들어보면, 만남과 신뢰 중에 만남이 먼저라는 걸 알 수 있다”고 해석했다.

지난 4대 합의가 미친 영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김근식 교수는 새로운 남북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하루빨리 대북포용으로의 복귀를 통해 남북관계를 ‘리셋’해야 한다”며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그러나 단순 복귀에 그쳐선 안 된다. 대내외 정세에 걸맞은 포용정책의 진화가 동반돼야만 실질적 성공이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호열 교수는 조민 연구본부장이 제안한 ‘한반도 연방제’라는 새로운 통일방안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가 남북통일을 생각할 때 구조나 절차만 생각할 게 아니라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이런 고민 없이 절차만 말하는 건 우리의 체제에 대한 비전과 책임이 없는 것이다. 또, 남북이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가 좋은 것만 찾아서 하자는 건 통일에 대한 의지도 없는 것이고, 통일을 해서도 안 되는 자세라 본다.” 

성상현 기자  jacksung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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