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

숨 죽이고 걷는다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는
이 다리 위를
조용히 걸어간다

강물이 깊을수록
숨겨진 옛날의 이야기들은
소음의 행간에 감춰진 침묵 속으로
더 깊게 흘러간다

스치는 강바람 따라
유유히 시간은 흘러왔으나
정지되어 버린 그날의 이야기들은
끊어진 다리의 파편이 되어
강 한복판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된다

강 저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꿈과
만날 수 있다면
강물은 더 깊이 흐를 수 있을 것이다
햇빛은 더 낮게 낮게 내릴 것이다

다시 강 위를 걷는다
끊어진 다리를 지나
강물 위를 향해 내 마음이 걷는다

거기서 만나는 어제와
거기서 악수하는 오늘과
거기서 바라보는 내일은
영원의 시간을 향해 함께 오른다
그렇게 강은 흘러간다

김성보/ 안디옥선교훈련원(YWAM AIIM, 시애틀 소재) 간사

▲ 압록강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풍경 ⓒ이대로

김성보  nabom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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