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결 이전에 남남(南南)갈등 해결이 더 근본이고 요원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철이 아니어서 잦아들긴 했지만 종북(從北)논란(과거엔 ‘친북’親北 논란)은 언제든 남남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불씨로 잠재해 있다. 정권 비판마저 종북으로 몰아세우는 ‘황당한’ 종북논란은 제외하고 제대로 된 종북논란, 그러니까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를 유코리아뉴스가 짚어보기로 했다.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대북 정책의 적절성은 물론 종북논란의 진위 여부를 규명해주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까지도 제시할 수 있는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코너는 정해놓은 논조에 원고를 맞추는 게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 다양한 주장의 글을,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논조’의 코너이다. ‘북한은 우리에게 누구인가?’에 대한 주장, 논문, 서평, 인터뷰 등 모든 종류의 글을 환영한다. 글은 간단한 필자 소개와 함께 ukoreanews@gmail.com으로 보내면 된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 헌법 및 법률상 북한의 지위
우리나라에서 북한의 법적 지위에 대해 가장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것은 헌법의 제3조 영토조항과 제4조 통일조항이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여 북한까지를 포괄한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영토가 구 대한제국의 영토를 계승한 것의 의미와 함께 한반도에서 정통성을 갖춘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이고, 휴전선 이북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미수복지역(미수복 지역론, 반국가적 불법단체론)을 선언한 것이다.¹⁾ 기존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그리고 다수의 학자들은 이러한 헌법규정에 따라 이북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결사로서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국가보안법은 이 조항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²⁾

이러한 다수설과는 달리 일부에서는 헌법 제3조는 규범력을 가지고 있으나 헌법 제4조와의 관계에 있어서 제4조가 우월한 효력을 가지므로 결과적으로 제3조의 규범력의 실효성이 상실한다고 주장한다.³⁾ 즉 영토조항과 평화통일조항의 경우 평화통일조항이 헌법 이념상이나 현법 정책적 측면에서 보다 고도의 헌법적 가치 또는 이익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영토조항에 비하여 우월한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헌법 제3조는 일반규범이고 헌법 제4조는 특별규범의 지위를 가지므로 제4조가 제3조에 비해 우월하다는 견해도 있다.⁴⁾ 이러한 헌법 3조와 4조는 각각 하위법률과 연결되는데 이것을 표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이상의 이론을 염두에 두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이 문제에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그 판례를 보는 것은 대한민국이 분단 이후 60년이 되는 동안 북한을 어떻게 규정하게 되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대법원은 2003년에 “비록 남북 사이에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그 결과로서 공동선언이 발표되는 등 평화와 화해를 위한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하더라도 그에 따라 남북관계가 더욱 진전되어 남북 사이에 화해와 평화적 공존의 구도가 정착됨으로써 앞으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소멸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지금의 현실로서는 북한이 여전히 우리나라와 대치하면서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복하고자 하는 적화통일노선을 완전히 포기하였다는 명백한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이상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등으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⁶⁾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도 이와 유사하게 결정을 내리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0년에 “우리 헌법이 지향하고 있는 통일은 평화통일이기 때문에.....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위하여 때로는 북한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함도 불가피하게 된다.”고 결정했다. 그 이후 1993년에 “현 단계에서의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함께 갖고 있음이 엄연한 현실”⁷⁾이라고 결정했다.

결국 헌법 규정 제3조와 제4조의 관계에 대해 다수설은 헌법 3조를 제4조보다 더 기본적인 규정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입각하여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국가성’보다 더 기본적인 성격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남한이 북한을 ‘정상적 국가’가 아닌 ‘반국가단체’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일상적인 선전선동에서 남한정부를 ‘괴뢰’로 규정할 뿐 아니라 헌법과 노동당 규약에서 그 국가성을 부정하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은 제1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전체 조선인민의 리익을 대표”한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노동당 규약(2012년 4월 개정)은 서문에서 “조선로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국가가 한반도 전체를 대표하며, 남한의 국가는 혁명의 대상임을 선언한 것이다.

결국 지난 10여년간의 남북관계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남북의 헌법과 노동당 규약이고, 이것에 의해 남과 북 각각의 국가성은 부정된다. 즉 각각은 타도와 혁명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관계로 구조화하여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질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지위
2012년 1월 현재 남한은 세계 총 193개국 중 189개국과 국교를 맺고 있고, 북한은 161개국과 국교를 맺고 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의 국교수립에 있어서는 남한은 5개국 모두와 국교를 맺고 있는 데 비해 북한은 미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3개국과 국교를 맺고 있다.⁸⁾ 이들 국가들 중 남과 북 모두와 동시에 수교하는 국가들은 남한은 물론이고 북한도 국제법상 완전한 의미의 국가로 인정한다. 이들에게 남북한이 모두 국제법상 국가라는 것은 결국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유일합법성 논리가 부정된다는 것이다.

남과 북의 법적 지위(국가성)에 대해 국제사회가 내린 최초의 결정은 1948년 12월 12일 제3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결의문 제195(III)이다. 이 결의문 제2항은 ‘한반도에서 유엔이 파견한 유엔한국위원단이 감시 및 협의를 할 수 있고, 한반도 거주민의 과반수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효과적인 행정권과 사법권을 갖는 유일한 합법정부(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1948년의 이 결의안을 엄밀하게 해석할 때 대한민국이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것이 아니라 38선 이남 지역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뜻이다.⁹⁾

그리고 1991년 9월 18일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함으로써 유엔으로부터 대한민국과 더불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국가의 지위가 승인되고 인정되었다. 유엔헌장 제4조 제1항에 따르면 오직 국가만이 유엔에 가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유엔본부 건물 앞에 회원국의 국기가 게양되고 회의장 내 회원국대표 좌석에 정식 국호가 표기되는 것은 물론, 회원국은 각종 회의에 출석(참가), 발언, 투표를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유엔의 입장에서 북한은 완전한 의미의 국가이다.¹⁰⁾

문제는 북한이 유엔회원국으로서 국가로 인정되고, 전 세계 161개국과 국교를 맺고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늘날 세계가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미국의 패권적 영향력이 군사·외교·경제·문화·국제기구 등 세계 모든 영역에 미치고 있다고 할 때 국제사회에서 북한은 온전한 의미에서 국가라고 규정하기 힘들다. 비록 미국의 ‘대외관계법’ 204조에 “주권국가에게만 개방되어 있는 유엔 등 국제기구에 특정 실체의 가입을 동의함은 그 실체를 인정한다는 의미”¹¹⁾라고 규정되어 있고, 미국 ‘북한 인권법’ 302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규정하여 남한과 북한을 구별하고 있지만¹²⁾ 북한은 정치·외교적으로 테러지원국 또는 불량국가(rogue state), 악의 축(axis of evil),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로 규정되었다.¹³⁾

결국 미국으로 대표되는 국제사회는 북한의 국가적 실체는 인정하지만 ‘정상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헌법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것과 유사한 성격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즉 미국과 국교를 수립하기 위해 60년간 핵개발과 각종 대화, 전쟁위협과 평화협정체결요구 등 강온정책을 번갈아 구사하는 등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아직도 북미수교는 요원한 상태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규정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비슷하지만 질적인 차이가 있는 두 가지의 규정이 있다. 하나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라고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특수관계’로 보는 것이다.

먼저 남북기본합의서(1991.12)는 남과 북의 관계를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했다. 이 남북기본합의서의 규정이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2005.12)에는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정의되어 있다.(제3조 제1항) 즉 남북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가 아닌’, 즉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특수 관계’인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기본적으로 남북관계를 국가 내부적 시각에서 본 것으로 상대를 ‘외국’으로 보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각각 상대방의 국가적 실체를 부정하는 부정적 의미도 내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잠정적 특수관계’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대원칙¹⁴⁾이자 남북관계 운영의 향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남북관계에 대해 또 하나의 규정이 있는데, 그것은 유엔회원국인 남북한을 “국가와 국가 간의 특수관계”¹⁵⁾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는 남북관계의 큰 전환점이었던 기존의 남북기본합의서 체제가 상호체제 인정, 내정 불간섭, 비방과 중상 중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로 규정함으로써 남북이 상호 체제인정과 내정간섭, 협력과 충돌, 공존과 반복을 교차 반복하였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남북관계를 ‘국가와 국가 간의 특수관계’로 새롭게 규정할 때, 상호 국가성 인정과 존중에 바탕해 중상비방 금지, 무력불사용과 불침공, 대화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원칙을 견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규정은 대한민국 헌법(3조 영토조항)과 현실(남북분단)의 모순적 충돌이 아니라 오히려 헌법(4조 평화통일 조항)과 현실(남북분단)의 창조적 공존의 문을 여는 것이라고 본다.¹⁶⁾

그렇다면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어떤 결정을 내리고 있을까? 헌법재판소는 2005년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 “우리 헌법이 영토조항을 두고 있는 이상 대한민국의 헌법은 북한지역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에 그 효력을 미치고 따라서 북한지역은 당연히 대한민국의 영토가 되므로, 북한을 외국환관리법 소정의 ‘외국’으로, 북한의 주민 또는 법인 등을 ‘비거주자’로 바로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개별 법률의 적용 내지 준용에 있어서는 남북한의 특수관계적 성격을 고려하여 북한지역을 외국에 준하는 지역으로, 북한 주민 등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할 수 있다.”¹⁷⁾  

결국 남북관계를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라고 볼 경우, 그 특수관계의 의미는 ‘외국’ 또는 ‘준 외국’의 의미이다. 그리고 남북관계를 ‘국가와 국가 간의 특수관계’로 볼 경우 그 특수관계의 의미는 ‘내국’ 또는 ‘준 내국’의 의미가 된다. 결국 위의 어느 경우도 상대의 국가적 실체를 인정하고 동시에 쌍방 당국을 ‘정부적 실체’로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남북기본합의서는 ‘특수관계’를 명시한 전문에 이어 제1조에서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남북한 특수관계와 승인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대해 남북고위급회담 대표였던 임동원 전 통일원 차관은 한국이 북한을 법률상 국가로 승인(de jure recognition of a state)한 것이 아니나 사실상의 국가로 승인(de facto recognition of a state)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¹⁸⁾ 따라서 남북기본합의서는 동서독기본조약과 같이 남북한이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것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남북한이 분단국을 구성하는 2개의 정치실체(분단체)로서 상호 대등한 지위를 가지며, 쌍방 관계에서 각기 동일한 권리·의무를 갖는다는 점을 기본정신으로 관통하고 있었던 것이다.¹⁹⁾

그리고 ‘남북 간의 ‘특수관계’는 과도기적 이중성, 점진적 발전성, 잠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남과 북 모두 서로가 서로에 대해 체제안보를 지키는 측면과 함께 화해·협력을 통해 평화를 만들고 통일기반을 조성해 나가는 측면을 이중적으로 갖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도기적 이중성은 남북관계의 ‘점진적 발전성’이라는 특징을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다. 즉 대결과 반목의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남북연합 등 초보적인 통일구조를 만든 다음 최종적으로 정치적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특수관계’라고 할 때 이것은 통일 이전의 남북관계를 규율한다는 점에서 ‘잠정성’을 그 본질로 한다. 특수관계는 영구분단이 아닌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잠정적인 것이기 때문이다.²⁰⁾

그렇다면 이 특수관계에 있는 남북 각각의 정치적 권위체에 의해 이룩된 합의는 어떤 효력을 가지는가? 특히 남한이 북한과 달리 법치국가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어떤 법적 구속력을 가질 것인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남북기본합의서’는 법적 효력을 갖는 ‘조약’이 아니라 단순한 ‘신사협정’에 불과하다고 판결했다.²¹⁾ 그리고 선언문의 형식을 띠고 있는 ‘7.4 공동성명’, ‘6.15공동선언’, ‘10.4 정상선언’ 등의 법적 성격도 법적으로 ‘신사협정’에 불과하다고 평가된다.²²⁾ 그러나 이러한 평가와는 달리 ‘남북기본합의서’도 국회동의 절차라는 법적 규범력 부여 절차를 거쳤다면 법적 구속력을 인정할 수 있고, ‘6.15 공동선언’ 등 남북 간의 각종 합의서도 분류 가능한 법적 성격과 효력에 따라 법률, 명령, 규칙 등의 국내법 체계에 해당하는 규범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²³⁾

결론적으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헌법 조항과 북한을 평화통일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헌법 조항을 비교할 때 후자가 헌법에서 더욱 규정력을 갖는다. 즉 전자와는 달리 후자와 관련된 헌법조항은 헌법 제4조만이 아니라 헌법 제66조 3항의 대통령의 평화통일 의무, 그리고 헌법 제69조에 입각한 대통령의 취임선서(평화통일 노력)에도 존재한다. 헌법 조항뿐만 아니라 1990년 이후 남북관계의 변화를 보더라도 현실적인 법률체계와 남북정상회담 등의 각종 회담과 합의를 헌법이 현실의 변화에 맞게 해석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앞으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 사법부는 평화통일을 위해 헌법3조와 4조의 관계에서 4조에 더 가중치를 부여하는 결정과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입법부는 2005년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법적으로 규율하는 근거를 만듦으로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발판을 만들었지만, 아직도 남북 간의 각종 합의서를 규율할 수 있는 규범체계를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즉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니어서 국제법이라고 할 수도 없고, 또한 현재의 국내법체계에도 규정되지 않아 국내법으로 포섭할 수도 없으므로 장차 새로운 법규범으로서의 「남북합의서」라는 존재를 포섭할 수 있는 제3의 규범형식을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 이는 해석론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입법론으로도 주장할 필요가 있다.”²⁴⁾

이러한 맥락에서 일부에서는 ‘남북기본합의서’를 동서독기본조약처럼 남북 간의 조약으로 간주하여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받아 유엔헌장 제102조에 따라 유엔사무처에 등록하고 이를 토대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²⁵⁾ 또 한편에서는 1972년의 동서독기본조약처럼 남북관계를 국가 간의 관계로 규정하는 ‘남북기본조약’을 체결해서 통일 시까지 포괄적인 잠정조약으로 기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²⁶⁾ 또 다른 쪽에서는 남과 북이 통일의 기본원칙, 통일의 시기와 방법, 통일국가상 등을 담은 ‘통일합의서’를 체결하고 이를 국회에서 비준받고 나아가 유엔에 등록함으로써 국제사회 틀 안에서 평화통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²⁷⁾

마지막으로 행정부는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헌법 66조 및 헌법 69조에 입각하여 평화통일을 위해 성실히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기에 헌법에 대한 적극적 해석과 필요한 법률안 제출 그리고 각종 정책의 집행을 통해 통일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대통령이 남북관계개선과 평화통일에 적극 나서지 않고 남북 간 대결과 분단고착에 집중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책무에 대해 언론을 비롯한 국민의 공론이 조성되어야 하고 이것이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중대한 평가근거가 되어야 한다.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주>

권영성,『헌법학원론 보정판』(법문사, 2000), 124쪽
제성호,「북한의 법적 지위 재검토」『법조 655권』(2011.4), 41쪽
도회권,「헌법 제3조(영토조항)의 해석」『헌법규범과 헌법현실’(권영성교수 정년기념논문집)』(법문사, 1999), 853쪽 이하. 최경옥,「한국헌법 제3조와 북한과의 관계」『공법학연구(영남공법학회)』(1999). 202쪽 이하. 이것은 양영희,「북한의 법적 지위」『통일사법정책연구1』(법원행정처, 2006), 11쪽의 내용
양영희, 위의 글, 12쪽
조성렬, 『뉴한반도비전』(백산서당, 2012). 250쪽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604 판결, 양영희, 위의 글, 15쪽
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호 및 헌법재판소, 1993. 7. 29. 선고 92헌바48호 결정. 제성호, 앞의 글, 45쪽
조성렬, 앞의 책, 255쪽
위의 책, 252-253쪽
제성호, 앞의 글, 49-50쪽
The American Law Institute, “Restatement of the Law, Third, Foreign Relations Law of the United States of 1987”, 조성렬, 앞의 책, 254쪽
Sec. 302 of North Korean Human Right Act of 2004, 위의 책
배기찬,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 (위즈덤하우스, 2005). 380쪽
제성호, 앞의 글, 59쪽
한반도포럼,『남북관계 3.0: 한반도 평화협력프로세스』(2012). 43쪽
위의 책, 43-44쪽
헌법재판소, 2005. 6. 30. 2005헌바114 결정. 양영희, 앞의 글, 16쪽
임동원, 1992년 5월 13일「남북대화의 현황과 전망 세미나 발표내용」, 제성호, 앞의 글, 62 쪽 주 48.
제성호, 앞의 글, 64쪽
제성호, 앞의 글, 64-65쪽. 이주현은 남북한 특수관계의 본질적 속성으로서 남북한은 국제법상 두 개의 국제법 주체로서 대외적인 측면은 국제관계이지만 남북한 사이의 관계는 분단한국의 내부관계이고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적(내지 반국가단체)임과 동시에 대화와 협력의 상대방으로 인정한다는 이원성을 갖고 있으며, 그 법적 규율에 있어서 어떠한 법원칙이 적용되느냐의 문제는 확정되지 않은채 개방적 상태로 방치되어 개개의 사안에서 통일지향적인 해결을 요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는 법리적 해결을 시도하고, 그러할 필요가 없을 경우에는 국내법을 적용하는 개방성을 갖고 있으며, 민족자결성, 상호평등성, 통일지향의 잠정성, 동태적 발전성 등을 갖는다고 한다. 이주현,「남북한 특수관계의 의미」『남북교류와 관련한 법적 문제점(1) 』(법원행정처 27, 2002.6), 김성주,「남북한합의서와 관련된 법적 문제」『통일사법정책연구2』(법원행정처, 2008) 277쪽에서 참고
헌법재판소 1997.1.16. 결정 헌마 240, 92 헌바 6 사건; 대법원 1997.7.23. 선고 98 두 14525 판결.
이상 조성렬, 앞의 책, 157쪽
김성주, 앞의 글, 283쪽
김성주, 앞의 글, 287쪽
이장희 외, 『남북합의문서의 법적 쟁점과 정책 과제』(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2007). 131쪽 이하. 한명섭, 「남북 합의문 국회비준 동의를 위한 법학적 검토」, 평화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 『남북한 합의서 국회비준동의 촉구를 위한 포럼』(2012.12.5.). 참조
한반도포럼, 앞의 책, 43-44쪽
이효원, 「남북한 통일합의서의 법적 쟁점과 체결방안」『법조 vol 662』(2011.11)

배기찬  baekic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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