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베트남은 어떤 나라일까? 통일을 이룬 베트남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 왔으며, 어떤 미래상을 그리고 있을까? 2015년 유럽연합에 상응하는 ASEAN(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동남아시아국가연합) 단일 공동체가 출범한다. 아세안의 출범은 통일 베트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유럽연합은 통일 독일에 가장 많은 혜택을 주며, 통일 독일의 저력을 더욱 드러내는 장이 되었다. 아세안의 출범이 통일 베트남에도 이러한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인가?

지금까지 한국인의 통일 담론에서 베트남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한국인의 편향적인 통일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첫째는 베트남의 통일은 정상적 통일이 아니라 공산화 무력 침공에 의한 월남의 패망이라는 인식이다. 둘째는 독일의 통일이 서독 중심의 흡수 통일, 평화 통일로서 한반도 통일의 이상적 모델이라는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의 통일 담론에 많은 제한을 가져왔다.

20~21세기에 걸쳐 한국인의 최고의 가치가 된 통일을 앞당기고, 통일 대박론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통일 담론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접근이 필요하다. 한반도 통일 담론에서 베트남도 우리의 선택적 모델이 될 수 없는가의 의문에서 출발하여 통일 베트남의 긍정적 가치를 살펴봄으로 베트남도 우리의 통일 연구의 중요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현재 베트남이 누리고 있는 통일 베트남의 대박은 우리의 통일 연구에 대한 성찰과 함께 통일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게 할 뿐만 아니라 통일에 대한 접근 방법의 유연성을 요청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베트남 통일을 논함에 앞서, 생각해 보아야 할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베트남에게 통일은 대박이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언급했다. 각계각층에서 통일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대박’의 의미 해석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필자는 대박에 대한 어원적 기원에 대한 정확한 의미 해석은 부차적 문제로 생각하고자 한다. 그러나 통일 대박론을 경제적 이익의 차원을 넘어선 전 방면에 걸친 한민족의 국가적 기운이 용솟음치는 한반도의 지각변동이라는 긍정적 측면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 베트남전쟁 당시 ⓒ윤한열

베트남 민족에게 통일은 분명 대박이 되고 있다. 베트남의 개혁개방 이후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정치적 안정, 경제 성장, 사회 통합, 외교 정책, 보트피플에 대한 포용 정책, 문화 교류 정책 등 수치적·내용적으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베트남은 아세안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통일 베트남의 소리를 마음껏 내고 있다. 최근 중국과의 도서 분쟁을 통하여서도 아세안과는 더욱 결속하고 미국과는 친밀함을 유지하고, 중국에는 맞서고 있는 통일 베트남. 이것이 통일 베트남의 자신감이 아닐까? 통일이 대박 되기까지 베트남은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리고 지금도 ‘통일은 대박’이라는 명제는 진행 중인 미완성 명제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 국토의 통일은 한 순간에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베트남의 진정한 통합은 지금도 진행 중인 미완성 과업이다. 통일은 통합으로 이어질 때 진정한 대박이 된다. 통합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통일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1992년 한국과 베트남이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 전, 한국인은 1975년에 이루어진 베트남 통일에 대해 어떻게 인식했는가? 베트남 통일에 대한 초기의 표상 체계는 이후에도 베트남의 통일 논의에서 의식·무의식 중에 한국인들에게 작동하기에 매우 중요하다. 베트남은 1964년부터 10년간 미국과 전면적 전쟁을 치뤘다. 미국의 요청에 의해 미국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의 전투 부대가 참전했다. 분단국가로서 반공 사상에 철저했던 한국은 베트남을 북한과 동일한 공산주의 국가로 인식하고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1992년 한국은 베트남과 정식 외교관계를 체결했다.

1986년 개혁개방 정책의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고 있던 베트남은 적극적으로 한국 자본을 베트남으로 끌어들였다. 그 결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2500여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해 있으며 10만 명의 한인이 베트남에 거주하고 있다. 베트남인 또한 한국의 노동시장, 한국 남성과의 국제 결혼과 한국 유학으로 한국에 대거 진출해 그 숫자가 10만 명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베트남 전쟁을 통한 베트남에 대한 초기 인식 체계는 이후에도 계속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예로부터 평화를 사랑했던 민족정신과 현대에 들어서는 레드콤플렉스로 인해 한국은 무력과 공산주의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베트남 전쟁 후, 한국인들의 베트남 통일에 관한 인식은 주로 미국의 베트남 인식을 통해 형성되었다. 특별히 왜소하면서도 잔인한 베트콩에 대한 인식은 한국인의 직접적인 인식이라기보다는 미국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미국을 열광하던 시대에 미국과 동일하게 베트남을 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한국에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또한 한국의 군사정권은 각종 이데올로기 교육을 통해 이러한 인식을 조장하기도 했다. 미국에 의해 형성된 공산주의자 호찌민, 비겁하고 악랄한 베트콩, 무력 통일, 공산화 통일의 부정적인 베트남 통일 인식은 한국이 베트남과 정식 외교관계를 체결하기 전까지 한국인의 베트남 인식 형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한국인의 베트남 인식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성찰의 시간은 한반도 통일의 염원과 가치에 대해 더 깊은 자리로 나아가게 할 것이며, 통일 베트남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것이다. 더 나아가 한반도 통일에 대한 관점의 지평을 더욱 넓혀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통일 베트남에 대해 논의하면서 한반도 통일에 주는 혜안을 얻으려면 편향되었던 통일 베트남 인식에 대해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더 나아가 베트남 전쟁의 발발 원인과 통일 과정에 대한 객관적 관점이 필요하다. 무력통일이었다는 것만으로 베트남의 통일의 가치를 전면 부정할 수는 없다.

통일 베트남에 대한 연구가 미약했던 이유
지금까지 분단국 사례 연구와 통일 논의는 주로 독일에 관한 것이었다. 베트남 통일에 대한 연구는 아주 미약했다. 통일 논의에서 왜 베트남이 주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을까?

첫째는 우리가 베트남 통일의 반대 세력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은 베트남 통일 전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베트남 통일을 북쪽이 주도하게 될 것을 예측하고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라는 명분 아래 베트남 분단화를 추구했다. 결과론적으로 한국은 베트남의 통일을 반대하는 세력으로 전쟁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우리의 참전을 정당화하기 위해 통일이 아니라 월남 패망이라는 인식을 유지했기 때문에 베트남 통일 연구가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우리는 베트남 통일세력에 대한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 이후에도 한국 정부는 가해자적인 입장에서 역사를 가르쳐 왔고 배워왔다. 베트남 통일 세력에 대한 가해자가 어떻게 베트남 통일을 배우기 위해 연구할 수 있겠는가?

셋째, 베트남 통일을 공산화 통일이라고 폄하한 선입견 때문이다. 베트남 민족에게 통일은 현대사의 가장 위대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한국인의 인식에는 월남이 패망한 부정적 사건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월남이 패망함으로 인해 베트남이 공산화된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넷째, 무력으로 통일했다는 점 때문이다. 한국인에게 베트남 통일은 무력 통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한국은 평화 통일을 원하기에 무력으로 통일을 이룬 베트남 통일에 대해 연구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우선순위에서도 밀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베트남의 통일 과정 연구를 통해 왜 그들은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원하지 않았던 무력통일의 길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한다면 베트남 통일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한국인이 베트남 통일을 좀 더 유연성 있게 논하기 위해서는 공산화 통일과 무력 통일에 대한 인식의 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베트남 통일을 보다 더 객관적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 호치민시 야경 ⓒ윤한열

남과 북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면 특이한 공식이 하나 발견된다. 남쪽은 개방성과 유연성이 강하여 자유로워서 경제가 발달한 반면, 북쪽은 사상성이 강하여 민족성이 두드러지고 폐쇄적인 성향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특성이 나타나는 원인은 1) 삶의 환경 2) 민족의 기원 3) 경제 유형 등이 주 요소들이다.
중국의 북경과 상해, 영국의 스코틀랜드(에든버러)와 잉글랜드(런던), 북미(미국)와 남미(브라질), 베트남의 하노이와 호찌민, 그리고 한반도의 평양과 서울이 그러한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고구려는 북방 유목민족의 혈통을 이어받았고, 신라와 백제는 남방민족의 피가 섞였다는 것이 고고학 학계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아랍인, 인도인의 피가 신라, 백제 사람들에게 섞였다는 것이다. 고구려의 대조영은 왜 그렇게 신라의 나당연합을 반대하고 발해를 세웠는가? 국제 정세를 재빠르게 파악하고 당나라와 외교관계를 맺은 신라, 절대로 당나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쟁한 고구려. 한반도의 통일문제는 어쩌면 나당연합의 신라와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북쪽과 남쪽의 사상 문화적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북쪽 사람들은 민족성과 사상성이 강했다. 남북의 통일을 논함에 있어 이러한 문화적인 차이의 이해가 필요하다. 평양과 서울이 바로 하노이와 호찌민이다. 서울이 상해와 호찌민이고, 평양이 북경과 하노이이다. 하노이가 공산주의 영향의 지역이라서가 아니라 원래 민족성과 사상성이 강한 지역이었다.
우리는 맬깁슨이 주연으로 출연한 ‘브레이브 하트’라는 남쪽 잉글랜드와 북쪽 스코틀랜드의 전쟁 영화를 잘 기억하고 있다. 1296년에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1세가 스코틀랜드를 침략하여 스코틀랜드의 존 1세를 폐위하고 스코틀랜드를 식민지화했다. 스코틀랜드는 극렬한 저항을 하는데, 이 독립해방군을 이끈 인물이 윌리암 윌리스이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스코틀랜드의 민족영웅 윌리암 윌리스의 자유를 향한 강인한 민족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에게 북한 사람은 모두 세뇌교육을 받아서 사상성이 강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세뇌교육을 받은 영향도 있지만, 실제로 북한 지식층은 그 지역이 한민족의 기원지이며, 고조선, 고구려, 고려의 수도가 있었고 한반도 역사에서 정신세계를 주도해 왔다는 의식이 강하다. 북경과 하노이가 또한 그러하다.

나가는 말
남북한 관계가 경색되어 있고, 통일 논의에 별 다른 진전이 없다. 통일 베트남에 대한 연구가한반도 통일 담론에 새로운 통찰력을 줄 수 있을까? 편향된 통일 베트남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통일 베트남이 감당했던 희생과 그 희생의 대가로 누리고 있는 대박 통일 베트남을 연구하므로 우리의 통일 의지가 다시 불타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통일을 살아가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며,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의 통일도 염원해 본다.<계속>

윤한열/ 호찌민국립인문사회대학교 강사

윤한열  yhyls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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