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갈등을 근세 평화사상가들의 삶과 사상을 통해 풀어보기 위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사)평화한국(허문영 대표)이 주최한 ‘21세기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모색’(한중일 근현대 평화사상가를 중심으로)이 그것이다. 23일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대회엔 한중일 학자, 목회자, NGO 활동가 등이 참여해 안중근, 쑨원(孫文), 우찌무라 간조(內村鑑三)의 평화사상에 대한 활발한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그 중에서 발제자의 발표를 요약했다. 발표 전문과 토론문이 필요한 독자는 (사)평화한국(www.peacecorea.org·02-515-2633)으로 문의하면 된다.                                      -편집자 주

손문(孫文)은 신해혁명이 실패로 끝나고 제국주의의 침략 하에서 봉건군벌들이 할거하는 국면에 직면하면서 중국의 분열을 반대했으며 국가의 통일을 지켜나가고자 했다. 이것은 손문이 혁명을 지속시킬 수 있었던 중요 임무가 되었는데, 그는 1920년부터 여러 차례 각 지방에서 일어나는 무력충돌을 멈출 것을 호소했다. “우리 국가는 반드시 통일해야 합니다. 오직 민치(民治)로 통일의 방법을 삼은 이후에 영원함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우리들이 진정한 평화를 얻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군축해야 합니다. 군축하지 않으면 평화도 없으며 평화가 없으면 통일도 어렵습니다…오직 군축으로 통일을 도모한다면 수단과 목적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입니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당시 군벌과 제국주의는 중국의 평화통일을 저해하는 것이었기에 그는 이를 깨뜨리고 평화를 실현하려고 생각했다. 군벌과 제국주의를 타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민의 참여가 필요했다. 그는 국민의 역량에 의지해 평화통일을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국민회의 소집을 제기했다. 1923년 그는 그 동안의 병력투쟁을 종결하고 법을 수호하자는 구호 하에 널리 많은 인민이 평화통일에 대한 발언권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그동안 군벌 또는 정계인물들에 의한 통일논의에 인민의 참여가 빠져 있으며, 이 때문에 중국이 통일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보았다.

▲ 설충수 숭실대 교수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1924년 11월 10일, 그는 북상선언에서 국민회의 소집을 통한 평화통일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혁명의 목적은 독립자유의 국가를 조성해 국가와 민중의 이익을 지키는 데 있다…우리의 당은 이상의 이론에 근거해 시국에 대해 국민회의 소집을 주장함으로 중국의 통일 건설을 도모하고자 한다.” 국민회의가 소집되기 전에 먼저 전국실업단체, 상회, 교육회, 대학, 각성 학생연합회, 노동자회, 농민회 그리고 조씨와 오씨를 반대하는 군벌, 각 정당 등의 대표가 참여하는 예비회의를 소집해 국민회의의 기초조건과 소집일자, 선거방식 등을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인민의 기운이 발달했으며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바라보지 않고도 국민의 힘으로 시국을 수습할 수 있다고 판단해 국민회의를 소집하고자 했다. 그는 통일은 인민이 최대의 관심을 갖는 문제로 국민회의의 성패는 국가의 통일과 분열에 관계될 뿐만 아니라 인민의 행복과 재앙에 더욱 직접적으로 관여된다고 보았다. “통일은 중국 전체 인민의 희망으로 통일할 수 있으며 전 인민이 복을 누릴 수 있고 통일할 수 없으면 해를 입을 것이다. 국민회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원만한 결과를 얻어야 하는데 곧 평화통일로 전 인민이 공화국의 행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국민회의를 중심으로 전개된 그의 평화사상은 철저히 인민의 뜻에 순종하며 인민의 힘에 의지해 제국주의와 군벌을 타도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손문은 고유한 도덕, 평화를 사용해 기초를 만들고 세계를 통일해 대동(大同)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 중국 인민들의 책임이라고 봤다. 여기서 지시되는 도덕은 유가의 충효, 인애, 신의, 평화인데 그는 각각에 시대적인 새 의미를 부여했다. 대표적인 예로 그의 심중에 ‘충(忠)’은 충군(忠君)이 아니라 국가에 충성하며 백성에 충성하며 일에 충성하며 4억 인민에 대해 충을 다하는 것이다.

구이빈(賈亦斌)은 다섯 가지로 손문의 평화사상 안에 들어 있는 함의를 설명하는데, 첫째 통일은 중화민족 심령 깊이 들어 있는 역사의식이며, 둘째 통일은 전체 인민의 근본적인 이익과 공동의 희망이며, 셋째 통일은 완전한 통일이어야 하며, 넷째 통일의 방식은 평화통일에 힘을 써야 하는 것으로 국민회의 소집을 주장했다. 그리고 다섯째 평화통일 실현의 최대 장애는 군벌과 제국주의라고 지적했다.

이런 손문의 평화사상이 현실 문제에 어떤 의의를 주는지 살펴보자. 첫째,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지적이다. 손문은 일본이 서방을 모방해 대외적으로 강권주의를 실시하며 주변국들을 침식하는 군국주의의 길을 반대했다. 제국주의에 반대해 민족의 자결과 자주를 주장하는 손문의 입장에서 일본제국주의의 침탈이 가지고 있는 동아시아의 평화에 대한 위협을 지적한 것이다.

둘째, 대만 독립에 대한 문제이다. 대만은 갑오전쟁의 실패로 만청이 일본에게 헌납한 곳이다. 이 때문에 손문은 일생 대만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혁명가로서 살아가면서 그는 대만을 회복하는 것을 혁명의 주요목표 가운데 하나로 여기기도 했다. 1900년 9월, 1913년 8월, 1918년 6월 그리고 1924년 11월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친히 대만을 방문해 대만 사회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자 했다. 분명 손문의 이런 행보는 대만이 중화민족에 대해 어떤 의의를 지니는지 잘 보여주는 것으로 오늘날 몇몇 분리주의자들에 의해 대만 독립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 충분한 의의를 준다고 볼 수 있다.

설충수/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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