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갈등을 근세 평화사상가들의 삶과 사상을 통해 풀어보기 위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사)평화한국(허문영 대표)이 주최한 ‘21세기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모색’(한중일 근현대 평화사상가를 중심으로)이 그것이다. 23일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대회엔 한중일 학자, 목회자, NGO 활동가 등이 참여해 안중근, 쑨원(孫文), 우찌무라 간조(內村鑑三)의 평화사상에 대한 활발한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그 중에서 발제자의 발표를 요약했다. 발표 전문과 토론문이 필요한 독자는 (사)평화한국(www.peacecorea.org·02-515-2633)으로 문의하면 된다.                                          -편집자 주

우찌무라 간조는 명치 시대의 일본을 대표하는 사상가, 기독교 전도자이다. 그의 무교회주의는 일본 태생의 기독교신앙의 형태이나 김교신, 함석헌 등 한국 기독교 신자에게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의 평화주의의 최대 특징은 성경에 근거를 두었다는 것이다. 우찌무라는 성경, 특히 신약성경은 절대적 평화를 명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더욱이 군국주의에 의해 얻어지는 물질적 이익은 결국 도덕의 퇴폐를 초래하고 인간을 타락시키며(그 전형이 아시오광산 사건이다) 나라를 멸망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 전쟁의 폐지를 호소했다. 그의 비(非)전쟁론은 농업 중심의 소국을 이상으로 하는 국가관과도 연결되는 것이고, 일본이 세계에 공헌하기 위해서는 병력의 행사가 아니라 정의를 실행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스스로를 비전쟁론자임과 동시에 애국자라고 생각했다.

단, 평화주의의 제창이 그의 제일 목적은 아니었다는 것에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평화를 호소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자체가 그리스도인이나 그 집단의 직접적인 목표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사명은 어디까지나 복음전도에 있고 사회적 실천은 신앙의 결과로써 생기는 것이라고 우찌무라는 생각했던 것이다.

우찌무라가 평화주의를 주장한 언동 속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러일전쟁 때에 했던 비전쟁론일 것이다. 우찌무라는 처음부터 전쟁 전부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미국 아모스트대학에서 공부하고 사회진화론적 역사관을 습득한 우찌무라는 청일전쟁 시작 시점까지는 이 전쟁이 청나라에 의한 봉건적 지배에서 조선을 해방하는 ‘정의를 위한 전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개전을 찬성하고 구미 제국에 대해 일본의 입장을 변명하는 문장을 발표하는 일도 한 것이다. 그러나 1897년 청일전쟁의 강화조약이 성립한 이후 우찌무라는 이 전쟁이 의전(義戰)이 아니라 욕전(欲戰)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명치 정부를 지지한 것을 심히 반성하게 되었다.

단지 그것은 청일전쟁이 義戰이 아니었다는 것이고 여전히 義戰은 있을 수 있다고 하는 입장이었다. 이후 1900년에 우찌무라는 <성서의 연구> 잡지를 창간하고 본격적인 성경연구의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성경 말씀을 풀어가는 가운데 전쟁에 대한 생각도 크게 변화되고 절대 비전쟁론을 주장하게 된다. 그렇다 해도 성경 외에도 비전쟁론에 이르게 된 이유로서 『내 생애의 경험(실체험)』 『과거 십년의 세계역사』 그리고 미국의 평화주의적 신문 <The Springfield Republican>을 들고 있다. 우찌무라의 비전쟁론은 관념적인 것이 아니고 그 실체험을 통해 강화되고 나아가 객관적인 역사, 국제정세의 분석을 통해 얻어진 근거를 가진 것이었다. 그리고 일본이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돌진하려고 했던 1903년 6월 우찌무라는 <만조보>에 전쟁폐지론을 발표해 스스로가 절대 비전쟁론에서 서 있음을 분명히 했다. 우찌무라는 사장 구로이와 로이코우가 개전을 지지하자 <만조보>를 퇴사하여 당시 일본 그리스도인의 주류가 전쟁을 찬성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비전쟁론 주장을 계속하였던 것이다.

▲ 이와노 유스케 관서학원대학 교수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한편 우찌무라는 양심적 병역거부에는 부정적이었다. 우찌무라는 병역을 거부하면 비겁자라 버림받아 비전쟁론 그 자체에 의혹이 향하게 되고, 또한 가령 병역을 거부하면 다른 누군가가 대신 소집되어 희생이 되기 때문에 그보다는 병역에 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런 병역에 응한 평화주의자의 전사는 인류의 죄를 구속하는 속죄사가 된다고 생각했다. 제자의 한 사람인 하나마키의 사이토우 슈우지로가 병역거부를 결의했을 때 직접 하나마키에 찾아가 진리와 그 응용을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하고 결과로써 가족, 친지에게 줄 수 있는 악영향을 생각해 생각을 바꿀 것을 설득했다.

1918년에 시작되는 재림운동도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참극에 대한 그의 평화주의적 응답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기독교 국가이고 전쟁 초에는 중립을 지키고 있던 미국의 참전이 우찌무라에게 준 충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로 인해 우찌무라는 사회진화론적 역사관을 완전히 버리게 되고 평화는 인간의 손으로는 성취할 수 없고 하나님의 손에 의하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아가 우찌무라는 이 생각을 넓혀서 ‘사람이 정치적인 점에 있어서는 미국의 민주주의도 독일의 제국주의도 아무런 다른 점이 없다’라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이상적 사회와는 멀지만 어느 정치체제가 조금이라도 인간의 자유를 실현시키고 이상에 가까운가, 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찌무라의 태도는 극단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찌무라의 평화주의는 독선적인 충군애국을 초월한 관점이 겸비되어 있으며 당시의 일본 상황을 생각하면 지극히 선전적인 것이었음은 분명하다. 그의 평화주의는 야나이하라 타다오(1893-1961), 마사이케 메구무(1900-1985), 이시가 오사무(1910-) 등의 무교회주의 2세대, 3세대로 이어지고, 그들에 의한 평화운동은 그후의 일본평화주의 역사에 있어 한 조류를 이룬 것이었다.

이와노 유스케/ 일본 관서학원대학 교수

이와노 유스케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