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어느 소문난 잡지사가 3개월 연재로 원고를 써달란다. 주제는 세 가지다. 통일의 필요성, 북한 기독교의 현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한국 교회의 역할이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한국교회가 꾸준히 남북분단을 뛰어넘어 하나 되는 남북통일에 관심을 갖고 있음이다. 사실, 남북의 대치는 남북의 미움으로 바뀌어 언제 전쟁이 벌어질지 모르는 위기일발의 긴장상황을 연출한다. 게다가 북한을 보는 남쪽의 입장도 달라 서로가 예민해지면서 남남갈등의 현장이 되고 있다. 상당한 국민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념의 색안경을 쓰고 서로를 판단하고 내 편 네 편으로 나누어 싸우며, 긴장 구조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그 에너지 소모는 도를 넘고 있다.

무엇보다도 분단은 서로 사랑하라는 성경의 요청을 거역하는 거대한 방해꾼이다. 적은 땅에서 남북으로 나눠 오도 가도 못 하며, 행락철만 되면 한반도의 남쪽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주차장이 된다. 아니 좁은 땅덩어리에 살면서 주차장 싸움이 여기저기 살인을 부르고 있다. 거기다 군비경쟁으로 치닫는 북한은 가난과 인권부재의 땅으로 백성들이 고난에 처해 있다. 통일은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으며, 통일은 자유를 향유할 수 있게 하며, 통일은 서로가 오고 가게 하며, 통일은 미움과 갈등을 그치고, 우리가 가진 것을 서로 나눌 수 있으며, 서로를 이해하며 손에 손을 잡고 금강산도 백두산도 오가며 그래도 좁지만 조금이라도 숨통을 틀 수 있는 축복이 된다.

그래서 한반도의 비전을 세계로 향하는 발판이 마련되는 기회가 된다. 물론 절대로 통일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땅의 통일, 법의 통일은 통합화의 첫 단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땅의 통일 이후에도 하나 됨을 위해 우리는 무던히 인내하며 진정한 하나 됨을 만들어 가야 함도 과제이다. 곧 사람의 하나 됨은 언제고 요구되는 인류 역사의 과제이다. 통일 25년이 된 독일의 경우도 결코 예외이지 않다.

‘통일 대박론’으로 한참 뜨거웠는데, 찾아오는 겨울과 함께 순이 죽는 것 같아 마음이 그렇다. 무슨 인기가요 차트도 아니고, 이 정도 수준이라면 소신도 철학도 없는 게 맞다. 그저 언론에 한탕주의로 퍼뜨리는 수준이라면 사실 미래는 없다. 점점 서로 간에 무기 경쟁하여 전쟁 준비나 해서 긴장 팽배하게 만들고, 내부단속 잘 하면 그것으로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참모의 소신 없는 화려한 글 솜씨에 우리의 미래가 추위 속에 얼어붙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 늘 필자가 강조해온 것이 있다. 소신 있는 지도자의 통일철학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이다.


▲ 지난 1월 6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모습.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청와대

첫째, 통일부를 정부로부터 독립시키라는 것이다. 통일부를 남북교류협력부로 바꾸는 일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통일부 장관은 국무총리급으로 높여 대통령의 임기와는 어긋나게 국회를 통해 임명하며, 정말 소신 있게 남북통일의 길을 가도록 해야 한다. 70년 분단을 뛰어넘는 남북통일은 그 어느 한 정권에 예속된 정치 사안이 결코 되어서는 안 된다. 민족의 백년대계를 바라보며 그 어떤 문제가 대내외적으로 발생하더라도 한 길로 밀고 나가야 하는 국사 중의 국사이다. 그런데 매 정권마다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우며 통일을 위한다는 새집 짓기를 하니, 그 에너지의 소모가 거대하고, 큰 소리를 치나 실상은 늘 제 자리 걸음이다. 지금까지 축적된 노하우가 없고, 앞선 정권의 나름대로의 공을 무너뜨리며 일개 정권 차원의 일로 남북통일은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니, 이 일에 일생을 투자해 일하는 연구자들은 새 정권이 들어서면 어느 장단에 춤을 맞춰야 할지 몰라 눈치만 보다 세월을 보내고 있다.

둘째, 치밀하고 균형 잡힌 남북통일헌장을 국민투표를 거쳐 완성하여, 그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지 그들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한 길로 가는 통일준비를 할 수 있게 해야 하겠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이 그 남북통일헌장은 한반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화로운 삶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로드맵도 없이 그 어려운 통일의 길을 가려는 것인지, 그것도 70년 동안이나! 이제라도 통일의 길을 따라 그 길을 묵묵히 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무엇보다도 통일의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얼마나 어려운 존재인지를 인식할 때 한국정부는 보다 치밀한 로드맵을 가지고 그들에게 알려주며, 우리가 갈 길이 어떤 길인지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셋째,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너무 정치적으로만 남북의 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인간의 삶이 정치로만 풀 수 없는 것이 너무도 많음을 상식으로 알건데, 어찌 된 일인지 남북분단을 넘어서는 일을 정치가가 정치로만 풀려는 마음을 먹는 것 같아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정치가 막히면 남북의 일이 다 막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육지의 길이 막히면 하늘의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듯이 수많은 가능성과 다양한 채널을 동원시키는 지혜를 가져야 하겠다.

사실 정치가들의 독점물로 남북의 문제를 여기는 것은 '조용한 개신교 혁명'으로 일컫는 독일통일의 경우에서나, 크고 작은 인간사의 화해나 하나 됨을 볼 때도 어리석은 일이라 할 것이다. 통일을 위해 통일을 누릴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야 통일 후에도 바람직한 자유로운 민주국가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하겠다. 결코 통일은 그 누구의 전유물이 될 수 없음을 정부가 분명히 기억하고 함께 이루는 통일이 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이 일을 이루었으면 한다.

주도홍/ 백석대학교 교수, 기독교통일학회 명예회장

주도홍 joud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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