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Volk)이라는 개념은 독일을 통일시킬 수 있었던 근간이며 기초였고, 방향성이면서 동시에 전제이기도 했다.”

박영환 서울신학대 한국기독교통일연구소장(사진)의 말이다. 박 소장은 26일 오전 목원대 신학대학이 주최한 통일포럼에서 ‘나의 통일운동-신학교육’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나는 서독에 살면서 1990년과 1991년 독일의 통일 현장을 생생히 지켜보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렇다면 이러한 민족을 바탕으로 한 독일 통일의 과정에서 남북통일에 적용할 점은 무엇일까? 박 소장은 “한반도 통일교육은 무엇보다 ‘한민족’이라는 개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며 “서로의 공통된 생각과 언어, 동질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 온 남북의 체제가 하나되기 위해서 민족이라는 울타리는 커다란 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학교육의 틀 안에서 민족을 하나로 연결하는 방법으로는 ‘민족복음화’를 제시했다. 박 소장은 “통일교육은 남과 북이 하나 되어 서로를 돕고 협력하며 살아가는 복된 나라를 만드는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며 “결국 신학교육은 북한에 복음을 전하는 사역, 즉 민족복음화에 대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민족복음화를 위해서는 신학대 내에 통일교육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소장은 “통일교육은 신학교육을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면서 “신학교육은 통일운동의 물꼬를 트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 근거로 박 소장은 △신학교육은 통일운동을 당면한 사명으로 보아야 하고 △신학교육은 통일운동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사랑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소장은 “예수 그리스도는 땅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하라고 명령하셨고, 이런 부르심의 가장 큰 과제가 민족복음화라 할 수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통일운동은 당연히 기독교가 해야 할 과제이며, 최후까지 풀어가야 할 남한 교회와 기독교의 마지막 역점 과제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기독교계에서 제기해온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나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 박 소장은 “통일운동은 이런 적대적 감정으로 북한을 상대해서는 안된다”며 “남과 북이 통일되려면 동일하게 북한의 밝은 면도 바라봐야 한다. 북한 사회의 명암을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이러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이 모든 통일운동의 근간과 바탕이며 정책과 전략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통일운동은 단지 하나의 직업이나 행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학교육이 통일운동을 긍정적으로 파급시키는 강한 효과가 있다고 전제한 박 소장은 “남한 사회에서 반(反) 북한운동의 근원지가 기독교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남한정부의 반(反) 북한운동-반공궐기대회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력들의 대부분은 교회와 기독교단체들이었다”며 “그러나 만일 이러한 기독교 세력이 통일운동을 주도한다면 어떨까? 그 파급효과가 대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소장은 “우리가 통일운동을 제대로 펼치려고 한다면 무엇보다 무조건적인 반공주의를 이념으로 갖는 세력들이 돌아서야 할 것”이라며 “일부 남한의 극우보수세력들의 슬로건처럼 ‘무찌르자 공산당, 때려잡자 북한군’이 주요한 노선으로 자리잡고 있다면 평화로운 통일운동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하지만 이런 일에 협력한 반공기독교세력이 통일운동으로 돌아선다면 통일운동의 지반이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런 통일운동을 지지하고 뒷받침하는 일은 오직 신학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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