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의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식량공급 체계 구축 방안

지난 두 세기 동안 지구상의 인구는 7배 늘어났고 경제규모는 68배 늘어났다. 인류의 삶은 전체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지만, 두 가지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는 자연착취→환경오염→생태계 파괴→종의 대절멸 촉진, 즉 인간이란 종의 지구생명 파괴 문제이고, 또 하나는 인간의 인간지배 구조화와 자본의 세계화에 따른 지구적 규모와 국내적 규모의 빈부격차, 사회공동체 파괴 문제이다.

미국 듀크대의 생물학자인 스튜어트 핌 교수가 이끈 국제연구팀은 생물종 멸종이 인간의 지구상 출현 이전에 비해 1000배 가량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2014. 6. 11 한겨레)고 발표하여 큰 충격을 주었다. 제6차 종의 대절멸이 인류의 과도한 생산, 소비 행위로 계속 앞당겨지고 있는 지금, 과연 ‘지속가능 발전’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시간은 있는가?

1970년대는 인류역사와 우리 역사에 가장 중요한 시기로 기록될 것이다. 인류는 처음으로 대량생산-소비-폐기문제가 전면화되어 환경과 인간문제로 국제회의를 개최(1972년 스톡홀름 회의)한 이후 환경오염, 쓰레기 문제를 주요 의제로 채택하였다. 우리는 통일벼로 상징되는 화학농업의 전면화와 중화학공업의 중점 추진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공해”라는 단어가 나온 연대이다. 지속가능한 한반도 식량자급이란 주제는 세 가지를 포괄하며, 이를 종합적·장기적으로 면밀하게 실천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그러나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과제이다.

첫째, 한반도의 통일 또는 통일에 준하는 남북의 평화공존 협력체제이다.
둘째, 한반도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체제의 수립, 실천이다.
셋째, 한민족 전체의 식량 자급기반 구축이다.

위기다. 전면적, 총체적 지속적 위기이다. 민주주의의 위기, 사회해체의 위기, 경제의 위기, 생명자원(식량, 물, 불)의 위기… 생태계 파괴의 위기, 뭐니 뭐니 해도 제일 근본적인 위기는 생명의 위기, 지구생명 공동체의 위기이다. 우리의 위기는 이 모든 위기의 종합이며 심화이다. 남북분단구조와 대결상황에서 남쪽은 과잉으로, 북쪽은 과소로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글 앞부분에서 말씀드린 한반도의 통일과제, 지속가능발전체제, 식량자급기반 구축에 대해 큰 틀의 원칙과 실천 방략에 대해 소략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어려움과 모순이 깊어지고 계속되다 보니 원칙보다는 부분적 현상에 일희일비하고 꾸준한 실천보다는 획기적 전술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 한반도 한민족의 지속가능한 식량자급기반을 이루는 데 원칙과 방향을 정리하여 작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첫째, 둘째 과제는 중점사항을 말씀 드리고 셋째 과제인 식량자급에 대해서는 조금 더 종합적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통일로 가는 길
남북분단은 외세가 개입한 결과이다. 물론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해방하지 못한 점도 사실이지만 우리의 분단은 압도적으로 외세의 작용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통일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요 또한 현실적이다. 우리의 통일은 남이 해주지 않는다. 외국 특히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은 우리가 올바른 관계를 맺고 우리의 통일과업에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지 그들에게 너무 의존하면 될 일도 되지 않게 된다. 전문가들이 국제역관계 특히 동북아 세력 재편기의 상황과 조건을 제대로 분석하는 것은 좋지만 쓸데없는 이론 전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정치인들의 사대주의적 자세는 통일의 길을 어지럽힐 뿐이다. 자주와 자율은 배타와 타율이 아닌 나의 운명을 스스로 열어나가는 지극히 당연한 삶의 자세이다. 다음은 대북정책의 문제이다. 북한이 우리에게 많은 잘못을 하고 있는 것은 모두가 잘 안다. 확실히 정리하고 꾸준한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북한이 계속 잘못하니까 아예 상종을 하지 않겠다.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북한이 꼼짝 못하도록 제재하고 억눌러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위의 두 가지 가 다 비현실적이면 남은 것은 분명하다. 북이 잘못하더라도 꾹 참고 길게 내다보며 우리 민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계속 교류·협력하는 것뿐이다.

이렇듯 우리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주의 정신, 꾸준한 대북 교류협력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인 “우리 내부의 합의”가 필요하다. 4대 강국과는 선린우호관계를 계속 강화하는 것이 우리의 생존과 통일에 도움이 됨은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통일은 내부통일(내부 통합), 소통일(남북통일), 대통일(자연과의 공존, 해외동포와의 경제문화 협력망)의 통일 과정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

지속가능한 발전
자본의 압도적인 지배구조, 자본의 세계화, 화석연료 대량소비에 토대한 대량생산-유통-소비-폐기문명은 결국 자원의 고갈,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를 촉진하여 결정적인 생명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지난 100년간 지구는 평균기온이 약 0.8도 올랐다고 하는데 한반도는 그 두 배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비중이 임계점인 350㏙을 넘어 벌써 400㏙을 지났다. 전 지구적인 노력으로 해마다 이를 3~5%씩 줄여나갈 수 없다면 한반도의 중북부는 앞으로 20~30년 안에 심각한 사막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10년에는 우리나라 토종벌이 97% 집단폐사(정부 발표는 76%뿐)했고 구제역, 조류독감, 멸종위기종의 확대 등 한반도의 생태계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 40여년 대한민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압축성장 그리고 압축 민주화는 그 위대한 성취와 함께 이제 한반도의 생명자원 고갈과 종의 절멸이라는 어두운 측면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자동차 보유대수는 1960년 3만대에서 2013년 1900만대로 633배 팽창하였다. 전기는 1972년 설비용량 250만㎾에서 2013년 8100만㎾로 32배 폭증했다. 1970년 대비 2010년 남한의 농토는 30% 줄어든 반면 도로는 250% 늘어났다. 요컨대 한강의 기적은 “화석연료를 엄청나게 많이 쓴 불의 확대 역사”이다. 한반도가 너무 뜨겁다. 우리의 과제, 인류의 과제는 “어떻게 하면 불을 덜 쓰고 행복할 수 있겠나?”이다. “독점과 차단”의 사회구조를 어떻게 하여 “공존과 순환”의 그것으로 바꿔낼 것인가? 화석연료 다소비 동력체제(에너지 시스템)을 어떻게 하여 자연동력 체제로 전환할 것인가? 대량생산-유통-소비-폐기라는 거대문명을 어떻게 적정문명으로 전환할 것인가?

이 세 가지 과제를 종합하여 장기적으로 실천하는 길뿐이다. 우리 민족, 그리고 인류는 “생명의 위기와 문명의 대전환”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시간은 있는가? 현실적이고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실천방략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런 실천방략이 나와도 현재의 대의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가지고 실효성있게 추진될 수 있는가? 이 모든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질문이고 해법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가기 위해서는?

첫째, 생각을 바꿔야 한다. 즉, 생명의 가치관을 확립하는 것이고, 이를 모든 것에 관철해야 한다.
둘째, 생활을 바꿔야 한다. 지금의 더 많은 소유와 더 많은 쓰레기 폐기 생활을 작은 소유와 순환의 생활질서로 바꾸는 일이다.
셋째, 세상을 바꿔야 한다. 자본의 사유화와 사회화를 넘어선 공유화, 협동화에 토대한 호혜 경제구조로 가는 일이다.
셋째, 문명을 바꿔야 한다. 물질중심 문명을 생명중심 문명으로, 거대문명을 작은 문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런 위대한 전환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생명의 위기에 처한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위대한 전환은 “교육개벽”과 “정치혁명”으로 가능성을 현실화 할 것이다. 교육개벽의 요체는 개별적 존재인 인간이 혼자서도 노동해서 살 수 있는 교육, 아름다운 말을 쓸 수 있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교육, 그리고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협동도 하고 창의적 경쟁도 할 수 있는 협동적 경쟁, 사회적 공공심과 우주적 공공심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교육과 함께 우주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우주와의 관계, 생명과의 관계를 이해하며 진선미 그리고 영원을 추구하는 교육 내용을 통합하는 것이다.

이 교육은 체, 덕, 지의 강조와 통합으로서 그리고 이론과 예술, 노동, 체육을 융합한 형식과 내용으로 개벽의 문을 열 것이다. 정치혁명은 지방분권 고도자치, 직접민주주의 강화, 4권, 5권 분립 권력구조 등으로 오늘의 과두대의제의 병폐를 극복하고 끊임없는 정치교육, 인문 교육으로 민주주의 토대를 튼튼히 하며 지속적인 쇄신책을 강구할 것이다.

한민족의 지속가능한 식량자급
지속가능한 식략자급 과제는 두 가지 과제를 병행 또는 통합 실천하는 것이다.
첫째, 대한민국 국민의 식량을 자급하는 일
둘째, 한반도 한민족 전체의 식량을 자급하는 일

동시에 자급과제의 바탕은 지속가능성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식량자급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식량자원의 위기”를 깊이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위기의 정직한 인식과 수용 없이는 그 어떠한 정책도 일시적 임기응변으로 끝날 것이기에 그렇다. 그 다음은 낡은 경제이론과 시장이론을 극복하는 것이다. 비교우위설에 입각한 식량수입, 식품개방론, 단일한 세계시장과 과학기술을 강조하며 식량증산과 무역에 대한 신화를 유포하는 것은 과거에도 그렇지만 “지금부터는” 정말로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들이다. 우리와 일본만 빼놓고 제대로 산다는 나라, 힘센 나라, 발전가능성이 많은 나라는 다 농업에 식품의 안전에 과도할 정도로 신경을 쓴다. 또한 우리가 피해야 할 것은 “국토가 특히 농토가 협소하기 때문에 식량자급은 안된다”는 근거없는 자연결정론과 숙명적 패배의식이다. 우리가 굳건하게 견지하고 꾸준히-대략 20년 계획- 실천해야 할 지속가능한 한반도 식량자급의 길은 대략 아래와 같다. 지속가능한 식량자급은 땅 물 종자 사람 동력 시장 무역 식문화 등등을 종합하여 추진할 사안이지만 몇 가지 관점과 실천방략을 제대로 수립,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식량자원을 얻고 가꾸어 나갈 공간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실천이 긴요하다.
한반도는 육지 면적인 대략 22만㎢ 이며 그 중 산지가 75% 정도이다. 또한 바다는 동서 남해 면적이 233만㎢이다. 우리의 지속가능한 식량자급은 우리의 전체 강역인 255만㎢의 농토 산 강 바다를 다 포괄하는 시각과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는 남북한의 농토 약 350만 정보(ha)에서 주곡을 얻어낼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 산지 약 1700만 정보에서 식용유 약재 천연디젤유를 생산해 낼 것이다. 우리는 약 2억 3300만 정보의 바다에서 우리의 식량 40%를 키워내고 수확할 것이다. 7500만 민족이 2억 5500만 정보의 땅과 물에서 지속가능한 식량을 얻지 못할 리가 없다. 농토, 산 강 바다를 통합한 식량자급 계획이 시급하다.

2)농토를 확대하고 기름지게 하고 두벌 세벌 농사를 한다.
1970년대 만해도 남한은 농토가 230만 정보요 북한도 200만 정보가 넘었다. 지금은 대략 각각 170~180만 정보이다. 남북 함께 60만 정보씩 새로운 농지를 확대할 수 있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350만 정보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름진 옥토로 전환시켜야 하고 경사도 20도 미만의 산지의 농지화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산지의 농지화는 자연조건 친화형의 원칙을 실천한다. 이렇게 해서 확보된 약 470만~480만 정보의 농토의 이용률을 높여서 실질적인 우리 농토 면적이 800만 정보의 노릇을 하게 된다. 우리의 건전한 식생활 구조라면 국민 1인당 년 350㎏의 식량이면 된다. 7500만 통일한국 국민의 식량은 대략 2500~2600만t 정도이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 1인 평균 연 400㎏은 지나치다. 470만 정보에서 우리는 식량작물을 1600만~1800만 얻어내고 두벌 세벌 농사를 하면 2000만t 이상에 도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3)잘못된 식품소비구조를 혁파하여 식단교육을 모든 교육의 바탕이 되게 해야 한다.
곡물, 채소, 과일, 해산물, 해조류, 육류를 골고루 먹는 것이 우리의 건강한 밥상이다. 지금의 과도한 육류 소비지향형 식품 소비구조를 극복하여 건강한 개인과 건강한 농업구조가 작동되도록 한다. 현재 우리의 식생활 중 육류의 양을 50% 이상 줄이는 것은 단순히 곡물수입을 500~600만t 줄이는 것을 넘어 한국인의 건강을 회복하는 생활혁명이며, 우리의 농업구조를 정상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한반도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데 큰 요소가 된다.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교육이 전면적이고 상시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13세까지의 어린이 식단, 20세까지의 청소년 식단, 50세까지의 한참 일하는 장년식단, 70세까지의 성인병 예방식단, 70세 이후의 노년 식단 교육 그리고 임신여성 가임여성에 대한 교육, 육해공군의 밥상교육이 특화되어서 꾸준히 수행되어야 한다. 동학의 가르침인 만사지식일완(萬事知食一碗)처럼 밥과 농업은 인간과 우주의 협력작업의 산물이다. 그래서 밥은 생명의 밥이며 모두가 나누어야 하는 두레의 밥상인 것이다. 생명의 밥, 두레의 밥상이 식생활교육, 식품구조의 핵심이다.

4)이 모든 것을 담당하는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정책이 지속가능의 사회와 자연이 되도록 바뀌어야 한다.
자연과의 협력과 공존, 인간 사이의 협력과 공존이 되는 생명의 농업, 생명의 터전으로서의 농촌, 생명의 일꾼인 농민을 육성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대규모 기업농, 부자농은 우리가 갈 길이 아니다. 자본이 땅을 기름지게 할 수가 없고 열매를 안전하게 하고 지렁이와 벌레가 같이 살 수 있게 하지 못한다. 가족농이, 소농이 경쟁보다는 협동이 땅을 살리고 농업을 살리고 도시민을 살리는 생명의 농업으로 갈 수 있다. 3대가 같이 살며 마을공동체가 작동되는 소통과 순환의 구조가 다시 살아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