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아닌 최경환식 노동시장개혁

내년도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 여러 가지 진단과 전망이 쏟아지는 시기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 여러 기회를 통해 “내년은 구조개혁과 경제 활력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해가 될 것”이라고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구조개혁을 강조한 데는 경제부총리 취임 후 41조 원에 달하는 전례 없이 적극적인 재정·금융정책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한몫하고 있다. ‘한국판 아베노믹스’라고 불리기도 했기 때문에, 최근 아베노믹스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부쩍 많아진 것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실질임금 증가율, 노동생산성 증가에 못 미쳐
구조개혁에 관해서는 금융과 노동, 교육 부문의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이 세 부문은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에서부터 그 취약성이 누누이 지적되었으나 별다른 구체적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았던 대표적인 부문이다. 그 가운데 이번에 노동시장개혁이 예고됨으로써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부총리의 언급을 통해 현재까지 나타난 개혁 방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노동시장 개혁”으로 요약되고 있다. 현재 노동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심각하다”는 데서 찾고 있다. 따라서 1순위 정책은 정규직에 대한 보호수준을 낮추는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을 중심으로 하는 재계는 이러한 주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대통령도 “일부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 등은 노사간, 노노간 갈등을 일으켜서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애물”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여론의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노사간에도 벌써 찬반이 거칠게 엇갈리고 있다.

모든 사회, 경제적 개혁은 그것이 성공하려면 명분과 논리적 근거, 그리고 그 효과에 대한 합리적 기대가 제시되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용보호지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지난해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 지수는 회원국 평균치에 모자란다. 그것도 34개 회원국 가운데 22위로 조사되었다. 정규직의 고용불안 정도도 매우 높다. 만약 그렇다면, 정부의 정규직 과보호론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게 된다.

1998년 외환위기 이전에 대체로 안정화되어 있던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비중은 그 이후 급격히 기업소득의 비중이 커졌고, 지금도 그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급증하여 경제부총리조차도 우려할 정도가 되었다. 지난 5년간 기업소득의 증가율은 19%를 넘지만, 같은 기간 가계소득의 증가율은 2%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지난 20여 년간 실질임금의 증가율은 일관되게 노동생산성 증가에 미치지 못했다.

정규직 과보호가 아니라 비정규직 저보호가 문제
이렇게 보면 현재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는 노-사간의 불공정한 생산성-소득분배를 기본축으로 하고, 그 위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저보호, 저임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즉, 정규직 과보호보다는 비정규직 저보호가 문제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노동계의 입장에서는 이번 노동시장 개혁론이 노-사 관계를 노-노 갈등 문제로 만드는 것에 불과하게 된다.

노동시장개혁의 기대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의 여지가 커진다. 즉, 임금소득과 기업소득간의 격차확대를 그대로 둔 채 정규직의 보호를 낮추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좁힌다고 해서 내수부진과 경제 활성화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끝으로 이번에 내놓은 노동시장 개혁방안은 최 부총리가 취임시 내놓은 ‘가계소득증대를 통한 내수 확대’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소득증대를 통한 내수확대’를 현재 세계 경제의 정책적 돌파구로 보는 모든 국제적 연구들은 생산성에 맞는 임금 인상,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교육훈련과 적극적 취업알선 등), 영세자영업자의 경영 안정, 그리고 사회복지정책의 유지 등을 대안으로 보고 있다. 정규직의 조건을 비정규직에 가깝게 만드는 방법은 아무 관련이 없다.

유철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유철규 yoocg@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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