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은 김정일의 3주기 날이었습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대부분의 북한식당들이 이날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았지만, 올해에는 문을 연 북한식당도 많았고,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북한 사람들이 시내에 있는 큰 북한식당에 모여 기념식을 가졌는데, 물론 유학을 와 있는 북한 학생들도 당연히 학교를 결석하고서 그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특이할 만한 것은 대부분의 북한 유학생들이 결석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싫은데 억지로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실제 푸념을 늘어놓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24일에는 북한 사람들이 실내체육관에 모여서 다 같이 체육대회를 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는 북한 유학생에게 상품도 준비한다고 해서 “참 재미있겠다. 부럽다. 우리도 그런 거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더니 이 역시도 다소 귀찮아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그래도 어차피 참여할 바에야 꼭 상품을 따겠다며 의지를 불태워서, 시합에 이길 수 있는 비법을 몇 가지 전수해 주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연말이 다 되어 갑니다.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방송가에서는 각종 시상식이 열리고 언론매체들에서는 사회 전반에 걸쳐 10대 뉴스, 내년을 바라보면서 희망뉴스 등을 발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민족중보자 여러분들께서도 개인적으로 한 해를 정리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굵직한 사건들이 떠오르시겠지요! 우리네 삶이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할진대 꼭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더 열심히 살걸, 그때 이렇게 할 걸…’하는 아쉬운 마음들이 늘 밀려오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회화시간에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씩 이곳에서 생활하셨는데, 각자가 거둔 수확이 무엇인지 나누어 봅시다.” 이 말씀에 학생들은 저마다의 대답들을 내놓았습니다. “중국의 문화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니하오 밖에 모르던 내가 이제는 제법 알아듣고 사람들과 의사소통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등등 많은 대답이 나왔습니다.

이윽고 제 차례가 되었을 때 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교라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공간에서 남과 북이 함께 있고, 서로 대화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우리들에게 너무 고마운 곳입니다.” 물론 북에서 온 학생의 안색을 살피는 일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들도 진지한 표정으로 들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매년 다사다난했지만 유독 더욱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던 2014년 한 해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는 이 시간에 서 있습니다. 바울의 고백처럼 뒤의 일들은 잊어버리고 앞의 일들을 생각하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기로 결정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북한 국가우표발행국이 발행한 김정일 3주기 기념우표

북한 사람들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북한 체제는 바뀌지 않는다는 거짓된 믿음에 사로잡혀 있기보다는 십자가 사랑으로 딱딱하게 굳어진 북한을 녹이고 바꿀 수 있는 예수의 사람들이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오직 하나님만이 그 일을 하실 수 있음을 확신하며 더욱 기도에 힘쓰는 민족중보자들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정치인, 경제인, 종교인 할 것 없이 저마다 나름대로 남과 북의 관계가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최선을 다했겠지만 여전히 남북 사이의 거리는 멀기만 한 것 같습니다. 새해에는 서로를 공격하고 피흘리기보다는 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 소통하고 배려하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분단 70년의 해가 드디어 하나 됨의 원년의 해로 바뀌어 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제공: 바나바 선교사(PN4N 파송선교사)

북한과 열방을 위한 중보기도네트워크(PN4N) 제공, www.pn4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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