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19일, 개표부정을 포함한 수많은 부정선거의 증거들이 드러난 가운데 18대 대선 2주년을 맞았다. 이어서 금년 1월 4일은 그러한 선거부정에 항거하여 ‘제18대대통령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때는 2천여명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금은 거의 1만 명에 가까운 이들이 가담하여 이 무효소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공직선거법(제 225조)에 소송이 제기된 지 6개월 안에 이를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재판개시 기일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단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이 몇 차례 항의, 독촉했지만 묵묵부답이란다. 보다 못해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통해 국회에서 질의토록 했으나 곧 시작할 것이라는 답변만 겨우 끌어냈다고 한다.

18대 대선 개표부정에 대해서는 남아 있는 전산자료들과 몇 권의 '부정백서' 책자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책자를 통해 선거부정을 폭로한 한영수 김필원 두 분은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선거 관련 종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죄목이다. 두 분의 책자를 통해 '부정선거'를 조사하여 밝히면 명예훼손이 될 것인지 아닌지 명백해질 것 같은데도, 거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다보니 어떻게든 그들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데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벗을 수가 없다. 더구나 처음 명예훼손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경찰에서 ‘해당없음’이라고 한 문제를 검찰은 오히려 그들을 구속기소까지 했으니 이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그 뒤 몇몇 목회자들이 개표 때에 수개표를 하지 않은 여러 지역선관위원회를 고발했지만, 검찰은 대부분 무혐의 처분하고 말았다. 무엇을 말하는가. 선거부정을 조사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공직선거법에서 6개월 안에 제기된 소송내용을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선거진행 과정에 불법 탈법이 있었거나, 혹은 부정으로 당선된 이들이 있다면, 그 불법당선자가 자리를 잡기 전에 물러나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권의 정통성과 정치적 안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18대 대선에 대한 선거무효소송은 어떤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의해서 제기된 것이 아니고, 그 부정을 인지한 민주시민에 의해 자발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그만큼 정치적 의도나 정쟁의 소지가 적다고 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도 그것은 속히 해소되어야 할 근거를 상대적으로 높게 갖고 있다. 민주시민의 자발적인 소송제기는 후보를 냈던 정당의 정권 쟁취의 의도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선거진행과정에서 나타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부정들을 간파했기 때문이었다. 소송이라도 내어서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 선거를 통한 국민 의사의 정직한 반영이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런 국민의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까지 미적거리고 있다. 한심하다 못해 분노가 치민다.

18대 대선을 치른 지 약 1년 동안 새누리당은 걸핏하면 야당을 향해 ‘대선 불복’이냐고 협박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게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새누리당의 그런 ‘협박’에 대해 야당은 지레 손사래를 치면서 “전혀 그렇지 않다”라는 식으로 비겁하게 응수했다. 야당의 그 가련스런 모습이란!!! 그런데 민주시민들은 야당이 기대하지도 않았던 선거무효소송이라는 밥상을 차려주었다. 그러나 야당은 그걸 부담스러워했고 그것으로 피해를 받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듯했다. 왜 새누리당은 야당을 향해 걸핏하면 ‘대선 불복’이냐고 으름장을 놓았을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여당도 알고 야당도 알았을 것이다. 속사정을 알고 있는 여당은 덮어버리고 싶었을 것이고, 계파분열로 대선에 혼연일체가 되지 못했던 야당은 그 선 이상 나가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대선 불복’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지레 질겁을 먹던 야당을 향해 거의 1년 이상 새누리당은 이 협박을 계속했다. 백기투항한 야당을 향한 집요한 그 엄포는 사실은 국민을 향한 것이었고, 그 효과는 다른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다. 대법원이 지금까지 선거소송을 결행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협박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얼마 전에 발표된 <18대 대선부정 2주년 대법원선거무효소송 이행촉구와 국헌을 문란케 한 부정선거사범들에 대한 대검찰청고발 성명서>는 구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의 선거부정 관련 ‘명언’이라 할, “투표는 인민이 하지만 개표는 권력자가 한다. 투표하는 자는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개표하는 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를 인용한 후, 지난 18대 대선이 그런 꼴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성명서가 주장한 의혹과 부정은, 선거 당일 선관위 발표 투표인 수가 한 시간 만에 이백만명이 줄었다는 것을 비롯하여, 투표함을 열기도 전에 또 위원장이 공표하기도 전에 개표방송을 하여 개포방송을 통해 부정을 감행했고, 중앙선관위가 후보자별 투표결과를 검증할 수 없게 했으며, 공직선거법을 완전히 무시함으로 수작업개표를 완전히 누락한 것이나 미인식투표지가 112만표가 발생한 것, 개표기를 개표소마다 6대 이상 비치함으로 개표참관 불능 상태를 조장했다는 것 등을 들었다. 이 주장이 근거있는 것이라면 바로 재판을 통해 밝혀주지 않으면 안될 것이었다.

“소(訴)가 제기된 지 6개월 이내에 처리하도록 한”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소송을 제기한 지 2년이 되는 2015년 1월 4일은 처리기간을 네 번이나 넘긴 날이다. 몇 번이나 독촉을 했지만 묵묵부답인 대법원을 향해 이제 민주시민 전체가 항변해야 할 단계에 이른 것이 아닌가. 법을 가장 성실히 지켜야 할 대법원이 ‘정권의 정통성’ 문제가 달린 이 문제를 미적거리는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게 되었다. 이런 건 ‘직무유기’에 해당되는 것이 아닌가. 아직도 재판을 열지 못하는 것이 법리상의 문제인지, 용기의 문제인지, 아니면 밝

히지 못할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렇게 꾸물대다가 임기가 끝날 즈음에 판단을 내린다고 하자, 그렇다면 과연 재판결과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어떤 이는 "지금에 와서 어쩌자는 것인가"라고 말할는지 모르지만, 지금 이 문제를 제대로 잡아놓지 않으면 앞으로 선거부정이 더 교묘해져서 스탈린의 그 말대로 진행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대법원의 재판이 중요하다. 이제 대법원은 국민의 입으로부터 ‘탄핵’ 소리가 나오기 전에 결단해야 한다. 특히 재판을 맡은 법관에게 무엇보다 용기와 지혜와 결단이 기대된다.

*이 글은 이만열 교수님의 페이스북(facebook.com/mahnyol)에도 게재됐습니다.

이만열  mahnyol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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