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이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위기 돌파의 골든타임(黃金期)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총선이나 지방선거가 없고, 박근혜 정부로서도 집권 3년차, 그러니까 운동경기로 치면 전반전을 끝내고 후반전에 돌입하는 만큼 새로운 각오로 마음먹은 정책들을 본격 추진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대결 구도로 잔뜩 높아진 긴장감을 푸느냐 더욱 꼬이게 하느냐는 것도 2015년이 결정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1월 말에 발간되는 계간 <통일코리아> 특집 글에서 2015년 예상되는 한중, 한미 관계에 대해 “일방적으로 미국 편을 들며 대중(對中) 견제 전선에 올인할 경우 한중 관계 악화와 북중 관계 개선 그리고 요동치는 남북관계가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며 “그렇다고 아무리 경제적 이익이 중요하다 해도 중국에 편승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어정쩡한 외교를 펴다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버림받아 고립에 처할 수 있는 게 2015년 대한민국이 처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문 교수는 “한국은 ‘편 가르기 외교’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고 미중 관계를 협력적 국면으로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 핵심 변수는 남북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면 한미동맹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한미, 한중간 균형외교를 전개할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될 수 있는 것”이라며 “2015년, 기필코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2015년이 남북 관계 개선, 이를 통한 한반도 평화를 만들기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지난 1월 1일 북한 김정은 제1비서의 남북 최고위급 회담, 그러니까 남북 정상회담 언급이 이런 가능성과 기대를 가져다줬던 것도 사실이다. 관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이었다. 1월 12일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주목했던 것도 그래서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분단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평화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남북간 정상회담도 도움이 된다면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제조건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정성있는 자세’와 ‘비핵화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혀 남북 대화가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구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5·24조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남북이 당국자간에 만나서 얘기를 해야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북한에 대화를 하자고 해도 소극적 자세로 나오고 있다. 북한에게는 대화에 적극적으로 응해 달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대북 시각에 대해 통일 관련 활동가들은 대체로 우려와 실망을 나타냈다.

과거 금강산관광 실무를 맡기도 했던 정성혜 씨는 “5·24조치는 남한의 행정적 조치이며 살인적인 피해는 남한의 남북교류경협기업들이 당하고 있는데 북한과 대화로 풀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해서 너무나 답답했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남북문제 해결과 통일의 희망까지 접은 건 아니지만 박근혜정부 시기에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기대감은 1%도 들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직장인으로서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송호현 씨는 “통일을 얘기하는 박근혜정부 들어서서 오히려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아이러니가 계속되고 있다”며 “통일을 얘기하는 정부가 앞장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도 국민들에게는 혼동을 준다. 통일을 얘기한다면 그에 걸맞는 일관된 언행과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기종 안산통일포럼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치, 경제, 사회 등 국정전반에 보인 실정은 국민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 박근혜정부의 이러한 보잘 것 없는 국정운영 성적은 역설적으로 3년차인 올해 불가피하게 '대북'이라는 국면 전환용 카드를 쓸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하반기에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박근혜정권이 내년 총선을 치룰 것으로 봤다”며 “그러나 신년기자회견을 보면서 그러한 예측조차 어렵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올해 남북관계는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는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말의 성찬이나 형식의 화려함은 있을지 몰라도 실질적으로 커다란 진전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안타까워했다.

반면 이관우 CCC 통일연구소장은 “순수 인도적 대북지원을 통해 남북에게 대화와 소통의 해가 되고 신뢰프로세스의 첫 단초가 되리라 믿는다”며 “정부와 통일부가 그렇게(인도적 대북지원을 통한 남북간 대화와 소통을) 마음먹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코리아뉴스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 대한 평가, 그리고 2015년 남북관계 전망이나 조언에 대한 글을 기다립니다. 남북 관계 개선의 골든타임이라고 하는 올해를 이대로 넘긴다면 남북간, 미중간 갈등의 고조가 어떤 양상으로 폭발할지 알 수 없습니다. 이념을 떠나 남북 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희망하는 많은 분들의 글을 기다립니다(보내실 곳: ukoreanews@gmail.com).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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