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를 통일의 주역으로 세우는' 유코리아뉴스는 원래 12월 26일이 창간 예정일이었다. 창간호 특집기사도 '탈북자,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남한 내 탈북자의 현주소, 탈북자는 통일의 주역이 될 수 있는가, 탈북자가 말하는 탈북자 등 르포와 기고 등 야심차게 준비해왔다. 하지만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은 모든 걸 바꿔놨다. 창간일은 20일로 앞당겨졌고, 창간기사 주제도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나?'로 변경해야 했다. 

다른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던 기자들은 일제히 방향을 틀어 19일 하루종일 국내 북한 전문가와 탈북자들을 만나고 통화하며 김정일 이후 북한체제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뜻하지 않게 창간일이 앞당겨졌지만 유코리아뉴스는 국내 전문가와 특히 탈북자들을 통해 북한의 변화에 대한 입체적이고 생생한 기사들을 계속 발굴해 소개할 예정이다. - 편집자 주 

▲ 서울 지하철 잠실역에서 한 시민이 김정일 사망관련 소식을 보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구윤성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남북한은 물론 한반도 주변 국가와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초미의 관심사는 김정일 이후 북한체제가 어떻게 될 거냐는 점이다. 일각에서 ‘급변’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탈북자들을 비롯한 남한 내 학자들의 시각은 대체적으로 ‘체제 유지’ 쪽이다. 그만큼 김정일의 후계인 김정은 체제가 확고하다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일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

평화한국 대표 허문영 박사는 “김정일 사망 이후에도 북한은 당분간 안정적으로 갈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당대표회의에서 김정은을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앉혔기 때문이다. 이것은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로서 공식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허 박사는 김일성의 책임비서를 역임한 현 최영림 내각총리, 김정일의 군사담당 교사 역할을 했던 이영호 총참모장,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향후 북한체제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세 사람으로 꼽았다. 노(老)장(長)청(靑) 세대를 아우르면서도 당과 군을 완벽하게 보좌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허 박사는 “북한은 강력한 내부 통제장치를 가동하고 있는 데다 중국과의 연대가 확실하기 때문에 김정은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경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연구원도 “북한경제가 어렵고 안보적 위기 상황에 내몰릴수록 지도부의 응집력은 더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며 “권력층의 시스템이 강화되어 있어서 지도자가 바뀌어도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일을 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1990년대 초반 소련 붕괴 후 기존 권력층들의 삶이 얼마나 처절했던가를 보여주는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 구도에 균열이 초래된다면 구소련권 권력층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북한의 급변 가능성을 일축했다.

최 연구원은 또 “상당수 북한 사람들은 북한체제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북한의 김정일 사망 보도에서 보듯 김정일이 과로하면서까지 현지지도를 했다는 걸 보고 동조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후계구도는 안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 단기적으로는 '안정' 장기적으로는 ‘안개속’

하지만 이 같은 분석은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갈 경우 북한체제는 변화될 수밖에 없을 거란 분석이다.

주도홍 기독교통일학회 회장은 “특수집단인 북한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북한 체제는 단기적으로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김정은의 리더십이나 후견인인 장성택 등의 역할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언제든지 체제 변화가 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이 같은 상황이 남한에게는 ‘시대적 전환’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는 그동안 망각했던 ‘남북 통일’이라는 숙제를 되찾고, 숙제 해결에 매진해야 한다는 게 주 회장의 설명이다.

1989년부터 93년까지 주한 미 대사를 역임한 도널드 그레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과 북한 당국자간 베이징 회담에서 미국의 대북 경제 지원 결정, 내년 대선 이후 남한의 대북 정책 유연화 가능성,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 경험 등을 들어 “김정일 사후 북한의 대외관계는 새롭고 희망적인 새 장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김정은에 대해 “영어를 할 줄 알 뿐만 아니라 아버지 김정일이나 할아버지 김일성보다 서방세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문영 박사는 향후 북한의 체제 안정과 관련해 경제문제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 박사는 “할아버지나 아버지도 해결하지 못한 경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김정은에게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체제를 불안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탈북 대학생들의 연구모임인 통일인재육성회의 의견도 비슷했다. 한 탈북 대학생은 1994년 당시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를 언급하며 “지금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통일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급변 사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남한 정부나 중국, 미국도 안정을 택하기 위해 신중하게 처신하기 때문에 통일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탈북 대학생도 “김정일 사망이라는 급변 사태는 분명 남북통일의 미래로 나아가는 긍정적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북한 체제 변화와 한반도 상황 변화가 불가피할 거라는 얘기다.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7일 사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특별방송을 통해 밝혔다. ⓒ유코리아뉴스 구윤성

김성원  op_kim@ukoreanews.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