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에 파송교회 팀들과 함께 중국단기 비전트립을 다녀왔습니다. 짧은 1주일의 일정이었지만 정말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고 동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여정 중에 있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할까 합니다. 첫날 도착하자마자 조중접경지역 강변에 나가서 “저 건너편에 보이는 땅이 북한입니다.” 라고 말하니까 고3 짜리 남자아이가 “에이 거짓말하지 마세요. 저렇게 가깝다고요? 그곳은 우리가 가고 싶어도 절대로 갈 수 없는 그런 먼 곳이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여느 팀들 중에서도 이런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꼭 한두 명씩 있었기에 전혀 당황스럽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또한 기본상식에 대해서 너무 무지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둘째 날에는 북한 종업원이 서빙하는 커피숍을 갔습니다. “조용히 들어가서 조용히 한잔하고 조용히 나옵시다.” 힘주어서 사전교육을 하고 갔는데 앉자마자 평소에는 신앙 이야기 하라고 해도 전혀 관심 밖에 두던 아이들이 온통 큰소리로 교회 이야기를 늘어놓아서 다시금 주의를 주고 음료를 주문했습니다. 사실 공기밥 한 공기에 2~3위안(400~600원)을 하는 반면, 커피 한 잔 가격이 기본 30위안(6천원)을 하기 때문에 굉장히 비싸서 8명이 6잔을 주문했더니만 종업원이 북한 특유의 사투리를 쓰면서 “6잔 말입니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북한 사람들을 사랑하고 어떡하든지 그들을 도우려고 애쓰는 집사님 한 분이 두 잔을 추가하셨습니다. 차를 다 마시고 저는 다음에도 또 다른 팀들을 데리고 가야겠기에 모자를 눌러 쓰고 먼저 나가고 다른 사람에게 계산을 부탁했는데 그만 돈이 모자라서 “선교사님 찻값 모자란다고 돈 더 달래요.” 하고 밖으로 뛰쳐나오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다음 주간에 북한 고아원으로 지원되는 물품들이 있다고 해서 팀재정으로 공책과 연필을 구입했습니다. 한국의 작은 모임에서도 북한 고아들을 위해서 써 달라며 동네 음악회를 통해서 모금된 30만 원을 이미 보내온 터라 같이 보태어서 물건을 구입하였는데, 전달을 하려고 보니 연필에 그만 한글이 적혀 있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옷이나 여타의 물품들을 보낼 때에 영어나 일어, 중국어는 상관이 없지만 한글이 적혀 있을 때에는 한국제품이라는 인식 때문에 상표나 문구 등을 제거하고 보내게 되는데 누가 봐도 중국 연필인 것이 분명하고 그냥 의미 없이 중간에 한글 몇 자가 적힌 것이어서 일단 관계자에게 사전 설명을 하고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미 제국주의는 물러가라고 말하고, 남북관계에 진전이 잘 없는 것도 다 미국 때문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미국 사람들은 쉽게 북한을 드나드는데 반해 우리는 오가지도, 한글로 된 물품 하나 자유롭게 보낼 수 없는 현실이 조금은 서글펐습니다.

에피소드의 하이라이트는 북한 식당을 방문했을 때에 벌어졌습니다. 북한 식당이라면 어느 곳에서건 매일 저녁 6시 30분부터 7시까지 30분간 공연이 펼쳐집니다. 팀들에게도 저녁식사를 하면서 공연을 보여주려고 한 식당을 들어갔는데 시간이 되어도 공연이 시작되지 않는 겁니다. “선생님, 공연한다고 하시더니 왜 공연 안 해요?” 말함과 동시에 불이 나갔습니다. 그래서 다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는구나 하고 있는데 갑자기 종업원이 다급하게 손전등을 들고 와서 우리 쪽을 비추더니 “죄송합니다. 정전입니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곧 이어서 불이 다시금 들어와서 공연은 없었지만 식사를 맛있게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유람선을 탔을 적에는 좀 더 가까이에서 북한 주민들을 바라보고 싶어서 “배를 좀 더 가까이 댈 수는 없어요?” 라고 말하고 목을 쑥 내밀고 망원경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사람들, 사진을 찍을 적에는 “함부로 저쪽으로 카메라를 들이밀었다가 총 맞는 거 아니에요?”하며 겁을 내기도 하고, 예상보다 체류비가 많이 들지 않아서 마지막 날에 쇼핑을 좀 하게 해주려 했더니만 이구동성으로 “선물 안 사갈 거예요. 그냥 북한을 위해서 써 주세요.” 대답하는 저들을 보면서 천방지축 마냥 까불대는 학생들인 것 같지만 저마다 느끼는 게 다 있고 일단 현장에 와서 보기만 해도 바뀌는구나 하는 것을 새삼 다시금 확인받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일이 좋은 전통으로 이어져서 청소년들이 매년 이곳으로 와서 아이들이 내 민족에 대한,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비전에 대한 꿈을 발견하고 키워갔으면 참 좋겠습니다.

▲ 조중접경지역 비전트립 루트

우리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행합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북한 주민들이 알게 될 그날이 꼭 오리라고 믿습니다. 하루 속히 서로를 향한 마음과 마음들이 손과 손을 마주잡게 되는 그날로 이어지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합시다.

이번 겨울에도 많은 단기팀들이 북한을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기 위해 조중접경지역을 비롯한 동남아로 비전트립을 다녀왔고, 앞으로도 갈 것입니다. 이미 다녀온 팀원들이 그곳에서 주님께 받은 마음을 소멸치 않고,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통일 일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또한 앞으로 가게 될 팀들은 준비 과정에서부터 말씀과 기도, 그리고 역사와 지리를 잘 공부하여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제공: 바나바 선교사(PN4N 파송선교사)

북한과 열방을 위한 중보기도네트워크(www.pn4n.org) 제공

바나바  @pn4n.org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