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끝자락에 북에서 오신 성도님 댁에 초대를 받아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워낙에 요리솜씨가 좋기로 유명하신 집사님이시다 보니까 평소에도 수시로 손님들이 찾아와서 같이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다가 돌아가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시는 분입니다. 이번 설을 맞이해서 이웃에 있는 탈북민들이 3일 내리 다녀가서 떡과 전을 몇 번 다시 만드셨다고 합니다.

슬하에 남매를 두셨는데 조카들의 세배를 받고서 북한식으로 만드셨다는 김치, 무가오리볶음(무채무침), 더덕무침, 명태요리, 녹두송편, 미역국, 재래식 된장, 거기에다 양념고기와 호박전하며 집에서 직접 기르신 콩나물 요리까지 정말 평소 식사의 곱절로 잔뜩 먹었습니다. 또한 식후에는 과일과 차를 나누면서 듣고 또 들어도 생생하고 놀랍기만 한 북한살이와 강을 건너던 순간들, 중국에서 옮겨 다니며 경험했던 일들, 제3국을 통해서 국내로 들어오게 되는 과정들을 들었습니다.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어서 웃음 짓는 시간이었습니다.

대화 중에 특수부대 출신으로 13년을 복무한 오빠에 비해 국경경비대로 10년 가까이 군복무한 남편을 향해서 “당신은 맨날 밤마다 밀수하고 힘든 훈련도 없이 편안하게 지냈지, 그게 무슨 군 생활이냐?”며 흉을 보실 때에는 얼마나 우습던지요! 남편이 극구 부인하며 나도 얼마나 빡셌는지 모른다며 응수하실 적에는 다 같이 박장대소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안전에 있어서 늘 긴장상태에 계시기는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중국에서의 10년의 시간들을 그리워하고 계셨고 그래서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저희 가정을 몹시 부러워한다는 것입니다. 가만 보면 만나게 되는 대부분의 분들이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이제는 생활에 안정을 찾고서 베풀며 살아가는 저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감동스럽기까지 합니다. 제 폰이 사용 기간이 오래되다 보니까 제대로 작동이 잘 안되던 차에 이를 알고 굳이 신형 폰으로 업그레이드 하면서 멀쩡한 자신의 폰을 저에게 건네 준 북에서 온 동생이 있는가 하면, 서울의 여기저기를 다니게 될 때에 어느새 자동차를 구입해서 타다가 이제는 서울지리에 통달하게 되었다며 지하철 여러 번 갈아타지 말고 자신의 차를 이용하라며 태워 준 동생도 있고, 가정을 꾸리고 자신들 살아가기도 빠듯할 텐데 우리 때문에 형이 고생한다며 재정을 후원하는 일까지 있습니다.

남북이 하나 되는 일, 통일의 문제를 늘 돈으로, 숫자로 환산해서 생각하다보면 정답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통일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기대감 모두 돈의 관점에서 보는 건 지극히 2차적인 접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 한 사역자님이 이상한 교회를 개척하셨다는 글을 접했습니다. 통일을 준비하는 남과 북이 하나 된 교회를 휴전선 가까이에 개척하였는데, 북쪽 식구가 더 많고 또한 일반성도보다 통일이 되면 곧장 북으로 달려가 저들과 함께 교회를 이룰 목회자가 더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좋은 교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이번 주간에 다시금 중국으로 들어가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을 또 다시 행하게 됩니다. 항상 가족처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북에서 온 식구들이 제 사역현장을 찾아와서 “진짜배기로 살아가고 계시는군요. 고맙습니다.”라고 말해주면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흩어져서 생활했던 가족친지들을 만나 뵙고 그 힘 가지고 삶의 현장으로 향하셨을 민족중보자 여러분, 가정에서부터 부부가 하나 되고, 이웃과 더불어 화평하고, 직장과 삶의 터전에서 더불어 평화를 이루심으로 작은 통일을 늘 실천해 가시기를 축복합니다.

가족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찾아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형편에 처한 자들에게 늘 따뜻한 가슴으로 함께 하며 안아줄 수 있는 이웃들을 허락해 주시도록 기도합시다. 더 이상 명절을 외롭게 보내는 실향민이 없도록 이산가족 상시면회소가 하루 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남북고위관계자들의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합시다.

새로운 사역을 열어가는 저의 가정을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게 오직 주님의 은혜와 보호 안에서 주어진 역할을 최선을 다해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사랑하는 북녘 동포들을 섬기는 구체적인 현장에서 신나게 일 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만남과 길들을 열어주시고, 통일을 앞당기는 가족으로 쓰임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제공: 바나바 선교사(PN4N 파송선교사)

북한과 열방을 위한 중보기도네트워크(PN4N) www.pn4n.org 제공

바나바  @pn4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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