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린 국회본회의 대정부 질의는 신임 이완구 국무총리의 데뷔전이자 박근혜 정부 2년의 평가전이었다.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질의인 만큼 대통령의 인사문제, 국정원의 선거개입 문제, 대북정책 실패 등 다양한 이슈들이 쏟아졌다. 가장 이목을 끈 것은 이해찬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 의원이 이 총리와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질타하는 장면이었다.

이 의원은 최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심에서 법정구속된 사건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제가 정치하면서 이런 사건은 처음 봤다. 이 사건 하나로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전두환 때도 국정원이 이렇게 선거에 직접 개입한 적이 없었다. 어쩌다 이 나라가 이런 꼴이 됐을까? 이쯤 되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 원세훈 전 원장과 서울시에서 같이 일해봤기에 잘 안다. 그분이 혼자서 이런 일 할 만한 위인이 못된다”고 질타했다. 원 전 국정원장의 윗선인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이 총리를 향해 “원내대표 시절 대통령을 만나 ‘각하’라고 했다. 봉건시대 황제한테는 폐하, 왕한테는 전하를 쓰고 대신한테 쓰던 말이 각하”라며 “적절치 않은 표현이다. 내가 대통령직 인수위 때 폐기했는데 안쓰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이 총리는 답변을 통해 “‘대통령 각하’는 국가원수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써왔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도 썼던 기억이 있다”면서도 “‘각하’가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면 다시 한번 재고하겠다”고 물러섰다.

이 의원은 또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불러내 서울시 공무원간첩사건, 국정원 선거개입사건에서 검찰이 잇따라 항소 내지 상고한 일을 거론하면서 “(1심에서) 무죄가 났을 때 미국에서는 검찰이 항소하는 법이 없다. 국민만 항소할 권한이 있다”며 검찰의 항소권 남용을 지적했다. 황 장관은 “우리는 고유의 형사소송법을 가지고 항소하거나 상고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에 대해서도 이 의원과 황 장관은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 의원은 “저는 통진당의 정강이나 이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헌재 결정을 보면 정말 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이석기는 구속상태여서 2월에 재판이 끝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결과를 가지고 정당해산청구 심판을 해도 되는데 법무부가 요청하고 헌재가 정치적 결정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정당 해산하는 데 5년간이나 심리를 했다”며 “1950년대 엄혹한 냉전 시기에 공산당 해산하는 데 그렇게 걸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황 장관은 답변 차례가 아닌데도 “얼마나 심리를 오래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문을 연 뒤 계속 발언을 이어가려 했고, 그런 황 장관을 향해 이 의원은 “(황 장관의) 그런 자세 때문에 지적하는 것이다. 질문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장관이 계속 답변하겠다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결국 “장관은 답변 차례에 답변하라”는 국회부의장의 제지를 받고서야 이 의원의 질문이 계속됐다.

▲ 25일 오전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이해찬 의원(오른쪽)이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끼어들기' 자세를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국회방송 화면 캡처

이 의원은 “헌재는 대법원 판결나기 전에 서둘러서 결정했다”며 “그런 헌재 결정은 적절치 않다. 의원직 박탈권도 헌재가 아닌 국회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군다나 지역구 당선 의원의 직을 박탈한 것은 많은 유권자들의 권한을 박탈한 것”이라며 “입법부의 권한을 헌재와 법무부가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앞서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대정부 질의를 통해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을 언급하며 “헌재에 관해서는 새롭게 (헌법을) 구성할 필요가 있어서 헌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또 “진정성 없는 답변은 구하지 않겠다”며 황 장관의 답변을 묻지 않았고, 머쓱해진 황 장관은 그냥 자리로 돌아갔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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