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정보센터가 3월 10일 그동안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실태 증언을 모아, '북한 해외노동자 현황과 인권실태'라는 보고서로 공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러시아·쿠웨이트·중국 등 9개국에 파견돼 일한 경험이 있는 탈북자 20명의 생생한 인권침해 증언이 담겼습니다.

한 탈북자는 “쿠웨이트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100m 높이에서 떨어져 죽었는데, 현지에서 보상금이 5만KWD(약 1억8천만원) 나왔어요. 그런데 집에는 2천 달러(220만원)만 갔다는 겁니다. 죽은 사람한테 나온 거를 떼먹나…”라고 증언하여 북한 당국이 해외 파견 노동자 사망 위로금도 착복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해외에 파견됐던 탈북자들은 대부분 임금 착취 문제를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로 꼽았습니다. 1995년 러시아에서 일했던 한 노동자는 “100달러를 받는다고 하면 이 중 90달러는 북한 당국이 다 빼간다. 그나마 나머지 10달러도 변변히 받지 못한다”고 증언했습니다. 하루 15시간 이상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쓰레기장에서 옷을 뒤져 입고, 사고가 발생해도 기본적인 지원조차 받지 못한다는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해외파견 업무를 담당했던 한 탈북자는 “현지에서 사람이 죽으면 용접한 철판에 시체를 넣고 기차로 옮긴다”며 국가의 보상·지원책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내부만큼은 아니지만 북한 당국의 해외파견 노동자에 대한 감시도 엄격했던 것으로 전해 졌습니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의 경우 한국 드라마 시청이 허용됐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는 북한 위성방송 이외 외부 접촉이 철저하게 차단되었습니다. 한 탈북자는 “한국사람·종교·현지여성과의 접촉이 모두 금지됐다”고 증언했습니다.

내부 규율을 어겼거나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힌 노동자는 자체 구금시설에 감금되거나 본국으로 강제 송환됐고, 북한 관리자들은 송환 과정에서 탈출을 막기 위해 노동자들의 다리를 부목으로 고정시키거나 발목에 족쇄를 채우기도 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도 북한 주민들은 더 높은 소득을 이유로 뇌물을 주고서라도 해외 파견을 선호하는 탓에 ‘출신성분’이 좋은 주민에게 우선 기회가 주어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월 기준 북한은 세계 40여 개국에 5만여 명의 노동자를 파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은 “북한 노동자 파견현장은 북한 사회의 축소판”이라며 “세계 각 국가는 고용 노동자에게 유엔 노동규약을 적용할 책임이 있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예외적으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철저하게 폐쇄된 북한사회에서 외국으로 나와 근로할 기회를 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해외근로를 위해 국외로 나오는 것 자체를 특권으로 인식합니다. 그렇게 해외근로자로 나온 북한주민들은 조국에 충성한다는 명분으로 북한당국이 임금의 90%를 착복을 해도 그것이 잘못된 것인 줄도 모르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의 의식이 깨어나서 정당하게 일한 대가를 개인이 받을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도록 기도합시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가장 중요한 준비는 거짓이 없이 사실 그대로를 정확하게 기록 보존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명감을 가진 연구 인력들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 사례를 모으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 인권침해 상황들을 잘 기록하고 보존하여서, 후일 인권을 유린했던 권력자들을 정당하게 처벌하고, 북한 주민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기초자료가 마련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제공: 오성훈 목사 제공(PN4N 대표)

북한과 열방을 위한 중보기도네트워크(www.pn4n.org) 제공

오성훈  @pn4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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