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서 집으로 오는 길에 한국 중년의 아주머니와 북한 남학생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너는 왜 나를 이렇게 싫어하니?”
“그런 거 없습니다.”
“이 사탕 먹어라.”
“괜찮습니다.”
“어서 먹어.”
“아 싫다는데 왜 자꾸 그러십니까?”
기어이 아주머니는 사탕을 주머니에 찔러 넣어주었고, 남학생은 사탕을 주머니에 넣은 채로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다가 내렸습니다. 학교생활 중에 이와 비슷한 상황들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북한에서 온 학생들을 보면 반갑고 감격스럽기까지 해서, 자꾸만 무엇인가 관심을 말로나 선물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때로는 마음속으로만 그 관심을 간직했으면 좋겠다 싶은데도 한 번 더 고민하지 않고 순간 즉흥적인 말과 행동을 함으로 실수를 저지르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북한 학생들의 마음속에도 한국에서 온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테지만 남들의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저들의 상황을 조금만 더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린다면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경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선배가 잠시 머리도 식힐 겸 해서 이곳을 며칠 다녀갔습니다. 이런저런 대화 중에 얼마 전 학사회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글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냈습니다.
“형! ○○형이 사역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던 길에 교통위반으로 경찰에게 붙들려서 벌금을 냈다는 글 읽으셨죠? 본인이 신호위반을 한 일에 대한 반성은 없이, 경찰이 벌금에 대한 영수증 처리를 해 준 것에 대해서 이 나라에도 이제 소망이 보인다는 글을 읽고 사실 너무 황당했어요.”

사실 선교사들이 그 나라의 법 위에 하늘법이 있다는 식의 논리로 사회규범이나 그 나라의 문화를 무시한 채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불편한 마음이 있던 차에 마침 동기가 올린 글을 선배는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이윽고 나온 대답을 듣고 사실 적잖이 부끄러웠습니다.

“단순히 흑백논리로 선교사가 되어 가지고 어떻게 그 나라의 법을 어긴 것에 대한 뉘우침은 없이 그 나라를 평가하는 글을 올릴 수 있는가 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좀 성급한 생각인 것 같다. 너도 그 친구가 대인관계에 있어서 어눌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그 친구는 내가 이런 글을 썼을 때에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것 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생활 속의 에피소드를 그냥 가볍게 소개했을 거야. 비록 공감능력은 좀 떨어지지만 주님께서 그 친구의 장점을 들어서 사용하시고 계신다고 생각해.” 나는 현지인에 대한 섬김과 공감능력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과 이 형이야말로 정말 공감능력이 뛰어나구나 하는 생각을 동시에 가졌습니다.

시사적으로 이슈가 된 뉴스거리들을 읽을 때면 어김없이 아래의 댓글들을 꼼꼼히 읽어보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그 사안에 대해서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어떤가하고 확인하고 싶어서 입니다. 우리는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균형 잡힌 태도를 간직하기 보다는 내 중심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를 고수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 쓴 글 중에 ‘이기심을 버리고 남의 입장에 서 보는 역지사지의 수준마저 뛰어넘어 상대방과 나를 동일시하는 데까지 나아가자.’는 제목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교회가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목사가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정치하는 사람들은 왜 맨날 저렇게 싸우기만 하나, 북한은 또 왜 저러나 등등, 우리 주변에는 내 생각만으로는 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매일매일 수도 없이 벌어집니다. 그럴 때 내 생각을 고집하기 보다는 한번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생각할 줄도 알고, 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겸손하게 하나님께 여쭤보는 민족중보자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 2:2-5) 하나님의 자녀들이 이 말씀대로 예수의 마음을 품는 자가 되며, 자신의 관점만이 옳다고 고집하거나 자신이 아는 것이 다가 아님을 깨닫는 겸손을 부어주시도록 기도합시다.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감능력은 복음전도자나 중보기도자에게 매우 중요한 자질입니다. 성령님께서 분단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 특히 이산가족, 탈북민, 그리고 북한선교 사역자의 아픔과 상처, 어려움에 대해서 자신의 일처럼 느끼면서 기도할 수 있도록 더 큰 공감능력을 부으시도록 기도합시다.

제공: 바나바 선교사(PN4N 파송선교사)

북한과 열방을 위한 중보기도네트워크(PN4N) www.pn4n.org 제공

바나바  @pn4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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