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명동성당 파밀리아채플에서 열린 평화토크 모습. 왼쪽부터 임강택 박사, 박종화 목사, 법륜 스님, 최창무 대주교 ⓒ유코리아뉴스 최형만 기자

꽉 막힌 남북관계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힘이 있을 것 같은 정치인도, 밑둥에서 화해와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 같은 민간인도 어쩌질 못한다. 그렇다면 종교 지도자들은 과연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보고, 해법은 뭐라고 볼까?

지난 24일(화) 명동성당 파밀리아채플에서는 “분단 70년, 한반도 평화와 종교의 소명”이라는 주제로 평화토크가 열렸다. 개신교에서는 박종화 목사, 불교에서는 법륜 스님, 천주교에서는 최창무 대주교가 각각 3대 종교단체의 대표로 참여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의 평화나눔연구소 개소를 기념한 이번 평화토크는 임강택 소장이 사회를 맡았다.

시대적 과제는 분단극복, 통일

염수정 추기경은 기조연설을 통해 “용서야 말로 화해로 이르는 문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는 것이 바로 주님의 명령”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론 내용을 전하며 “북한을 경계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정부의 태도와는 달리 종교인의 자세는 용서와 화해의 힘을 믿고 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종화 목사 ⓒ최형만 기자

이어진 토크에서 법륜 스님은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과제가 독립이었다면, 지금은 분단극복, 통일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3・1 독립 선언할 때 종교적 차이를 넘어서서 서로 협력해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일했 듯이 각각 종교의 한계를 넘어서서 서로 손잡고 협력해서 통일문제를 풀어낸다면 다음세대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법륜 스님은 또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 남북교류가 완전히 막혀 있는데 종교인들이 호소해서 안되면 그냥 (인도적 지원)을 해버리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종화 목사는 "북한인권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까칠한 이슈가 되고 있는데 그 해결책으로 남한이 북한인권을 취급한다 하지 말고, 국제인권선언에 기초한 만인평등의 인권을 상호 준수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유엔인권위원회와 안보리결의를 통해 북한인권실태를 조사하고 9가지 사항을 발표한 것과 관련 “우리 사회에서는 요덕수용소(정치범수용소) 문제만 이야기하고 있다. 요덕수용소도 9가지 중 하나일 뿐”이라며 “영유아가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것, 모자보건도 인권이다. 한쪽에서는 요덕수용소 얘기하고, 한쪽에서는 인도주의적 지원도 인권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넓은 국제사회의 인권논의를 수용해서 우리 사회에 쓸데없는 논란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왜 북한에 대해서는 관용하지 못하는가?

토크는 한반도 평화상황에 대한 진단, 한반도 평화의 저해요인에 대한 성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종교인의 소명 등의 내용으로 진행됐다.

한반도 평화상황에 대해 박 목사는 “한반도 분단은 외세에 의한 분단”이라며 “과거에는 남북이 결단하면 통일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제는 남북결단에 더해 동북아 차원의 연대와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 법륜 스님 ⓒ최형만 기자

법륜 스님은 "미국과 중국이 협력도 하지만 경쟁관계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국가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분단상태에서 어느 정도 번영이 가능했지만 남한은 성장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고, 북한은 체제붕괴의 위험이 있다” 며 “통일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최창무 대주교는 "통일은 통치자들의 용어"라고 일갈하며 “통일이라는 단어를 없앴으면 좋겠다. 독일은 통일 과정에서 통일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하나인데 무슨 통일을 한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최 대주교는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사람은 현재 8%밖에 남아 있지 않은데, 그 원한관계의 유산은 120% 남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반도 평화의 저해요인에 대에 법륜 스님은 “우리 사회에 세대간, 지역간, 노사간, 진보보수간 갈등이 너무 극심하다”며 “이러한 갈등의 근저에는 분단의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분단 상황이 극복되지 않고는 남한 사회 안에 진정한 갈등의 해소, 화해와 협력이 자리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륜 스님은 “일제강점기 36년 동안 엄청난 피해를 받았으나, 해방 후 20년 만에 한일국교가 정상화되었다. 한국전쟁 때 중국은 100만의 군대를 보냈지만, 한중 수교한 지 20년이 넘었고, 현재 한중 무역 교역량은 한미, 한일 교역량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면서 “일본과 중국에 대해서는 이렇게까지 관용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관용하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종교인, 조건 없이 인도적 지원에 나서야

▲ 최창무 대주교 ⓒ최형만 기자

마지막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종교인의 소명에 대해 최창무 대주교는 맹자의 ‘적자심’을 제시했다. 한 아기가 우물로 기어가고 있을 때 뉘집 아들인가 묻지 않고 우물에 빠지지 않도록 덥석 안아주는 게 적자심이며, 굶어죽고 병든 사람을 돕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라는 것이다.

법륜 스님은 “최소한 보통사람들보다 종교인들이 미워하는 일에 앞장서지는 말아야 한다” 고 호소했다. 법륜 스님은 “일반사람들은 총격이나 남북갈등이 일어나면 나쁜놈들이다. 왜 쌀주냐고 할 수 있지만, 종교인들은 그런 것들을 넘어서 북쪽에 굶어죽는 사람, 어린아이 등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 며 일본이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 등에 사과가 없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을 때 조건 없이 도왔음을 예로 들었다.

박종화 목사는 "핵심은 일용할 양식"이라며 일용할 양식의 부족은 이유가 어떻든 우리가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 정부의 통일과업, 민간의 통일과업을 합의해서 나누었으면 좋겠다. 정부의 길이 막히면 민간이 뚫고, 민간이 잘못하면 정부가 규제하는 식으로 지혜롭고 강력하게 추진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정부끼리 상대하고, 민간은 사람 대 사람으로 내적 교류를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분담하자고 제안했다.

▲ 평화나눔연구소 개소를 축하하며 기념촬영한 모습 ⓒ유코리아뉴스 최형만 기자

최형만 기자  josephmann0830@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