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도 소개한 바와 같이 중국어학당 각반마다 적게는 2~3명, 많게는 7~8명의 북한 유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공부를 합니다. 종합, 회화, 듣기, 시청각, 열독 이러한 수업들이 있는데 전체 10명 남짓 되는 강사 선생님들 중에는 한국에서 1~2년 정도 강의 경험이 있는 선생님도 3~4명 있습니다.

수업 도중에 문화에 대한 소개가 나오는 대목에서는 거의 대부분 “너희 한국 같은 경우는 어떠냐?”는 식으로 되물어보게 됩니다. 서양인들도 1~2명씩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보니까 흔히 선생님들이 한국의 상황을 묻게 됩니다. 그럴 적마다 반사적으로 북에서 온 학생들의 안색을 살피는 쪽으로 제 시선이 향하게 됩니다. 크게 세 부류 정도로 구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고위급 돈 있는 집안의 자녀들이라서 그런지 전혀 거리낌 없어 보이는 아이,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는 아이, 역시나 인상을 찌푸리며 언짢아하는 아이들의 반응입니다.

한번은 열독 수업 시간에 단원의 주제가 ‘한류’였습니다. 공교롭게도 1~2교시를 마치고 쉬는 시간에 북에서 온 학생 전원이 가방을 챙겨서 집으로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현상보다 해석이 중요하다고 그 시간에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을 수도 있지만, 그 순간만큼은 공부할 내용의 주제가 주제인지라 순간 그 자리를 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남과 북을 구분해서 질문을 할 때도 마음이 불편하기는 매한가지 입니다. “조선은 어떠냐? 한국은 어떠냐?” 라고 물어보는데 “당연히 둘 다 똑같지요! 그걸 질문이라고 하세요? 우리는 한 민족인데…”하고 답하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선생님이 질문을 할 때면 매번 일어나서 대답을 하는 한 북한 남학생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그냥 앉아서 대답하라고 하지만, 그 친구는 요지부동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선생님은 “○○는 정말 예의가 바른 사람 같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을 때 ‘예부터 우리 민족은 동방예의지국이었지’하는 생각과 함께 괜히 제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정도전>이라는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리에 방영되었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50회나 되는 장편드라마를 한 달 만에 다 봤습니다. 시국이 어수선하던 고려 말엽부터 새로운 나라 조선이 건국되는 과정을 그린 역사극입니다. 저는 <정도전>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은 늘 당쟁과 싸움을 일삼는구나’, ‘그래도 옛날에는 탄핵되면 바로 죽음이었는데 요즘은 아무리 물고 뜯고 싸워도 죽임 당하지는 않으니 좋은 세상이로구나’, ‘오늘날 과연 정몽주나 정도전과 같은 충신들을 볼 수 있는가?’ 등의 생각이 뇌리에 떠올랐습니다. 한 신하가 태조 이성계를 향해서 “임금의 소임은 듣고 참고 품는 것”이라고 충언하는 장면을 보면서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나 또한 잘 듣고 인내하고 두루두루 품어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마저 들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지겨울 정도로 반복된 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대업’이라는 단어입니다. 권문세가들에 의해 썩을 대로 썩은 고려를 무너뜨리고 민본의 세상, 진정 백성들을 생각하는 나라를 한번 일으켜 보자는 대의를 표현하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그 반복되는 대업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한 가지 꿈을 꾸었습니다. 너도나도 강 건너 북한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언제나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또한 ‘어떻게 하면 저 고통 받고, 예수 없이 죽어가는 불쌍한 백성들을 죽음에서 건져내어 자유하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나의 대업은 북한을 등지고, 북한을 보는 것’이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남과 북이 하나 되어 땅 끝을 향해 하나님의 제사장 나라가 되는 것’으로 표현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개혁･개방이 되어서 꿈에도 그리던 북으로 들어가는 일도 너무너무 귀하고 중요한 일이겠지만, 나는 철저하게 저들과 함께 시선을 다시금 대륙으로 향하게 하는 일에 쓰임받자는 다짐을 마음속으로 곱씹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대업은 무엇입니까? 어제보다 하루 더 통일의 그날에 가까워진 오늘입니다. 이제 가까워질 뿐만 아니라 우리의 눈앞에 현실로 나타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

유대인과 이방인을 자기 안에서 한 새 사람을 지어 화평하게 하시고,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신 주님을 찬양합시다. 원수된 것을 보복이 아니라 십자가로 소멸하신 주님을 높여드립시다. 이제 한국교회와 전 세계교회가 십자가 복음 안에서 북한을 끌어안을 수 있는 더 크고 놀라운 사랑을 구비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가지고 타인을 도우려다보면, 오히려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한국이 북한에게만 변화를 촉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더 정의롭고, 공평하며, 정직하고, 성실한 사회를 만들어서 정말 북한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한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일을 먼저 해 낼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제공: 바나바 선교사(PN4N 파송선교사)

북한과 열방을 위한 중보기도네트워크(PN4N) www.pn4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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