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초기에 국방개혁안을 구상하던 청와대 NSC 전략기획실장은 당시 저에게 “해군의 연안방어 체계는 부실 덩어리”라며 한탄을 했습니다. 해양 방위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연안의 방어가 극도로 부실한 상황에서 해군 수뇌부는 자꾸 대양해군을 외치며 대형 수상함 도입에만 신경을 쓴다는 것입니다. 이런 과욕을 어떻게 견제할지 고민하던 그가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 걸 보고 그때 그분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최근 메르스 사태를 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후진국 수준의 방역체계와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국가와 의료기관의 직업의식. 이건 보건 의료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공공 보건의료 체계가 부실해져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동안 영리 병원의 확대, 원격 의료 도입, 해외 의료 수출이라는 의료의 상업화 정책이 판을 쳤습니다. 국민 안전의 기초가 부실해지는 동안 세계 최고, 최대 규모의 성형외과 난립 현상도 보았습니다. 밥은 굶더라도 양악 수술로 ‘매력 자본’을 확보하겠다는 욕망의 노예가 된 수많은 청춘들도 보았습니다.

국방과 공공보건은 국가안전의 핵심 영역입니다. 그러나 이런 공공의 영역마저 상업화되고 나서 사고가 터지고 비리가 발생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건 국가공동체의 기본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문제의 핵심은 통제되지 않는 탐욕이었습니다. 자본의 상업적 논리와 개인의 부풀려진 욕망을 채우는 데 국가 공공재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21세기, 후기산업사회에서 있어서의 핵심 화두는 역시 안전입니다. 작년 세월호 참사에서 이 점이 확실히 드러났지만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탐욕은 계속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세월호는 어쩌다가 일어난 교통사고쯤으로 치부하고 잊어버리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도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면 그 흔적을 재빨리 지우면서 다른 욕망을 자극하는 신자유주의적 행태가 판을 칠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만든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치도 폐기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규제보다는 성장이 더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미래 세대가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의 징후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 국가가 하루빨리 기본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미래에 더 빈번하게 나타날 재난에 우리는 대처하지 못합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이 글은 김종대 편집장의 페이스북에도 게재됐습니다.

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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