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같이 먹으면 식구입니다”

2000년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교회는 6월 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맞은편 한강 고수부지에서‘한국교회 평화통일 특별연합예배’가 열렸다.

이 연합예배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가 공동으로 주최했고, 한국 기독교 115년 역사상 처음으로 보수와 진보 기독교연합기관이 공동으로 주일예배를 드렸다는 데 의미가 컸다. 무엇보다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보수와 진보 기독교인들이 함께했다는 것도 교회사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교계 언론은 물론 일반 신문과 방송에서도 비중있게 보도를 했다.

한기총 대표회장과 총무, 교회협 회장과 총무 그리고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총재 김준곤 목사님을 준비위원장으로 하는 5인 준비위원회가 리더십을 형성하고 준비했다. 필자는 김준곤 목사님을 모시고 이 일을 섬겼다.

엑스플로 ’74 대회, ’80 세계복음화대성회 등 초대형 집회의 준비위원장을 맡아 한국교회의 인적 자원과 힘을 하나로 모아 “민족의 가슴마다 피 묻은 그리스도를 심어 이 땅에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하자”는 슬로건을 걸고 민족의 입체적 복음화를 위해 전 생애를 바치신 김준곤 목사님은 ‘한국교회 평화통일 특별연합예배’가 단순히 모여서 예배를 드리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 민족의 평화 통일을 위해 큰 도전을 주기를 기대하면서 기획을 하셨다. 연합예배를 며칠 앞두고 김준곤 목사님께서 준비기획팀 회의를 주재하셨다. 그런데 갑자기 당신이 직접 작성한 ‘선언문’을 읽어보시다가 “‘식구’라는 단어가 어디 있소? ‘밥을 같이 먹으면 식구입니다’라는 문장이 어딨소?”라며 필자에게 물으셨다. 당시 목사님이 직접 쓰신 글은 비서실에 1차로 타이핑을 하고, 2차로 필자가 원고를 정리해서 회의에 내놓았다.

그런데 ‘밥을 같이 먹으면 식구입니다.’라는 문장은 없었다. 목사님은 “내가 이런 문장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 두 시간씩 기도하고 묵상한다.”고 말씀을 하셨다. 회의를 마치고 비서실 담당간사와 함께 목사님이 작성하신 문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밥을 같이 먹으면 식구입니다.”라고 쓰신 내용의 문서는 아주 작은 종이에 적혀 있었다. 비서실에서 그만 그 메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타이핑에서 제외한 것이었다.

목사님은 역사적인 연합예배에서 한국교회평화통일 선언문을 발표하셨다. 선언문에는 “밥을 같이 먹으면 식구입니다.”, “소유권보다 생존권이 우선입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막 6:36)는 내용을 담아 한국교회가 굶주림에 처한 북한 동포를 도와야 한다고 도전을 하셨다. 그리고 그 해 7월 CCC 전국대학생여름수련회에서 북한의 190만 7천호 농가에 젖염소 한 마리씩을 보내자는 운동을 제안하셨고, 그 결과 황해북도 봉산군 은정리에 3여만 평의 ‘은정 CCC 젖염소 목장’을 완공하게 하셨다. 2002년 2월에는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서경석 목사, 강문규 전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등과 함께 직접 북한을 방문하여 은정 CCC 젖염소목장을 둘러보셨다.

필자는 김준곤 목사님의 ‘총재특보’로 임종하실 때까지 목사님의 대내외 사역을 섬겼다. 가까이서 뵌 목사님은 예수의식과 민족의식이 하나 되신 분이셨다. 목사님은 항상 예수님에 대한 말씀을 하실 때 눈물을 흘리셨다. 그리고 민족의 현실에 대한 말씀을 하실 때 말을 잇지 못하셨다.

목사님은 스스로를 ‘잡식성 저널리스트’라고 표현하셨다. 종이를 아끼기 위해 와이셔츠 포장 박스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만큼의 크기로 잘라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하셨다. 또한 여러 신문을 구독하시면서 필요한 내용은 메모해서 설교에 인용하셨다. 미국의 CNN과 일본의 NHK TV 뉴스도 시청하셨다.

목사님은 필자에게 300명의 대학생들을 모아 언론 모니터링을 하는 옴부즈맨을 해보라고 지시하기도 하셨다. 그 말씀을 순종하는 마음으로 저는 2003년 인터넷신문 뉴스파워를 창간했다. 뉴스는 파워다. 다시 말하면 뉴스는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뉴스파워는 한국교회의 나침반 역할을 자임해왔다. 갈등하는 교회를 하나로 싸매는 역할을 했다. 영적 지도자들의 탐욕에 대해서는 날 선 비판을 했다.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는 일에도 어젠다를 제시하고, 이슈를 주도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독교가치관에 입각한 언론아카데미와 대학 강의를 통해 예비 언론인들을 교육 훈련했다. 그 결과 뉴스파워 출신들은 국민일보, CBS, 기독신문, 기독교연합신문, GOOD TV, 유코리아뉴스, 월간 <복음과 상황>등 주요 언론에서 한국 교회의 건강한 여론을 선도하는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그들은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오직 기독교적인 가치관에 입각한 기사를 쓰는 탁월한 기자로 인정을 받고 있음을 보면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남북 관계의 개선과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언론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선지자적 예언자적 보도로 통일의 길을 예비하는 목소리를 내야 하기도 하고, 갈등과 대립을 기독교적 가치와 정신으로 화평을 이루도록 돕는 제사장적 보도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감시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북한 인권문제든 굶주림의 문제든 신앙의 자유의 문제든 모든 가치판단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기독 언론인의 역할이고, 통일한국의 다리를 놓는 언론의 사명이라고 믿는다. 부친이 공산당에 의해 학살을 당하셨고, 사랑했던 사모님이 스물여섯 살의 젊은 나이에 순교를 당하셨고, 당신도 죽음 직전에 극적으로 구출되셨던 유성 김준곤 목사님께서 아픔을 딛고, “밥을 같이 먹으면 식구입니다.”라는 명언으로 한국교회를 향해 굶주림에 처한 북한 동포들을 도울 것을 도전하셨던 것이다. 그리운 영적 스승님의 가르침을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