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선교 사역자들의 과제

복음에 헌신되고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은 사역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지난(至難)한 일인가? 나 역시도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선교를 위해 부름 받은 사역자라면 최소한 갖추어야 할 자격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역자들이 불투명한 재정운영과 여성 탈북자들에 대한 성적 유린, 그리고 조선족 사역자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만들어 왔다. 이로 인해 통일선교를 뒷걸음질 치게 만든 책임이 무겁다. 이제부터라도 한국교회가 이런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몇 가지 사례를 정리하고자 한다.

재정의 불투명성
모든 기독교 사역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북한선교 사역에서 재정의 불투명성은 지금까지 많은 문제를 양산해 왔다. 북한선교사역은 이슬람선교와 더불어 가장 안정성이 떨어지는 사역이라고 할 수 있다. 탄탄한 조직을 갖추고 선교사의 모집과 훈련, 파송과 사후케어를 감당할 수 있는 선교단체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단체도 사역의 비공개적 특성을 핑계 삼아 명확한 재정보고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고, 소규모 개인적 특성이 강한 단체에서는 사역자의 생활비와 사역비의 구분도 모호하여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강한 사역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투명성을 반드시 확보해야만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선교단체와 사역자들이 불투명한 재정운영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은 선교사역자들에게 필수적인 자격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재정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규모별로 전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공된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비공개사역에 대한 재정사용항목을 별도로 지정하여 재정의 입출금 내역이 공개되어도 실제 사역은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또한 규모가 작은 단체들도 세무서에서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아 그 명의로 통장을 개설할 수 있다. 그래서 사역을 위한 지출에는 해당 통장의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영수증을 보관하며, 온라인 계좌이체를 활용하면 사역자의 개인적인 지출과 단체의 사역을 위한 지출을 구분할 수 있다. 인적 자원이 없어 재정장부를 따로 기록하지 않아도 통장만 찍어보면 입출금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된다. 이것만 실행해도 재정 투명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적어도 재정후원자들에게는 후원금의 입출금에 대한 보고가 있어야 한다. 이런 재정보고는 선교사역의 본질적인 의무임을 단체의 책임자들이 통감해야 한다.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회피한다면 결코 하나님께 충성스런 사역자가 될 수 없다.

탈북자에 대한 성적 유린
“일부 인격이 부족한 선교사들의 악함 때문에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기독교에 대해 오해를 하고 복음을 저버렸다.” 이것은 탈북자의 구출과 양육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탈북민 사역자가 한국교회의 해외탈북자 사역에 대해 내렸던 평가 중 일부이다. 한국교회는 이 말을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고난의 행군 시기’라 불리는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탈북자의 70~80%는 여성이었다. 가족을 살리기 위해 인신매매라는 최후의 수단을 스스로 선택한 경우도 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탈북 브로커에 의해 팔려가는 경우도 있었다.

사역자가 이런 탈북 여성들을 돌보면서 성적으로 유린했던 경우를 적지 않게 듣게 된다. 성적 유혹은 현재 한국교회가 직면한 가장 강력한 사단의 무기 중 하나이다. 탈북 여성은 보호받는 약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선교사의 무언의 압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한편으로 여성으로서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수치를 당했던 탈북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성적 순결에 대한 관념이 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자신에게 자상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선교사에게 감사의 표시로 동침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장기간 함께 이동을 해야 하는 구출사역이나 폐쇄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는 양육사역은 이런 성적 유혹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 제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역자가 성적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교육이 필요하며, 위에 언급했던 탈북민 사역자의 제안처럼 부부선교사나 여자 싱글선교사를 파송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북한선교 연합컨퍼런스 주제 발표 모습

조선족 사역자와의 불편한 관계
현 상황에서 북한선교의 현장은 북한보다는 중국에 있다. 중국은 언어와 관습과 문화가 다른 타문화권이다. 따라서 언어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중국 땅에 조선족을 예비해 두셨다. 그래서 많은 사역자들이 특별한 언어훈련 없이도 조선족 사역자를 통해서 선교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다. 백년가약을 하고 한 가정을 이룬 부부 사이에도 수많은 갈등과 오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한국인 선교사와 조선족 사역자간에는 어떻겠는가.

종국에는 한국인 선교사는 조선족 사역자를 심부름꾼, 심하면 사기꾼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조선족 사역자는 한국인 선교사를 봉으로 여기는 일이 수도 없이 벌어졌다. 이런 결과에 대해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궁극적인 책임은 한국 선교사에게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교사는 말로서가 아닌 삶으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 함께 동역했던 조선족 사역자를 삶으로 감동시키지 못한 책임은 고스란히 선교사에게 전가된다. 또한 언어 훈련은 선교사역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자 필수적인 도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족 사역자를 의지하여 사역한 지 수년이 지나도 기본적인 중국어도 하지 못해서 버스표나 기차표를 예매하는 것도,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역자가 적지 않다. 결국 조선족 사역자가 선교사의 눈앞에서 의도적으로 말을 바꾸어 통역하여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궁극적인 책임은 선교사에게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선교 사역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하여 영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영적 권위를 가져야 한다. 그리스도를 닮은 삶을 통해 주변의 사람들을 감화시킬 수 있는 인격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현지 언어를 능통하게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익힐 수 있는 언어 능력이 있는 자여야 한다. 물론 이 정도의 자격을 갖추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선교 사역자에 대한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기준이 이렇게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 이 막중한 사명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통일되면 넘쳐나는 목회자와 신학생들이 북한으로 가면 된다고 말한다. 이것만큼 큰일 날 일이 없다. 말이 통한다고 통일목회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준비되지 못한 목회자들 때문에 통일 이후에도 복음전도의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복음에 적대적인 북한주민들을 양산해 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러시아를 비롯한 공산권 선교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교사역의 핵심 키워드는 결국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통일선교를 위한 제대로 된 사역자를 길러내고, 사역을 감독하며 조정할 수 있는 실제적인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기도하자. 비공개 사역을 한다는 핑계로 재정보고를 하지 않는 잘못된 관례를 과감하게 혁신하여, 후원자들이 자신의 헌신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잡히도록 기도하자.

북한선교 사역자들이 요셉과 같이 성적인 유혹을 이기고 순결함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기도하자. 과거에 그런 잘못을 저질렀던 자들이 어떤 제재도 없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 자리에서 사역하는 불의한 일이 멈추어지도록 기도하자. 신실한 조선족 사역자들이 준비되며, 한국 선교사와 건강한 동역관계를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기도하자.

제공: 오성훈 목사(PN4N 대표)

북한과 열방을 위한 중보기도네트워크(www.pn4n.org) 제공

오성훈 @pn4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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