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연세대 정치학과 대학원의 부승찬 박사가 자신의 학위 논문 <북한과 이스라엘의 생존전략>을 보내 왔습니다. 읽어보니 최근 이렇게 흥미진진한 논문이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북한과 이스라엘이 공통적으로 갖는 ‘국가 심성(national mentality)’이란 것은 이렇습니다. 이 두 국가는 주변국에 포위되어 있다는 공포(fear)와 외부의 도움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불신(distrust)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생존에 대한 심성에서 매우 닮아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두 나라는 생존전략에서 유사한 세 가지 원칙을 구사합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1. 군사우위의 원칙 : 외교보다 군사력을 우선시한다
2. 자기의존의 원칙 : 동맹에 의존하지 않는다
3. 행동자유의 원칙 : 핵을 보유하고 공격적인 군사행동을 채택한다.

북한과 이스라엘이 상이한 정치체제를 갖고 있음에도 위 세 가지 생존전략은 아주 유사합니다. 북한은 1956년 8월 종파사건 이후 중국 및 소련과의 결별을 선언한 적 있습니다. 동맹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 점은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스라엘 베긴스타트가 한국에 와서 한 다음 발언을 보시죠.

“이스라엘은 방위조약을 미국과 체결한 적이 없습니다. 종이는 무용지물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수많은 공식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오로지 종이 한 장만 믿으라는 조언은 하지 않겠습니다. 미국은 대만과도 방위조약이라는 문서 조약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후 대만은 우리의 이해관계가 아니라고 천명했습니다. 이것이 생생한 국제정치이고 국제관계입니다. 국제정치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결혼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동맹의 안보우산보다 행동의 자유를 선택하였습니다.”

이런 두 나라의 유사성을 분석하면서 부승찬 박사는 이제 북한을 대할 때 회유냐, 압박이냐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북한이 갖고 있는 '포위 심성(siege mentality)'을 관리하거나 해체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포위되어 있다는 공포를 완화시키면서 주변국에 대한 불신을 관리해주는 것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핵심이라는 것이지요. 참으로 많은 교훈이 담긴 논문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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