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주권 신학을 통일선교신학의 배경으로 삼는다고 했을 때, 자칫 막연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인 적용이 필요하다. 이때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1837~1920)의 영역주권(sphere sovereignty) 사상은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통찰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본다.

카이퍼는 이 세계를 ‘거룩’과 ‘세속’으로 이원화시키고 이 세상에서 도피하는 종교적 은둔주의 내지 도피주의를 성경의 정신에 반하는 것으로 보았다. 카이퍼의 영역주권 개념에서 ‘영역’은 일차적으로 하나님의 다양한 창조세계로서 국가, 교회, 문화, 학문, 예술 등의 일상적 사회생활의 범주를 의미한다.

카이퍼의 영역주권은 그리스도의 주권을 고백하고 그 고백 가운데 살아가는 모든 기독교인들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사회생활 전반에 적극적인 참여와 행동을 요구하는 선언이었다. 단지 개인적으로 기관, 단체의 조직적인 참여인 동시에 단지 교회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예술과 학문 등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미 통일선교 분야에서 이런 시도들이 있었다. CCC 통일연구소장 이관우 목사는 한 도시의 직업을 범주화하면 경제, 종교, 미디어, 예술, 정부, 가정, 교육 이렇게 7개의 영역(Seven Domain)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에 따른 통일준비를 주장한다. NKB(New Korea Builders) 대표 오테레사 선교사는 예수전도단(YWAM)의 구분을 따라 정치(공의), 경제(정직) 교육(지혜), 가정(사랑), 종교(긍휼), 과학(창조), 문화예술(거룩), 미디어(진실), 이렇게 8대 영역을 구분하여 각 영역별로 기도정보를 정리하여 ｢통일코리아를 세우는 100일기도｣를 엮어내기도 했다.

나는 영역으로 북한을 이해하기 위해 "럭비공구조론"을 제시한다. 북한사회는 철저하게 최고 통치자 1인에게 국가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그 초월적 권력은 김일성에게서 아들 김정일에게로, 또 손자인 김정은에게로 세습되었다. 중요한 의사결정이 어떤 전통이나 다수의 의견수렴의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최고 통치자 한 사람의 결정과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다. 최고 지도자가 결정하면 국가 전체가 그 방향을 따른다. 특히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한 종교적 우상화 작업은 그런 특성을 더욱 확대하고 고착화시켰다.

둥근 축구공은 날아오는 각도와 세기, 회전에 따라 어디로 튈지 예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럭비공은 어떤 부분이 땅에 닿느냐에 따라 튀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 주체사상의 중심을 ‘혁명적 수령론’과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이 차지하면서부터 절대적 권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절대적 숭배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실수나 과오, 그리고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북한사회에서 최고 지도자의 명령과 지시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수행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특성은 북한의 정책들과 미래 방향성에 대해서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쉽사리 예측할 수 없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김정은의 러시아 전승기념식 참가 번복이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하루 앞두고 불가를 통보하는 일 등은 김정은 시대에 불예측성이 더욱 증가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북한을 럭비공으로 표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북한이 정치(조선로동당)와 군사(국방위원회) 두 영역을 중심으로 모든 사회의 질서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점을 중심으로 하여 일정한 거리에 있는 점들을 연결하면 원이 된다. 그런데 중심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 되면 타원이 된다. 즉, 중심이 되는 두 점에서의 거리를 합한 값이 일정한 점들을 연결하면 타원이 되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김일성의 사망과 자연재해, 공산주의권 붕괴로 이어지는 위기 속에서 김정일은 체제 유지를 위해 선군정치를 표방함으로써 기존의 정치 중심적이던 북한을 정치와 군사, 두 축을 중심으로 재편하였다. 현재의 김정은 역시 조선로동당 제1비서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북한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타원은 매우 적절한 상징이 될 수 있다. 앞의 그림은 이와 같은 통찰을 바탕으로 럭비공의 형태에 추상화한 세 가지 영역을 배치한 것이다.

‘럭비공 구조론’은 북한정권(핵심영역)이 북한주민(주변영역)들을 완전히 종속시켜, 통제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모든 자원은 핵심영역이 독점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대해 더 이상 대북지원을 하지 않고, 정권의 잔악함을 전 세계에 알려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켰다고 가정했을 때, 그 일차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마치 계란을 삶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계란을 삶을 때 겉에 있는 흰자위가 먼저 익고 나서야 안에 있는 노른자위가 익는다. 북한의 독재정권(노른자위)이 급변사태에 의해 무너지는 것은 북한의 일반 주민들(흰자위)이 이미 다 없어진 이후에라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을 군사력이나 경제력으로 무너뜨리려고 하기보다는 십자가 사랑으로 품어서 생명으로 부화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더 많은 크리스천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기도하자.

제공: 오성훈 목사(PN4N 대표)

북한과 열방을 위한 중보기도네트워크(www.pn4n.org) 제공

오성훈  @pn4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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