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다채로운 성과를 남긴 미국 방문이었습니다. <뉴욕타임즈>에서 그동안 박 대통령에 대해 “미세즈 박(Mrs Park)"이라는 호칭을 ”미스(Ms) 박"이라고 고친 것도 한국 미혼 여성의 정서를 고려할 때 중요한 정정이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하여 인간의 우주에 대한 개척자 정신을 재발견하고 한국인도 2020년이면 달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것도 참 가슴 뛰는 장면이었습니다. 미 국방부(펜타곤)를 방문하여 의장 행사에 이어 로프라인 미팅(Rope Line Meeting)이라는 환대를 받음으로써 우리 청소년들에게 동맹의 중요성을 환기한 것도 매우 교훈적인 장면입니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오바마와 하하 호호 웃음이 만발한 친근함 속에서 “정이 들었다”는 느낌으로 묘사된 만남을 가진 것도 얼마나 아름다운 일입니까? 게다가 한복은 왜 그렇게 잘 어울립니까? 아예 종편 출연자들이 넋을 잃고 찬양하는군요.

▲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멜론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한미 우호의 밤 행사에서 참석자와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이 정도 이미지를 과시했으면 나머지 국가 중대 현안은 대충 마무리해도 됩니다. 예컨대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한미가 공조하여 북핵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언제는 그렇게 안했습니까?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고위 대화채널을 가동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이미 그런 고위 채널 너무 많습니다. “한중관계 발전을 미국도 지지했다”고 했습니다. 미국은 항상 그랬지 언제는 아니라고 했습니까? “한미 우주협정을 체결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미국이 우리에게 로켓 발사 기술을 지원하기나 합니까? 우리에게 미사일 기술을 통제하는 나라가 미국 아닙니까? 그래서 우주협정 내용은 아직 “모른다”는 것입니다. 국방부 방문 당시에 “한미 방산기술협력협의회를 만들기로 했다”는 발표도 있습니다. 이미 한미방산기술협력위원회(DTICC)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이 위원회 산하에 아예 사무국도 있고, 업체끼리 협력하는 채널까지 마련하였습니다. 언제는 채널이 없어서 KF-X 기술이전 못 받았습니까? “환태평양경제공동체(TPP) 가입한다”고 했는데, 미국은 아무런 반응도 없습니다. 그러니 대충 넘어가면 됩니다. 마치 예전에는 안 하던 것을 이번에는 하기로 했다는 것처럼 말해보았자 그게 실상인 걸 어떡합니까?

국가적 대사는 하나마나 한 소리로 대충 포장하고 나머지는 한복 입고 밥 먹고 재미있는 곳에 가서 신바람을 낸, 말 그대로 대통령의 수학여행입니다. 그것도 하도 자주 가니까 특별히 새로 낼 성과도 없으니까 이제는 TV에 잘 나갈 수 있는 퍼포먼스로 채워지는군요. 이번 미국의 정중한 환대와 현란한 립 서비스. 7조 3000억 원 짜리 점심 먹은 것입니다. 미국 F-35 40대를 구매한 금액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돈 퍼주는 데 그만한 환대도 안 한다구요? 이런 대접 받으려고 미국에 그렇게 잘해준 것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원래 이렇게 비싼 밥은 대통령이 먹으라는 것이 아니고 우리 조종사들에게 돌아가야 할 대가였습니다. 이 돈을 주면 미국은 한국형전투기사업(KF-X)에 20%의 개발비용을 대고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돈도 못 대고 참여도 안합니다. 이건 기술이전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것입니다. 언론은 이 문제를 취급하지도 않고 대통령도 말 안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기술이전 문제가 있는 것인데, 카터 미 국방장관이 “이전 못한다”고 아예 대못을 박아버렸습니다. 이 말 한마디에 우리는 40년이 더 된 팬텀, 제공호를 5년 이상 더 운용해야 하는데, 이건 조종사들에 대한 범죄행위입니다. 아마도 일선 조종사의 피로써 그 결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대통령 수학여행 잘 가라고 한 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수학여행 안 간 것보다는 낫겠지요. 잘 다녀오셨길.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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