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15년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11월 한 달 동안에 겨울 준비 잘 하시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면 합니다. 10년 전 쯤에 한 탈북민 청년이 대학을 진학한 후,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스스로 인터넷 수강신청 및 모든 교과과정을 알아서 해야 되는 일로 힘들어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키는 대로 복종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까 혼자서 모든 것을 알아서 하는 대학 생활이 너무나도 힘들었다고 합니다.

중국 사회 안에서도 여전히 문화대혁명 때의 숙청 사건의 여파가 남아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지식인과 지주들이 무차별로 구금과 처형을 당했고, 가정들이 몰락했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타인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으려는 의식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섣불리 나섰다가 자신도 피해를 입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서는 현재의 중국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우리 고아원에는 일용직으로 일손을 구해야 할 일들이 자주 발생합니다. 자꾸만 물건이 없어지기에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 사람이 더 이상 오지 않게 되었을 때 그제서야 정기적으로 일을 하는 아저씨가 “그때 그 사람 나쁜 사람이에요. 집에 갈 때 자꾸 물건들을 챙겨 가요.” 하더랍니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하니까 같이 일하면서는 서로 입장 곤란해지면 안 되니까 떠나고 나서야 말을 꺼낸 거랍니다.

아이들도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난 다음에 “누가 그랬어?”라고 물으면 절대로 자백이 안 나옵니다. 서로 짠 듯이 “내가 안 그랬어요.”라는 대답만 나올 뿐입니다. 물건들을 쓰고 나면 원래 있던 곳에 두라고 말해주는데 매번 지켜지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한 아이를 지목하여서 그것을 치우라고 말하면 거기는 자기 구역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맡은 구역과 상관없이 보이는 대로 원래 자리로 치우라고 해도, 말하는 사람의 입만 아픈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럴 때에 늘 대충대충 하려고 하지 말고 사소한 일에도 책임감 있게 제대로 하라고 일러 줍니다.

한편 딱 시킨 그 일만 하고 다른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일도 빈번합니다. 한번은 신호등을 청소하는 사람에게 차량의 흐름이 복잡한 곳인데 점멸등 표시가 고장 나서 교통과에 연락해서 빨리 수리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말하니까 그건 내 소관이 아니라면서 걸레질만 열심히 하다가 간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비가 오는 날에 살수차가 가로수에 물을 뿌리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는데 옆에 중국인에게 왜 저러냐고 했더니 물을 뿌리기로 정해진 날이면 비가 오든 말든 그저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모습들도 많지만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면 정말 황당합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선생님들이 공공연하게 촌지를 받고 돈을 준 학생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우를 할 뿐만 아니라 교사의 권위가 대단하다 보니까 학대에 가까운 폭력을 휘두를 때도 많다고 합니다. 그런 경우에 항의 전화를 하면 일체 부인한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똑같이 배워서 추궁 당하면 둘러 대고, 변명하고, 남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어른들의 잘못이 아이들에게 물려지지 않고, 뿌리 뽑혔으면 좋겠습니다. 남들도 다 그렇다는 의식이 팽배한 속에서도 끝까지 자기 도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중국의 문화대혁명 선전화

대한민국의 인구 5천만 중에서 천주교를 포함하면 예수를 믿는 사람이 1천만 명이 넘습니다. 중국 인구 15억 중에서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 1억 명 이상이 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나 중국 사회가 여전히 구습 속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분명 믿는 자들이 하나님의 자녀라는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고 현실에 타협하면서 살기 때문일 것입니다. 믿는 자들이 악은 모양이라도 버리고 경건의 모양뿐만 아니라 경건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살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이곳의 아이들과 함께 운동을 하고 나면 스스로 뒷정리가 잘 안됩니다. 또 간식을 주고 나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지저분함도 있습니다. 하지만 야단치기 보다는 함께 정리하는 일을 돕고, 형들에게 관리 책임을 부여해 주어서 동생들에게도 할 수 있게 하니까 조금씩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충 대충은 사라지고, 무엇을 하든지 제대로 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고아원의 아이들 안에 일어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제공: 바나바 선교사(PN4N 협력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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