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2015년 평가와 2016년 전망’을 주제로 하는 현안진단을 총 4차례 발행·배포합니다. 이전까지의 ‘북한 내부 정세’와 ‘북한 경제’, ‘국제정세’에 이어 마지막으로 이번호에서는 ‘남북관계’를 살펴봤습니다.

2015년은 6.15 공동선언 15주년이면서 광복·분단 70주년인 역사적인 해였다. 1년 동안의 남북관계 전개는 당국간 대화 제의로 시작하여 당국회담의 합의도출 실패로 끝났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연초에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개최되지 않았다. 정상회담의 적기를 놓친 것은 양 정상의 의지 부족 때문이다.

우리측 민간단체는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대북전단을 기습적으로 살포했다. 북측은 우리 정부의 묵인·방조를 비판하면서 조준사격으로 풍선 격파를 위협했다.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갈등과 남남갈등 요인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전에 비해 전단살포 자제를 설득했던 우리 정부의 노력은 평가되어야 한다. 북측은 개성공단 근로자 최저임금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남북한은 개성공단의 국제화에 합의했지만 3통 문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개성공단의 주권론과 남북협력사업의 특수론이 충돌한 듯하다.

북측은 한미군사훈련을 북침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통일대전’으로 대답하겠다고 위협했다. 우리측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미군사훈련을 둘러싼 북침전쟁연습 대 방어훈련의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측은 유엔인권이사회의 대북인권결의안 채택을 환영했다. 북측은 유엔인권사무소 서울 개설에 대한 보복으로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불참을 통보했다. 인권문제 제기에 대한 북측의 단호한 대응을 보여준다.

우리측은 DMZ 지뢰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북측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북측은 지뢰매설을 부인하며 증거 제시를 요구했다. 우리측은 대북확성기 방송을 시작했고, 북측은 전선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남과 북은 ‘2+2’ 회담을 개최하여, 8.25 합의서를 채택했다. 이는 남북한 관계에서 위기가 곧 기회임을 보여준다. 8.25 합의 이행을 위해 적십자 실무접촉이 이루어졌다. 대한축구협회는 통일축구 개최 협의를 위해 방북했다. 금강산에서 소나무 산림병해충 공동방제를 실시했다. 개성 만월대 유물을 공동발굴하고, 서울과 개성에서 특별전시회도 개최했다. 당국회담과 사회문화교류는 남북관계의 기본으로서 원칙보다 상위임을 보여준다. 불신관계에서 원칙 강조는 마음의 장벽으로 작용하지만, 대화와 교류는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금강산에서 열렸다. 북측은 우리측 기자단과 지원단의 컴퓨터를 엄격히 검열했다. 우리측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와중에 NLL을 침범한 북측 어선단속정에 경고사격을 했다. 남북한의 검열과 경고사격이 원칙준수인지 보복인지 혼란스럽다. 제1차 남북당국회담이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개최되었다. 8년 만에 재개된 당국회담이었지만, 공동보도문을 채택하지 못했다. 남북한은 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했다. 과거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모습이다.

2015년 남북관계는 ‘미세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8.25 합의, 제20차 이산가족상봉, 민간급 교류, 제1차 당국회담 등이 긍정적인 대목이다. 8.25 합의 과정은 많은 이례적인 사례들을 남겼다. 핫라인도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대화가 이루어졌다. 안보와 남북관계 수장들이 회담대표로 참가한 ‘2+2’ 회담 형식은 남북회담사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남북 최고지도자의 최측근 실제들이다. 양측 최고지도자간의 간접적인 의사소통임을 보여준다. 회담의 차수도 없이 무박으로 3일 동안 마라톤회담을 했다. 고위급 긴급접촉이지만 전체회의와 수석대표 접촉이라는 회담형식은 모두 취했다. 쟁점에 대한 합의는 수석대표접촉에서 이루어졌다. 8.25 합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본보기였다. 합의 이행도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2+2’ 회담이 한 번 만 더 열린다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그리 먼 훗날의 일이 아닐 듯하다.

제20차 이산가족상봉은 남북간에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발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측은 이산가족상봉 대상자의 생사확인의뢰에서 사망자의 사망날짜를 명시했다. 개별상봉 시간도 한 시간 늘려주었다. 북측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간급의 교류도 진전되었다. DMZ에서의 포격사건에도 불구하고, 평양에서 유소년 축구대회가 열렸다. 정의구현사제단의 방북을 통한 남북공동미사도 이루어졌다. 평양에서 남북노동자축구대회도 개최되었다. 5.24 조치에도 불구하고 서해직항로를 통한 대규모의 방북은 우리측의 유연성을 보여준다. 7대종단의 평화대회가 금강산에서 개최되었다. 노동자 축구단의 평양방문과 유물전시회 및 학술토론회 대표단의 개성방문에 우리측 당국자의 동행은 북측의 유연성을 보여준다.

남북당국회담은 남북관계를 총괄·조정하는 회담체의 의미를 지닌다. 제1차 당국회담에서 우리측은 이산가족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강조했고, 북측은 금강산관광의 조속한 재개를 주장했다. 우리측은 DMZ 평화공원 조성, 민생·환경·문화 등 3대통로 개설, 개성공단 3통 문제 등을 제기했지만, 남북한의 토론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에 합의해야만이 다른 의제를 토론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결과만을 볼 때, 합의서를 채택하지 못했기 때문에 회담의 결렬이다. 그러나 남북 양측의 관심사가 무엇이고, 주요 관심사에 대해 입장 차이가 크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16년 남북관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우리측은 국회의원 선거, 북측은 제7차 당대회, 미국측은 대통령 선거로 인해 남북관계가 후순위로 밀릴 듯하다. 북측이 우리의 총선에 개입한다면 그 후유증은 2017년 대선까지 이어질 듯하다. 대립과 대결의 북·미관계,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북·중관계, 접촉만 유지하고 있는 북·일관계, 신형대국론과 아시아 재균형 정책으로 갈등하는 미·중관계 등 주변정세가 부정적이다.

제2차 당국회담 개최도 불투명하다.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에 대한 남북한의 입장 차이는 크다.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우리측의 입장 변화도 없다. 개성공단 3통 문제에 대한 북측의 입장 변화도 없다. 한미군사훈련 실시도 큰 변화가 없다. 북한의 핵가동은 지속되고 있다. 핵과 인권문제에 대한 유엔의 대북압박도 유지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를 주도하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무가 있다. 북한은 2016년 5월 초 제7차 당대회를 개최한다. 새로운 김정은 시대를 선포할 것으로 보인다. 당규 개정을 통해 조직을 개편하고, 대규모 인사를 통한 세대 교체도 예상된다. 대내적으로 개혁·개방이 가미된 경제정책과 대외적으로 전방위 외교정책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통일방안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예상과 기대는 ‘장밋빛’일 수 있다. 우리가 북한의 변화를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위기는 조성할 수 있다. 우리의 의지와 노력, 전략적 접근이 장밋빛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 첫째, 제2차 남북당국회담은 반드시 개최되어야 한다. 정부는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결단을 내려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주고받아야 한다. 관광 대가를 두고 유엔안보리 대북결의안 위반 운운하는 것은 남북한 문제를 국제사회에 맡기는 또 다른 사대주의 발상이다. 북한이 관광객 신변 안전보장을 최고위 수준에서 이미 약속했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하위 수준에서 언제든지 문서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는 점을 읽어야 한다.

둘째,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권력구조상 남과 북은 권력이 최고지도자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현안을 일괄상정·일괄타결·동시행동 할 수 있다. 2016년 8.15를 넘겨서는 안 된다. 셋째,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전쟁종식 선언을 위한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 개최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는 지난 정부이기는 하지만 한·미, 남북정상들의 약속 사항이다. 최고지도자의 결단과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통일·외교·안보부처의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 민간단체들의 자극적인 행동이나 언론들의 선정적인 보도도 자제되어야 한다. 특히 대북 정보당국은 첩보가 아니라 정보만 말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지켜진다면, 2016년 남북관계는 새로운 진전으로 나아갈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양무진  yangmj@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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