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으로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 조치를 포함한 대북 강경책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의 현 경제 상황과 향후 방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병연 교수(서울대 경제학)가 지난 16일 열린 46회 EAF 세미나에서 북한 경제의 역사와 통계치 분석을 통해 북한 경제가 직면한 과제와 그에 대한 전망에 대한 개괄적인 시각을 내놨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들 중에서도 독특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비록 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1970년대까지는 북한의 경제 수준이 남한보다 높았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북한이 발표한 통계치에 기반한 것으로, 김 교수는 북한 경제가 실상은 1960년대 초반 이래로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고 추정했다.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이래로 경제 성장이 둔화되었으나 최근 2011년에서 2014년까지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경제가 회복 양상을 보였다.

김 교수는 한국은행의 통계치 분석과는 대조적으로, 2011년에서 2014년 사이 북한 경제 성장률을 연평균 2.3% 정도로 추정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대외 무역으로, 주로 대(對)중국 무역이 이루어졌다.

▲ 김병연 서울대 교수(경제학) ⓒ동아시아재단

두 번째는 시장화로, 이는 2009년 이후 확산되었는데 특히 김정일이 장마당을 단속하였던 것과 달리 김정은은 비공식적으로 장마당의 존재 자체를 묵인하는 태도를 취한 것이 이러한 상황을 더욱 부추겼다.

세 번째는 정책적 요인이다. 비록 북한 정권이 어떠한 정책과 개혁이 경제 성장을 활성화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의 농업 개혁을 통해 토지 단위당 할당된 가계 수를 크게 줄여 생산성 증가에 성공하였음을 보여준다. 비공식 시장에 대한 북한 정부의 암묵적인 인정 또한 북한의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요인이다. 대다수의 가계가 생존을 위해 장마당에 나가고 있어 비공식 경제는 북한 경제의 대단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최근의 이러한 개선 사항들에도 불구하고, 김 교수는 2015년 통계치 전망이 장밋빛은 아닐 것이라 예상한다. 비록 한국은행의 공식적인 통계 수치는 7월까지는 알 수 없으나, 2015년의 무역 통계를 살펴보았을 때 중국의 철과 석탄의 수요 약화로 인해 북한의 대중국 수출량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원자재 수출이 현재 북한의 대중국 수출량의 67%를 차지하고 있으나, 낮은 국제 원자재 가격과 중국 에너지 믹스의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미래 수요는 계속해서 약화될 것이다. 또한, 개성공단 폐쇄는 그것이 북한 정권의 주요 경화 조달원이라는 점에서 잠재적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문제의 여파를 완화시킬 여러 선택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 중 가장 주요한 선택지는 중국 파견 근로자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북한 정권은 정책적으로 경제 성장을 유도하는 것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며, 이로 인해 잘못된 사업들을 계속해서 추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북한 정권은 경제 발전을 위해 현 북한의 경제 발전 수준에서는 부적합한 기술, 건설 사업, 수입 대체, 관광, 그리고 개발 구역 지정 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한 경제는 값싼 노동력 이용, 기업체 투자, 수출 장려, 그리고 개선된 사업 환경 조성 등에 중점을 둔 접근 방식을 택해야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경제로의 이전 없이 북한 경제가 높은 수준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으나, 경제 발전의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 정권이 어떠한 정책을 추진하고 어떠한 시나리오가 펼쳐질지에 달려 있다.

김 교수는 북한의 미래에 대해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시장경제로의 전환과 동시에 남한과 (평화적인) 통합을 이루는 것으로, 이 경우 김 교수는 북한이 연평균 13% 정도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리라고 예상하였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사회주의로의 회귀와 함께 남한과의 통합 또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이다. 김 교수는 이 경우 북한은 연 5-10%의 지속적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최근 독재 정권의 지속과 시장 개혁이 양립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미래 상황은 불투명하다.

기사 작성: 나탈리 그랜트(동아시아재단 글로벌아시아펠로우)/정세영(동아시아재단 인턴)/김연수(동아시아재단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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