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독인연대(평통기연)가 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3·1절 특별예배를 드리고 시국성명서를 발표했다. 한반도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한국교회 크리스천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간절한 목소리가 담겼다. 특히 남한 정부가 조속히 평화와 대화의 자세를 통해 북한을 선도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특별예배에서 이문식 목사(광교산울교회)는 ‘화평케 하는 자’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북한 김정은 정권의 지난 4차 핵실험은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한반도에 다시 배치되는 빌미를 제공했고 그 결과 한반도는 동북아 지역의 가장 위험한 전쟁터로 변했다”고 지적하고, “우리 믿음의 조상들의 3·1정신을 본받아 오늘 우리는 한민족의 분단을 평화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우리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이를 위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통일을 기독교적 통일노선으로 대내외에 분명하게 천명한다”고 밝혔다.

▲ 1일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평통기연 3.1절 특별예배 및 성명서 발표 현장에서 이문식 목사(광교산울교회)가 설교를 하고 있다. ⓒ평통기연

최근 중국과 미국 정부 사이에 논의되고 있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와 관련해 이 목사는 “북한 정권이 지난 15년간 줄기차게 핵개발을 추구하며 핵보유국임을 인정받으려고 하는 근본 이유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계속된 불완전한 평화 상태, 즉 정전협정 체제에 있다”며 “한반도의 불완전한 평화 상태가 사라지려면 미국과 북한 사이에 새로운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한다. 우리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포괄적 평화협정이 체결됨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 나아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하나님의 평화가 이뤄지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회개와 각성도 촉구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는 해방직후 친일파 청산에 실패했고 친일 잔재세력이 이승만 독재 정권과 박정희 정권 등 군부 독재세력의 비호를 받아 오늘의 한국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분단고착 세력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더 나아가 일부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한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민족갈등을 심화시키고 부추기는 데 앞장서 ‘화평 조성자’(peace maker)가 아니라 오히려 ‘갈등 조성자’(trouble maker) 역할을 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한국교회가 지난 71년 동안 한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는 데 기여하기보다는 민족분단을 고착시키는 역기능을 한 것을 하나님과 민족 앞에서 통렬히 회개한다”고 고백했다.

참석한 인사들의 시국 발언도 이어졌다.

방인성 목사(하나누리 대표)는 “지난 60년간 분단 시대를 살면서 ‘난 그동안 뭘 했나’ 하는 자괴감을 느낀다”고 운을 뗀 뒤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최근 남북 종교 지도자들이 극심한 대립과 위기 속에서 뭔가를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긴급히 만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평화협정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남한 정부가 그것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 문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 한반도는 평화협정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 방인성 목사(하나누리 대표) ⓒ평통기연

그러면서 방 목사는 “우리 기독인들이 앞장서 이 땅의 지도자들에게 정신을 차리고 평화의 기운이 넘치는 한반도를 만들도록, 정상적인 외교를 할 수 있도록 기도하자. 화목, 평화의 복음을 가진 기독인들이 앞장서 위기의 한반도에 3.1정신을 되살려놓자”고 호소했다.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은 지금을 한마디로 ‘위기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사회 곳곳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이 위기 극복을 위해 3.1정신을 되새기자. 민족, 자주, 대단결의 연합 정신이 필요하다. 한국교회, 크리스천들이 새로운 코리아 건설에 앞장서자.”라고 당부했다.

▲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평통기연

이어서 평통기연의 시국성명서 발표가 있었다. 평통기연은 “새해 벽두부터 북한의 핵실험으로 다시금 촉발된 한반도 평화 위기 국면에서 한국교회는 시험대에 올랐다”며 “개신교 일각에서 핵에는 핵으로 대항해야 한다며 핵무장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적이지도 않고 성경의 가르침에도 어긋나는 주장”이라면서 “한국교회는 북한을 향해 십자가의 정신을 증거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에도 하나님의 섭리가 역사하고 있음을 굳게 믿으며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로 한반도 평화가 완성될 줄 믿는다”고 밝혔다.

평통기연은 그러면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절차로 개성공단 재가동할 것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보호할 수 없는 만큼 사드 배치에 신중을 기할 것 △대북제재는 비핵화와 평화제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추진되어야 할 것 △4·13 총선에서 북풍과 역풍 등 남북문제를 선거에 일체 이용하지 말 것 등을 성명을 통해 촉구했다.

▲ 3.1절 특별예배와 성명서 발표가 끝난 뒤 평통기연 관계자들이 성명서를 통일부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평통기연

이날 특별예배와 시국성명서 발표엔 강경민 목사(평통기연 공동운영위원장), 조성기 목사(평통기연 지도위원), 김회권 숭실대 교수, 신영욱 예사랑선교회 대표, 윤은주 평통기연 사무총장, 최은상 평통기연 재정국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 1일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평통기연 3.1절 특별예배 및 성명서 발표 현장 ⓒ평통기연

다음은 평통기연의 3·1절 성명서 전문.

북핵실험과 개성공단폐쇄로 인한 남북관계 경색국면에서 발표하는
평 통 기 연 3.1 절 성 명 서

<평화통일을 위한 기독인연대>(이하 평통기연)는 평화로운 분단 해소와 통일국가 완성이 기미독립운동을 일으켜 대한민국 건국을 선언한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완수하는 것임을 고백합니다. 평통기연은 해방 후 71년이 지나도록 민족통합을 이루지 못한 무능과 죄책을 한국교회와 함께 통회합니다. 더불어 현금의 한반도 동북아 정세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다음과 같이 성명을 발표합니다.

1.개성공단 폐쇄에 대하여: 개성공단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절차로 재가동해야 합니다.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자금을 차단하며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를 끌어내려는 선도적인 조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자체기술력과 자원으로 핵실험을 하고 로켓실험을 한 것이므로 개성공단 폐쇄로 핵과 미사일 제조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없습니다.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에 어느 정도 피해를 안겨주겠지만 124개 우리 기업 손실이 8500억 원에 달하고 기존에 투자한 기반시설과 설비를 포함하여 수 조원의 피해를 발생시키므로 이는 부적절한 대응입니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해적이고 반역사적인 조치를 취한 데 대하여 유감을 표합니다. 개성공단은 분단극복과 평화통일 염원을 담아 어렵게 만들어낸 민족화합 모델이며 10년 넘게 키워 온 민족전체의 공유자산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적 합의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폐쇄를 결정할 수 없습니다. 개성공단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절차를 거쳐 재가동해야 합니다. 북한당국도 성급하게 개성공단을 철수하지 말고 향후 재가동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응해줄 것을 촉구 합니다.

2. 사드배치에 대하여: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는 방어무기가 될 수 없습니다.
사드(THAAD)는 현재 격추 확률이 현저히 낮고 격추한다 해도 핵탄두가 우리영공에서 폭발하는 위험을 감수해야합니다. 또한 사드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하게 하는 억지력이 없기 때문에 우리영토를 보호하는 방어무기가 될 수 없습니다. 사드도입 문제가 대북제재에 소극적이던 중국에 대한 압박수단이었다면 중국이 고강도대북제재에 동의한 만큼 한국정부는 사드배치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촉구합니다.

3. 대북제재에 대하여 : 대북제재는 비핵화와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북한은 2016년 벽두부터 핵실험과 로켓발사를 강행하여 8.25합의 이후 복원되던 남북관계를 일거에 파탄시켰고, 국제사회의 엄중한 대북제재를 자초했습니다. 그러나 대북제재가 북한 주민들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제재와 함께 평화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노력도 병행해야 합니다. 국제사회는 이미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해왔습니다. 이제 북한당국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정상국가로 변화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있어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4. 4.13총선과 북한문제에 대하여 : ‘북풍’과 그에 대한 ‘역풍’ 등 남북문제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일체의 기도를 반대합니다.
우리는 남북문제와 통일문제를 선거에 악용하여 북풍이나 역풍을 일으키려는 정치권의 시도에 대하여 엄중하게 반대합니다. 대한민국 모든 유권자는 4.13총선에서 북풍이나 역풍에 휘말리지 말고 진정한 평화와 통일, 국민을 위해 일할 책임 있는 일군 선출을 위해 분별력을 발휘해주시고 투표권을 행사해 주시길 호소합니다.

5. 평화통일을 위한 우리의 기도:
우리는 죄인을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사랑과 대속의 은총이 개성공단과 북한 핵미사일, 대북제재와 평화협정 논의 위에 임하여 마침내는 한반도 분단이 평화적으로 해소되고 복음적인 평화통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2016년 3월 1일
평통기연 참가자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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