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각 정당이나 후보들이 집권 정당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하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두드리는 것, 자유민주주의 정당제도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특히 일촉즉발의 한반도 긴장상황에 대한 해법 제시는 경제 등 여타 사회 발전을 위한 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집권을 목표로 한 각 정당들이 심도있게 짚어야 한다. 특히 각 정당들의 한반도 문제의 원인 규명, 이에 대한 선명한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 제시는 유권자들로서는 주목해서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주요 정당이 내놓은 <20대 총선 정책공약집>을 통해 안보(군사), 통일, 외교 분야의 비전과 정책을 비교해 봤다.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을 대상으로 했다(아래 표 참조).

▲ 주요 정당별 20대 총선 안보 통일 외교 정책

새누리당: 장병 혜택 확대, 남북관계 정상화 해법 안보여

안보(군사)
새누리당은 정책공약집에서 “새로운 한반도 시대, 단호하고 굳건한 안보체계를 확립하겠습니다”라며 맞춤형 억제전략 및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조기 구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밖에 예비 군장병들을 위해서는 추가 입영조치, 산업기능요원 확대 등을 통한 적체 해소, 복무 장병에 대해서는 학점제, 자격증 취득 콘텐츠 지원, 그리고 참전 군인에 대한 수당 확대 및 진료비 감면율 확대 등을 내놨다. 전체적으로는 통일보다는 안보에 방점이 찍혔다. 새로운 정책이라기보다는 정부가 기존에 해오고 있는 것들을 공약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

통일
민간차원의 남북교류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로 이산가족 교류에 주안점을 뒀다. 향후 남북관계가 정상화될 경우 설이나 추석에 성묘를 원하는 이산가족을 대상으로 고향방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이 성사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인 남북관계 정상화의 해법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인권법 시행을 통한 체계적인 북한인권 정책 추진도 통일정책에 포함됐다. 북한인권자문위원회 운영, 북한인권재단 및 북한인권기록센터 설치 등이다. 또한 제3국에서 출생한 탈북민 자녀에게 탈북민 자녀와 동일한 자녀 양육 가산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북통합문화센터 조성도 언급했다.

외교
유엔 등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비핵화를 위한 압박외교, 주변 4국과의 능동적 실리외교를 통한 한반도 평화 공고화, 한미 동맹의 억제 대응능력 발전 등을 나열했다.

더민주: 5.24조치 및 개성공단 기업 피해보상 특별법 최우선 제정...외교 ‘빈약’

안보(군사)
더민주는 북핵 해법과 관련해 한미간 정보공유체제 강화와 대북 정보수집능력 확충, KAMD 등 독자적 핵 미사일 위협 대응체제 구축을 통한 북핵 억제력을 키우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가동 등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한 한반도 긴장 완화 조성도 제시했다. 대북 억제만이 아니라 안보와 긴장 완화를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통한 사법주권 확보, 방산비리 근절을 위한 방산업체 감독 강화, 사병 복무 기간 18개월로 단축, 사병월급 인상 등도 안보 공약에 담았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국가정보원 개혁이다. 이것은 통일·안보 공약이 아닌 ‘국민의 인권보장’ 내용에 들어 있지만 안보와 직결된 문제이기에 통일·안보 공약에 포함했다. 구체적으로는 국정원의 국내보안 정보 수집권한 폐지, 국정원장의 탄핵소추대상 포함, 국정원에 대한 국회 예산심의 강화, 감사원의 감사 강화 등이다. 이것은 선거개입 등으로 신뢰도가 바닥난 국정원이 그나마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되어 왔었다. 더민주는 또한 장기적으로는 국정원을 폐지하고 대북 정보 및 해외 정보를 담당하는 통일해외정보원(가칭)으로 개편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달 2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테러방지법에 대해 일반 시민에 대한 감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개정도 약속했다.

통일
더민주는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선언 이행을 통일정책의 핵심으로 강조하고 있다. 폐쇄된 개성공단의 정상화와 남북경협 재개, 백두산·평양 관광, 금강산 관광 재개도 들어 있다. 또한 전경련도 제안한 바 있는 남북경제협력사무소의 평양 설치, 5.24조치 및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보상에 관한 특별법 최우선 법안 제정 추진도 약속했다.

이밖에 여·야·정·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통일국민협약 체결 추진, 국민적 합의를 통한 남남대화와 민간통일운동 지원을 위한 민주통일재단(가칭) 설립, 남북 지자체 자매결연 추진, 남북 방송 및 정보통신 교류 추진, 광역 지자체별 통일센터 설치 등 민간 및 지자체의 남북협력을 적극 견인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또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 설치로 통일부 위상이 약화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대북정책의 통합 조정과 정책 기능 강화를 위한 통일부 역할 강화, 통일 외교 안보 관련 청와대 조직 개편, 민주평통 자문기능 강화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남북 인도주의 문제 대타협을 위한 한반도 프라이카우프(냉전시절 동독의 정치범 등을 서족이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고 송환받은 사업)를 추진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보수 쪽 목소리를 과감하게 수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민주는 통일정책과 관련해 ‘정경분리 원칙 준수’, ‘민관협력 거버넌스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통일정책과 관련한 재원은 남북협력기금을 통해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외교
외교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편이다. 주변 4강과의 협력, 6자 회담 재개,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을 통한 동아시아 평화협력 실현 등 기존에 해왔던 정책을 나열했다.

국민의당: 사드 반대, 개성공단 조속한 정상화...내용 빈약

국민의당이 3월 23일 내놓은 20대 총선 정책공약집엔 통일·안보 분야가 빠져 있었다. ‘12대 목표’, ‘34대 실천과제’ 그 어디에도 통일·안보는 없었다. 그러다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오전 당 정책위원회 이름으로 ‘국민의당 20대 총선 통일·안보 공약’을 내놨다. 누가 봐도 허겁지겁 서둘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내용에서도 차별성이나 구체성이 떨어져 보인다.

안보(군사)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이 최선의 답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입장이다. 전장종심이 짧은 한반도 지형, 장사정포 등 북한이 보유한 중거리 미사일, 천문학적 비용,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 등을 고려할 때 사드 배치는 효용성이 없다는 것이다. 장병 관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하여 군내 자살·사고를 효과적으로 줄이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통일
개성공단의 조속한 정상화를 강조했다. 개성공단 폐쇄가 북핵·미사일 개발 저지에 효과가 없고 국내기업과 국가의 경제적 손실만 가져온다는 것이다. 또한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남북공동선언, 10.4 정상선언의 장기적 계승·발전의 필요성도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6자회담 재개,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4자 평화회의 개최를 제시했다.

외교
서해권, 동해권, 중국 동북지방 및 러시아 연해주를 포함한 북방경제협력구역 설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북방경제협력구역 설치의 구체적 방법이나 과정은 빠져 있다.

정의당: 군피아방지법 제정, 남북교류협력 제도화 등 정책다운 정책 제시

안보(군사) 
군대 내 비리(일명 ‘군피아’) 문제와 관련해 국방방관 등 주요 직위에 민간인 임용을 의무화화는 군피아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2025년까지 40만으로 군사 감축, 예비군 정예화, 신체허약 및 부적응 우려자에 대한 과감한 군입대 차단, 현 징병제를 한국형 모병제인 의사 모병제로 전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의당에 따르면 고졸 입대예정자의 경우 학교 졸업 후 입대까지 평균 24개월간 대기해야 하고, 이들 중 88%가 실업상태다. 또한 18세 군 입대 보장 및 고졸 우선권 부여, 군복무 사병에 대한 체계적 진로 및 취업 컨설팅을 밝히고 있다. 한국의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규정하는 포괄법령으로 ‘국방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점도 눈에 띈다.

통일
“위기에 빠진 비핵화와 남북관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했던 북핵에 대한 방치가 아닌 ‘평화공존’과 ‘접근을 통한 변화’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평화상생의 한반도와 동아시아’라는 목표를 향해 담대하고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의당은 정책자료집에서 통일정책을 한마디로 이렇게 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비핵화 6자회담, 평화협정을 위한 4자회담 병행과 남·북·미·중의 한반도 평화선언 견인, 북·미간 적대관계 청산과 수교를 통한 ‘신 2.29합의’, 북·일 과거사 청산과 수교 여건 조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중장기적인 군축회담과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철회와 재가동,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통한 남북교류협력 부활 및 제도화를 명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예비단계로써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조성된 강 대 강의 대결국면을 중단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 특사 파견 혹은 당국회담 재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돌파구가 열리면 1단계로 정상회담 조속 개최, 장관급회담 정례화, 민간 및 자치단체의 교류협력의 자율성 보장하는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어서 상주대표부 설치 → 남북 정상회의 → 통일‧안보 담당 장관급회의 → 통일‧국방‧경제‧사회‧문화 등의 부문별 실무자회의 등 각급 회의의 정례화 → 민간 및 자치단체 교류의 전면 자율화를 다음 단계로 제시하고 있다.

외교
미·중 등 한반도 주변국과의 균형외교, 지경학적 이익을 공유·확대하는 조화외교가 정의당이 내세우고 있는 외교정책이다. 이와 관련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불평등한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한미SOFA)의 전면 개정을 통해 미국과의 불균형 외교를 시정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본과는 한일 위안부 재협상, 철저한 과거사 반성에 기초한 평화·미래 지향의 신 한일관계 정립 등을 밝히고 있다. 또한 한·중·일간 외교‧국방‧경제 장관회의를 성사시키고 이를 정례화하는 등 동북아 외교‧국방‧경제 협의체 상설화도 제시하고 있다.

안보·군사 문제, 남북 갈등과 통일 해법에 있어서 정의당이 주요 정당 중에서는 가장 정책다운 정책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의당은 특히 2016년 들어 현 정부의 외교‧국방‧통일 정책이 전반적으로 크게 요동치면서 퇴행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하고, 그 까닭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 북풍을 이용하려는 의도를 국가이익에 우선했고, △국방부장관이 반대한 대북 방송을 재개했고 △통일부장관이 반대한 개성공단을 폐쇄했고 △외교부(장관)의 의견을 듣지 않는 사드 배치 추진을 발표한 점 등 대통령의 일방적 독주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구도 직위를 걸고서 (대통령께) 직언을 하지 않는다”며 “정권안보를 위해 국가안보위기를 호도하고, 대통령의 심기 경호를 우선한 유신의 퇴행적 현상이 연상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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