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북지원 단체들 모임에 갔다가 어느 교수로부터 “북한에서도 커피 믹스를 생산한다”는 말을 듣고 믿질 않았다. 북한에서도 커피 믹스를? 하기야 북한 사람이나 남한 사람이나 같은 민족에, DNA도 같은데 입맛이 같은 게 뭐가 이상한가? 그런데도 북한이 커피 믹스를 생산한다는 게 낯설게 들리는 이유는 뭘까?

하루 뒤, 그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짜 북한산 커피 믹스 사진을 올렸다. 커피 믹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생산지는 평양시 선교구역 강안1동으로 되어 있고, 생산날짜는 2015년 11월 26일이다. 거기다 바코드에 전화번호까지 02-667-1324다. 공교롭게도 서울지역번호와 똑같다. 낯선 커피 믹스가 이내 익숙하게 다가왔다.

▲ 북한산 커피믹스 ⓒ어느 교수의 페이스북

어느 분은 그 사진 밑에다가 이렇게 적어놨다. “드뎌 북이 자체 생산라인을 가동하는군요. 몇 년 전에 북한에선 식후 한국산 커피 믹스를 먹는 게 일상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쿠쿠밥솥 밥맛과 식후 입맛은 이미 통일했네요^^” 간식으로 먹는 오리온 초코파이만 아니라 주식인 밥도 쿠쿠밥솥으로 해먹고 식후 커피는 한국산 커피 믹스를 마시는 게 유행이라는 것이다. 거기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CD를 통해 한국의 노래를 듣고 드라마를 보는 것도 일상이라는 것이다. 북한이나 남한이나 북한 사람이나 남한 사람이나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실제 탈북자들을 만나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별로 다른 점을 못느낀다. 내가 속한 협동조합의 이사장도 탈북자인데 전혀 낯선 점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무엇이 북한을, 북한 사람을 낯설게 만들었을까?

남한주민들이 생각하는 북한 사람의 이미지는 흔히 비이성, 폭력, 비정상, 비합리, 빈곤 등으로 묘사된다. 우리의 모습을 보면 실제가 그렇지 않은가? 교육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한 탈북자는 그 원인을 미디어와 잘못된 교육에서 찾는다. “저도 북한학을 공부했고, 논문을 쓰면서 직접적인 편견과 관련해 조사를 했는데 그때 읽은 논문 중 하나가 초등학생들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느냐는 주제로 쓰여진 논문이었어요. 이 논문에서는 초등학생들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을 대부분 미디어를 통해 형성한다고 되어 있었어요. 또 그 편견이 직접적으로 북한이탈주민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덧씌워져서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편견으로 나타난다는 거였어요. 이것은 단순히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에 오면서 생긴 이미지가 아니라 옛날에 반공교육에서부터 배워오던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옮겨가는 것이죠.”

그렇다. 편견이 우리로 하여금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기보다는 사실을 비틀거나 왜곡해서 보게 하는 것이다. 그 편견은 바로 무지가 원인인 것이다. 그러니까 무지가 편견을, 편견이 증오를 만드는 셈이다. 하나님의 아들로 사람들의 죄성과 위선을 누구보다 잘 아셨던 예수님은 어쩌면 무지를 깨뜨리기 위해, 그 과정을 통해 사람이 사람을 제대로 보고 서로를 인정하고 그래서 진정한 사랑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서 그렇게 짧은 삶과 멋있는 언어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가신 게 아닐까.

우리나라 국방예산이 36조를 넘었다. 하루로 계산해보니 매일 1000억원을 국방비에 쏟아붓고 있다. 전체 예산으로 치면 11% 정도다. 북한은 더하다. 전체 예산의 20% 이상을 국방에 쓰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사일을 쏘고 핵개발을 하는 그 이면엔 그만큼 많은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난의 행군’이 자리하고 있다. 남한은 어떤가. 그만큼 청년들은 꽃 같은 젊은 날을 군대에서 썩어야 하고(군인들 표현), 비싼 등록금에 청년 실업으로 고난의 나날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무서워하는 무지가 만들어낸 코미디 같은 비극의 현대사다. 이 모든 것을 위에서 한눈에 내려다보고 계시는 하나님은 이런 남북한을 보시며 비웃으실까 아니면 울고 계실까.

*이 글은 지난주 효창교회 주보에도 게재했습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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