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정기국회가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문제삼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반발로 파행을 빚고 있다. 정 의장은 “국회의원은 국민의 편에 서서, 잘못된 것은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께서 우리 국회를 신뢰한다”면서 연일 비리 문제가 보도되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비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발은 정 의장의 개회사 중 “최근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대목에서 시작됐다.

정 의장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상황이 매우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북핵문제로 촉발된 국제사회의 제재와 남북 긴장상태 고조, 그리고 이에 맞선 북한의 지속적인 무력시위로 동북아 전체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북핵문제는 동북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우리의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당사국으로서 우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은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도 우리가 먼저 만들어야 하고, 그에 따른 대화나 행동도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한다. 그래야 파국을 막을 수 있고, 또 북핵 문제를 넘어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의 이니셔티브(Initiative)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 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드 배치 관련 정부 태도에 대해 정 의장은 “사드배치의 불가피성을 떠나서 우리 내부에서의 소통이 전혀 없었다”며 “그로 인한 주변국과의 관계변화 또한 깊이 고려한 것 같지 않다. 그런 과정이 생략됨으로 해서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정세균 국회의장이 1일 20대 정기국회에 앞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국회TV 화면 캡처.

정 의장은 “북한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응분의 제재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지금과 같이 남북이 극단으로 치닫는 방식은 곤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의장은 “제재는 수단이다. 때론 유용하지만, 때론 위험한 수단”이라며 “중요한 것은 수단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남북의 현실은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위태롭다. 우리 국민과 국회가 언제까지 남북한 정부가 벌이는 치킨게임(Chicken Game)의 관망자로 남아 있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정 의장은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는 동북아 지역 평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며 “작은 것이라도 가능한 부분부터 대화해야 한다. 여야가 이 문제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한반도 긴장 해결을 위한 여야 협력을 당부했다.

아울러 한반도 긴장 해결을 위해 ‘의회 외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도 했다. 정 의장은 “지난 제헌절 경축사에서 동북아 평화와 협력을 위한 6자회담 당사국 의회간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이미 여야 중진 의원들을 주축으로 '동북아평화협력의원외교단'을 구성하였으며, 미·일·중·러를 포함한 주변국과의 의회외교가 곧 시작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저 역시 이달 추석연휴를 활용한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북핵문제 해결과 동북아 평화 안정을 위한 의장외교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이 외에도 의원친선협회 등 우리 국회가 갖고 있는 다양한 외교채널을 풀가동하여 한반도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핵·사드·한반도 평화에 대한 정 의장의 발언은 관련 전문가들이라면 대체로 공감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으로 판단된다. 사드 배치가 ‘북핵 방어용’이라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더라도 그 결정 과정에서 주민들 동의가 전혀 없었던 점, 또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반발과 우려를 사전에 협의하거나 양해를 구하지 않은 점 등은 한반도 긴장 고조는 물론 국내 경제 위축가지 불러온다는 점에서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와 북한이 ‘강 대 강’ 대결로 치닫고 있고 이로 인해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동북아평화협력의원외교단을 구성하는 등 ‘의회 외교’에 나서는 것도 그나마 숨통을 틔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이 같은 정 의장의 발언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며 사퇴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국회의장실을 점거하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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