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주의 사드포대 배치 후보지가 발표 되는가 봅니다. 여러 차례 그 부당성을 역설하였지만 안타깝게도 발표 강행을 막을 방법이 현재로선 없습니다. 국회는 지리멸렬하고 더민주당, 국민의당은 이미 이탈하고 있습니다. 이번 제3부지 발표는 사드의 한국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미국의 다급한 압력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월 공개강연에서 “한국 정부가 주민을 제대로 설득한다”며 내정간섭성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더니 성산포대를 성주 골프장으로 옮길 조짐이 보이자 “빨리 결정해 달라”고 국방부에 직접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사흘 전(27일)에는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의회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 속도가 빨라지는 점을 감안하면 배치 속도를 가속할 의사가 있다”며 서두르는 발언을 했습니다. 미국은 사드를 조기에 한반도에 전개하기 위해 느려터진 한국 정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며 무슨 빚쟁이처럼 배치를 재촉한 것입니다.

미국의 등쌀에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인지, 박근혜 정부는 체념적인 표정으로 사드 배치의 수순을 하나씩 밟고 있습니다. 이제는 미국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서 맹수가 우글거리는 충돌의 지정학에 뛰어든 것입니다. 북한에 대해 자주적으로 대처하지도, 주도적으로 해법을 제시하지도 못한 박근혜 정부는 대한민국 동남권 귀퉁이 하나만 방어할 수 있는 사드라는 무기 하나에 안보의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북한 미사일을 얼마의 고도에서 요격하는 기술적 설명이 무엇이 그리 중요합니까? 사드라는 쇳덩어리 그 자체보다 그 배후에서 전개되는 power politic, 즉 힘의 국제정치라는 본질이 중요한 것이지요. 호랑이 등에 올라탄 대한민국은 일견 강해보이고 안정되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 호랑이 등에서 내려오는 순간 그처럼 옹졸하고 무능력한 겁쟁이도 없습니다. 강대국에게 잡아먹히기 딱 좋은 꼴이 됩니다.

이제 김천과 성주 주민들의 저항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 성주에서 주민들 촛불시위에 참여했을 때 한 분이 “광주가 민주의 성지라면 성주는 평화의 성지가 될 것”이라며, “이런 우리의 진정성을 광주까지 들리도록 외쳐보자”고 했습니다. 그렇지요. 20세기 민주주의를 광주에서 꽃으로 피웠다면 21세기 평화는 성주에서 그 결실을 맺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빛고을에서 별고을로, 즉 민주주의를 넘어 평화로 나아가는 희망의 오작교를 놓아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북한의 핵미사일보다도 강하고 미국의 사드보다 더 위력적인 생존과 번영의 길입니다. 10월 1일에 김천으로 내려가서 주민들을 만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희망을 만들어봅시다. 

김종대  jdkim@naver.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