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北韓離脫住民, North Korean defectors), 탈북자(脫北者), 탈북민(脫北民), 새터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이탈하여 대한민국으로 망명한 주민을 가리킨다. 북한이탈주민은 대한민국 법률상 용어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주소·직계가족·배우자·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벗어난 후 대한민국 이외의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을 뜻한다.

대한민국에서 ‘북한이탈주민’은 △1993년 이전 귀순자(歸順者), 귀순용사(歸順勇士) △1994년~1996년 탈북자, 귀순북한동포 △1997년~2004년 탈북자, 북한이탈주민 △2005년~2008년 새터민, 북한이탈주민 △2008년 이후 탈북자, 북한이탈주민 등으로 변천해 왔다.

그리고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용어를 ‘북향민’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왔다. 북한이탈주민이기도 한 박예영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은 계간 <통일코리아> 2016년 봄호 기고문을 통해 2016년 한 해를 ‘탈북민’이 아닌 ‘북향민’으로 부르는 운동을 펼쳐보자고 제안했다. ‘북향민’은 용어에 담긴 한자 뜻 그대로 ‘북쪽에 고향을 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박 이사장은 “70년 분단으로 인해 고향도, 헤어진 가족도 다시 만나지 못한 우리의 이산가족 1세대인 ‘실향민’들과는 달리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소망이 ‘북향민’이라는 용어 속에 담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토크> 이번 호 주제를 북에서 온 이들을 부르는 용어에 대한 문제와 남한 청년들과 북에서 온 청년들이 함께하기 위한 노력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청년토크는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했다. 필자(이하 ‘범’)를 비롯해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정국진 청년부문 대표(이하 ‘국’)와 청소년 시절 남한으로 건너온 ‘북한이탈주민(북향민)’ 정서윤 씨(이하 윤)가 함께 했다.

▲ 남한청년 정국진 대표와 탈북청년 정서윤 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북에서 온 여자, 남도에서 온 남자
범: 먼저 각자 자기소개 한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윤: 네 안녕하세요. 북한에서는 1998년에 나왔고, 중국에서 4년 살다가 2002년에 한국에 온 당시에는 15살이었던 정서윤이라고 합니다.

국: 저는 86년생이고요. 전남 순천에서 고등학교까지 보내다가 대학생이 되어서 국제통상학을 공부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동북아에서 경제 통상 분야를 포함해서 제대로 된 교류가 어렵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고는, 북한 문제가 우리 시대에 가장 큰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에 2011년부터 북한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통일코리아협동조합에서 청년부문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범: 서윤 씨는 지금 무슨 모임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건가요?

윤: 제가 탈북청년들이 많이 오는 방과후학교에서 글쓰기 지도로 강좌를 했었는데 하다보니까 제가 형식은 어떻게 해서든 알려줄 수 있는데 글의 소스는 줄 수가 없더라고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고 또 대학에서는 창의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글 소스는 직접 찾아야 한다고 해서 독서를 시작했어요. 비판적인 시야도 넓히고 어떤 글을 어떻게 쓰는지 그리고 토론하는 능력도 중요하니까 그것까지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시작했어요.

그리고 저는 전부터 항상 남북청년이 함께 어울려야 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서로 다른 의견을 공유하고, 그 안에서 함께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탈북 친구들에겐 남한 친구들이 별로 없잖아요. 물론 남한 친구들도 북한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기 어렵구요. 그래서 독서모임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이야기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남한 친구들이 없었는데, 책 5권을 진행하고, 2차 시즌으로 이번에 다시 시작하면서 지금은 남북청년 반반씩 매주 토요일에 경제·정치·사회·인문·철학 등 여러 가지 책들을 가지고 토론하고 있어요.

범: 서윤 씨는 2002년도에 오셨으면 한‧일 월드컵 할 때네요?

▲ 탈북청년 정서윤 씨

윤: 월드컵이라고 하는지도 몰랐어요. 6월에 도착했는데 국정원에 있었거든요. 계속 밖에 폭죽 터뜨리고 시끄럽게 소리 지르고 해서 저는 ‘여기는 원래 이런 곳인가보다’ 이랬어요. 그때는 잘 모르고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했고 월드컵인지는 나중에 알았어요.

범: 국진 씨는 언제 북한 사람을 처음 만났어요?

국: 2011년에 북한학을 전공했던 대학원에서 처음 만났어요. 아! 정확히 말하면 2005년도에 금강산에 가서 그때 만났던 북한 사람이 첫 번째였어요. 금강산 관광 중에 안내원의 모습으로만 만났는데, 그때 당시 안내원과 나눴던 대화 중에서 정말 어렵게 조용히 있을 때 질문한 것이 있어요. 그 당시 제가 순수한 마음에 궁금했던 것인데 “경제가 많이 어려우신 걸로 아는데 그런데도 왜 김일성‧김정일을 좋아하십니까?”라고 물었어요. 대답이 뭐였을 것 같아요?

범: 미쳤냐고 했을 것 같아요.

국: 그렇진 않았어요. 위험한 질문인데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말해주더라고요. 1970년대 쯤에 김일성이 어느 한 공장에 현지지도를 나갔는데 그 공장의 환경이 되게 안 좋던 거예요. 노동자들이 연신 기침을 해대면서 자기 업무를 하는데 그것을 보고 김일성이 노해서 “우리 노동자들이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일하냐”면서 “당장 폐쇄하시오”라고 했다는 거예요. 주변에서 공장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다 말렸는데도 그렇게 자기 수령이라 할 만한 이가 노동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가동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고, 그런 사람을 어떻게 안 따를 수 있냐는 거예요. 그게 굉장히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 있거든요. 그래서 그 당시 제가 가지고 있던 ‘왜 북한에는 민주화운동이 일어나지 않고 못사는데도 나라가 유지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나서 2011년도에 대학원에서 만났던 북한 사람들은 경우에 따라 어떤 분은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해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어떤 사람은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도 봤어요.

범: 서윤 씨는 북한에 있을 때 남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있나요?

윤: 듣긴 했는데 들은 게 많지는 않고, 그냥 기억이 별로 없는데 TV 프로그램에서 한국에 대한 영상이었나, 그냥 못살고 노숙자들이 있는 영상이었는데 자본주의 나라들 소개하면서 한국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아 저런 데도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산골에서 염소 방목을 하시면서 혼자 산속에 계시니까 라디오를 자주 들으셨는데 황장엽이 탈북해서 한국 가서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서 들었다고 했어요.

국: 한국에서 보낸 방송인데 평양 말하고 다르잖아요?

윤: 그래도 다 알아듣죠.

국: 북한말이 아니니까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윤: (남한하고)연결이 되진 않았던 것 같아요.

■북한이탈주민을 향한 편견

범: 한국에 와서 사람들을 만났을 때 첫인상이 어땠어요?

윤: 저는 하나원에 있을 때 초등학교를 다녔거든요. 제일 처음 접한 남한 사람은 국정원에 있는 경찰이나 수사관들이었고, 두 번째는 하나원에 있을 때 다니는 초등학교 친구들이었어요. 거기서 한국 애들 많이 만나고 되게 착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이질감도 느낄 새가 없었어요. 국정원 내에서는 너무 갇혀 있었고 밖에 나가서 보는 게 딱히 없었기 때문에 이질감 느낄 게 없었고요. 대신 경찰들이 말도 못 걸게 하고 시키는 것만 하게 해서 무서웠다는 기억이 있어요. 하나원 가서는 선생님들이 너무 착하고 이야기도 많이 들어주고 해서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하나원이 산골이어서 별로 이질감은 못 느꼈죠. 다니는 학교 애들도 착했어요. 왜냐면 그 학교는 탈북한 애들이 하나원에 있는 동안 초등학교 연령 혹은 그 이상 연령이지만 초등학교에 다녀야 하는 학업수준을 지닌 애들이 다 거쳐 가는 곳이어서 애들이 탈북친구들에 익숙한 거예요. 제가 갔을 때는 저는 오히려 긴장하고 그랬는데 애들은 잘 다가오고 했어요. 대신 하나원을 나와서는 좀 달랐죠. 그 초등학교랑 제가 서울에 와서 다닌 초등학교와는 되게 많이 달랐어요.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하나원에 있을 때 다닌 초등학교에서는 그것 가지고 놀리거나 이상하게 생각한 것이 하나도 없어서 그냥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서울에 와서 이야기했더니 반응이 확 다른 거예요. 그때서야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집에 들어갔을 때 충격이었어요. 중국에 있으면서 이모가 “중국은 이렇게 잘 살아”라고 했었어요. 그래서 중국에 갔더니 실제로 상황이 북한이랑 다르게 좋았어요. 그래서 ‘한국 가면 더 좋아지겠구나’하고 생각했는데 한국 오니까 집이 너무 좁아진 거예요. 곰팡이도 슬어 있고, 청소도 안 되어 있고, 냄새나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지금은 복지관에서 다 청소를 해놓고 세팅을 해놓고 하나원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데려와요. 주변 환경도 다 안내해주는데 우리가 처음 왔을 때는 그런 게 하나도 없어서 엄마랑 나랑 둘이서 걸레 하나 가져와서 거길 박박 닦고 했는데 정말 실망했어요.

국: 실망을 넘어서 후회하지는 않았어요?

윤: 후회까지는 안했고 되게 작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작게 산 경험이 없어요. 북한에서도 되게 컸고, 중국에서도 집 사이즈는 크게 살았어요.

범: 지금은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반응 차이가 있어요?

윤: 지금은 사람마다 반응하는 게 좀 다른 것 같아요. 친하지 않은 사람들한테도 잘 이야기하는 편인데 젊은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면 ‘어 그래?’라고 하면서 본인들이 과하게 반응하지 않으려고 숨기는 것 같아요. 왜냐면 본인들이 놀라고 그렇게 반응하는 게 실례가 될까봐 그러는 부분이 있고, 조심스럽게 질문하고 그래요.

그리고 인상적인 기억이 하나 있어요. 무거운 짐을 들고 집에 가는데 부모님 뻘이신 분들이 들어주신다고 하면서 “아가씨, 고향 어디야?”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북에서 왔다고 이야기하니까 나중에 집 다 도착하고 나서 “아가씨, 그런데 다른 사람들한테는 북에서 왔다고 하지 마. 안 좋게 봐”이러는 거예요. 물론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인데 북한이탈주민들만 편견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한국 사람들도 자신들이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는 거죠. 제 친구도 어디 서류 넣을 때 북한에서 왔다는 것 쓰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그래요.

범: 방금 편견이 있다고 서윤 씨가 말씀하셨는데 국진 씨가 보기에는 어떤 편견들이 존재하는 것 같나요?

▲ 정국진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청년부문 대표

국: 아무래도 북한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 보니까 생활환경이 완전히 바뀌었잖아요. 그래서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서 왔다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했을까?’ 혹은 ‘(북한에서 왔는데)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싶어요.

윤: 의문이랑 편견이랑 같은 거예요?

국: 이제 그 의문에서 나아가서 제대로 한국 문화라든지 한국 사회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거기에서 아예 적응 못할 것이라고 단정지어 무시하게 되는 것이죠.

윤: 난 그렇게 생각 안해요. 편견이라는 것이 단순히 ‘적응 못한다’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이 아니라 무지함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그 사람들이 적응을 못하는 것을 걱정하다가 편견이 생겼다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북한학을 공부했고, 논문을 쓰면서 직접적인 편견과 관련해 조사를 했는데 그때 읽은 논문 중 하나가 초등학생들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느냐는 주제로 쓰여진 논문이었어요. 이 논문에서는 초등학생들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을 대부분 미디어를 통해 형성한다고 되어 있었어요. 또 그 편견이 직접적으로 북한이탈주민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덧씌워져서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편견으로 나타난다는 거였어요. 저도 이에 동의하구요. 남한주민들이 생각하는 북한은 굉장히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이고, 단순하고, 비정상적이고, 빈곤하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미지들이 북한이탈주민에게 그대로 옮겨가는 것이죠. 이것은 단순히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에 오면서 생긴 이미지가 아니라 옛날에 반공교육에서부터 배워오던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옮겨가는 것이죠.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뭔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하잖아요. 이제 한국 사회는 예전 품앗이하던 그런 사회가 아니잖아요. 서로 교환되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이탈주민에게는 계속 뭔가 주는 것은 할 수 있는데, 북한이탈주민에게서 궁극적으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단 말이죠. 빈곤하고 한국사회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다 알려줘야 하고 내가 봉사자가 아닌 이상은 굳이 북한이탈주민들과 친구하고 뭔가 하려 할 이유가 없는 거죠. 지금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씌어진 이미지로 생각했을 때 남한사람들은 북한이탈주민들을 ‘자신들이 만나봤자 본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명칭 변경과 동시에 이미지 개선 필요
국: 그런데 이 말대로라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명칭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이 북한이탈주민이든, 탈북자든, 새터민이든 어떤 명칭을 쓰더라도 이 사람이 ‘북한에서 왔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라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은 개선되기 어렵겠네요. 그 명칭이야 어떻게 됐든 사람들은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테니까요.

범: 옛날 귀순용사에서부터 탈북자, 새터민, 북한이탈주민, 그리고 북향민이라는 단어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런 편견 때문에 이름을 계속 바꾸려고 하는 건가요?

윤: 그것은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물론 편견 때문일 수도 있지만, 바꾸려는 방향성이 북한이탈주민 이전에는 정치적으로 이용된 경향이 강하고요. 90년대 후반에 수가 급격히 많아지니까 대우해주기 어려워지고 약간은 지위가 추락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국: 탈북자라는 용어가 1996년~97년 당시의 고난의 행군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탈출했다는 의미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죠. 그 용어가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미래지향적 용어로 바꾸자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 ‘새터민’인 거죠. 그 ‘새터민’이라는 말이 만들어지게 된 원인에는 탈북자라는 용어 자체가 편견을 조장한다는 시각이 있었던 것이죠.

윤: 그런 것까지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어요. 어쨌든 부정적인 언어라고들 생각하는 것이죠.

범: 어떻게 이름을 바꿔도 똑같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북한이탈주민들은 어떤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나요?

윤: 모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 없는 것 같아요. 뭔가 확실하게 하나로 몰리는 대안이 없으니까 이것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요.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 거죠. ‘새터민’이라는 단어가 공모를 통해 북한이탈주민들이 만든 단어란 말이에요. 그런데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싫어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새터민’이라 부르나 ‘북한이탈주민’이라 부르나 똑같다는 거죠.

국: 그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지 싫어할 만한 이유까지는 아니지 않나요?

윤: 그것은 뭐 자기 생각이죠. 싫다고 하면 싫은 거고, 두 번째는 강하게 반발심 가지는 사람들은 ‘새터민’이라는 단어가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크죠. 북한에서 정치적인 탄압을 받았고, 북한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한국사회로 정말 어렵게 용기를 가지고 넘어온 사람이라는 ‘귀순용사’와 비슷한 대우를 받고 싶지만 ‘새터민’이라는 용어는 그런 북한이탈주민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에서 탈출했다는 의미지만 이것은 그러한 의미가 없다는 것이고요. 이게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이 ‘새터민’으로 바뀌었을 때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하니까 그것이 싫다는 거예요.

범: 지원이 줄어든다는 근거가 있어요?

윤: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이 말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새터민’이라는 것이 새로운 터전에 자리를 잡았다는 의미가 있잖아요. 그런데 새로운 터전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 단순히 북한이탈주민뿐만 아니라 이슬람 사람이나 중국 사람이나 모두 외국에서 있다가 한국에 왔다는 의미에서 그 범위에 다 포함이 가능하거든요. 그러면 그 중에서 북한이탈주민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의미는 퇴색이 될 가능성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크죠.

범: 실상 ‘새터민’이라는 것은 북한에서 오신 분들을 지칭하는 말이고, 다른 외국에서 오신 분들은 ‘이주민’이라는 말을 주로 쓰잖아요.

윤: 예를 들어 ‘이주민’이라는 말에는 ‘난민’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렇지만 ‘난민’은 ‘난민’이고 ‘이주민’은 ‘이주민’이라고 부르는데 난민이라 했을 때 그 지위가 달라지는 것과 같은 거죠.

국: 그런데 ‘북한난민’이라 그러면 더 안 좋게 보죠.

윤: ‘북한난민’은 또 다른 측면이죠. 왜냐하면 한국에서 북한을 다른 나라로 보지 않는데, 난민이라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 왔을 때 난민이라고 하는 것이거든요.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으로 왔을 때는 난민의 지위가 아닌 거죠.

국: 어쨌든 ‘새터민’이라는 단어가 북한에서 정치적·경제적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서 이탈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새터’라는 말 자체가 담아내지 못하는 거죠. ‘새터민’이라는 말을 가지고 이 단어가 ‘이러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의미부여를 하니까 그때서야 사회에서 약속이 되니까 그런 것이지, 사실 그 말 자체는 ‘북한에서 넘어오신 분들’이라는 의미를 담아내기에는 단어 자체가 한계가 너무 뚜렷해요. ‘탈북자’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단점과 ‘새터민’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새로운 대안으로 박예영이 제시한 게 ‘북향민’인 거죠. 이런 북향민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어떤 느낌이 들어요?

윤: 이것을 저한테 묻는 게 적합한지 모르겠어요. 제 사견이지 북한이탈주민 모두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국: 그렇다면, 개인의 입장에서 이 단어를 들었을 때 어때요?

윤: 저는 괜찮은 것 같아요. 제가 괜찮다고 해서 다 괜찮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문제는 이미지를 같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 단어뿐만 아니라 북한이탈주민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스스로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된다?

윤: 아니죠. 그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아니에요.

국: 그렇죠. 스스로도 노력해야 하고 북한이탈주민을 품어줄 수 있는 한국사회 전체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거죠.

윤: 제 개인적인 입장은 바뀌거나 안 바뀌거나 그것으로부터 많은 영향은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북한이탈주민과 거기서 떠오르는 편견들이 이미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용어를 바꾸는 것이라는 거죠. 이게 전체를 해결해주는 방법이 아니라 용어를 바꾸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단어를 바꿈과 동시에 다른 이미지를 단어와 바로 연결해주는 거예요. 예를 들어 ‘새터민’이라는 단어로 바꿨을 때 기존 이미지가 안 바뀌었다면 기존 이미지의 카테고리를 바꾸려는 노력을 안 했을 때 시간이 지나면 ‘새터민’이라는 단어에 기존의 이미지가 연결이 될 것이란 말이에요.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단어를 만들고 바로 새로운 가치와 이미지라는 카테고리를 형성해서 연결시키는 그런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범: 어떤 부분에서 이미지를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할까요?

윤: 이것은 굉장히 어려워요. (전체적으로) 북한에 대해서 계속 나쁘게 이야기한단 말이에요. 정부의 입장은 그거예요. 북한은 북한인거고 합리적으로 봤을 때 북한주민과 북한정부를 연결해서 생각하면 안된다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저도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냐는 거죠. 북한이탈주민들 모두 다양하잖아요. 정말 착한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는데 많은 북한이탈주민 중 한 사람이 도드라지게 문제를 일으켰을 때 “역시 북한에서 와서 저래”라고 연결하게 될 가능성이 너무 큰 거죠. 북한 욕은 하되 북한이탈주민은 따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를 하면 좋을 텐데 그런 것 없으면 연결고리를 끊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국: 이야기를 들으니까 생각나는 것이 제가 교회를 다니니까 혹시나 뭔가 잘못된 일을 저지르면 ‘교회에 다니니까 저래’라는 말을 할까봐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 것이 있어요.

■ 과연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범: 공감합니다. 그리고 편견들은 대물림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편견은 교제를 계속 하면서 풀어나가야 하는데 현재 남북간의 교류가 힘든 상황에서는 그런 편견을 깨는 것이 더욱 어려울 것 같아요.

윤: 학교에서도 이런 일들이 발생하더라고요. 통일교육을 하는데 거기에 안보교육을 하는 것이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통일교육을 할 때는 ‘통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안보교육 할 때는 적이라는 생각에 ‘통일하면 안돼’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적이랑 어떻게 통일을 하냐는 거죠.

범: 남한 사람과 북한이탈주민과의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국: 결국은 남한사람들과 북한에서 오신 분들 사이에 더 깊은 이해가 상호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어느 인간관계나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통일을 준비해야 하고 통일이 시대적 과제인 우리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숙제인 거죠. 그래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려면 더 자주 만나고 접촉점을 늘려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통일코리아 협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웃음)

윤: 저도 접촉면이 많아야 된다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북한이탈주민만 가지고 접촉면을 넓히기에는 지금 생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북한이탈주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이해도 필수인 거고, 지금보다 더 가까워져야 해요. 한국에 북한이탈주민이 3만 명이 와 있는데 그들이 자기 살기도 바쁜데 서로를 이해하도록 접촉면을 늘려가는 것은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남북교류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통일에 대한 생각에서 북한이탈주민은 사실 통일 실험을 하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북한이탈주민을 왜 받아줘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자기들끼리 자의적인 해석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한국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에게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내 세금 쓰는 게 아깝다 생각하면서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겠어요. 북한이탈주민이 가지고 있는 의미, 그 의미를 찾아가려면 통일을 해야 하는 당위성까지 가야 하죠. 통일을 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에 있다고 한다면, 이왕 하는 거 긍정적인 방향에서 최소한의 피해를 보면서 통일을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북한이탈주민을 함께 잘 지내는 방법을 찾아나가고 그 방법에 대한 자료가 축적되면 통일이 됐을 때 적용하는 거죠. 그리고 북한이탈주민들 자체가 리더로서 성장해서 두 사회를 겪은 사람들이 북한에 가서 그 지역에 일꾼으로 일을 하게 되고 그런 것이 지금 한국 정부에 큰 도움이 되는 거죠. 리스크를 줄여주니까요. 북한이탈주민은 앞으로 닥칠 통일 한국에서 발생할 리스크를 줄여줄 사람들이에요.(끝)

*이 글은 계간 <통일코리아> 2016년 여름호에도 게재됐습니다.

범영수 기자  bumyungs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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