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정치적으로 통일은 불가능하다. 공존하고 소통할 수 있는 형태의 통일은 교회, 기독교도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스포츠, 음악 등 문화를 통한 통일은 가능할 것 같다.”

31일 안산동산교회에서 열린 2012 선교한국 첫 번째 주제강의에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가 한 말이다(발제 요약문은 관련 기사 참조). 한국 사회나 한국 기독교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결국 통일의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 김병로 교수

김 교수는 “통일이 되려면 여러 징조나 증상이 있을 텐데 현재로 봤을 때는 (그런 통일의 징조나 증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갑자기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얘기들을 들을 때마다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통일은 남북 협력과 국제 협력이 복합적으로 연계되면서 이뤄질 텐데 현재의 남북관계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관계를 고려할 때 통일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거라고 본 것이다.

통일을 위해서는 스포츠나 음악 등 문화교류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교수는 “탈냉전시대를 종식시켰던 모멘텀이 되었던 사건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며 “당시만 해도 소련과 중국, 북한을 매우 무서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88 서울올림픽에 공산권 국가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공산권과의 교류가 열리고, 이것이 탈냉전을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평양에서도 올림픽이 열린다면 20년 후에는 엄청난 경제 성장을 기대해볼 만하다”며 “2024년에 평양에서 올림픽이 열리고 그것을 위해 휴전선이 열리는 날을 상상해본다. 그것은 마치 베를린 장벽이 열렸던 것처럼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남북관계나 통일 문제는 경제교류, 학술교류, 선교적 관점 등으로만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문화적 측면, 즉 스포츠나 음악을 통해 통일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북한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한 관점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우리와 너무 별개의 나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어딜 가나 사람은 다 비슷하게 산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세상과 사람을 보는 시선 자체를 바꾸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람들의 ‘민심 잡기’가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도 했다. 북한 사람들이 남한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북한 사람들이 남한 기독교를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결국 통일을 좌우하게 될 거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북한 사람들은 이제까지 받은 교육 때문에 기독교에 대해 아주 강한 반발심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가 북한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만큼 북한 사람들도 남한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겁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한 사회에 가면 돈이 없어 죽을 것이다, 남한 사회에 가서 진짜 잘 살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 사람들은 기독교에 대한 잘못된 생각, 잘못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가 먼저 용서를 구하고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신앙인으로서, 기독교인으로서 이전의 선교사들이 잘못한 부분들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용서를 구하는 태도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2 선교한국 대회는 ‘우리가 이 일에 증인이라’를 주제로 3일까지 안산동산교회, 꿈의교회, 한양대학교 등에서 열리고 있다.

김단  jade4n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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