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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국정원장과 남북관계서훈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를 통해 본 남북관계·국정원 개혁 방향

국회 정보위원회는 31일 전체회의를 열어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심사경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앞서 서 후보자에 대한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가 29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재산증식, 국정원 개혁방향, 대북관 등이 주요 쟁점이 됐다. 서훈 국정원장의 국정원을 통해 남북관계 등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내용 중 대북관, 남북 정상회담 추진 여부, 국정원 개혁방향 등을 다시 살펴봤다.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 논의

서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29일 새벽, 북한은 원산에서 동해 방향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번째 미사일 발사였다.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서 후보자에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서 후보자는 북한의 추가 미사일 도발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있어 우려를 안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대화나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걱정을 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후보자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무엇인가?’란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의 질문에 “가장 시급한 것은 북한의 핵문제”라며 “북한 핵문제에 결정적 전환점이 없으면 남북 정상회담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서 후보자는 “국내 여건과 국제적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정상회담 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서 후보자는 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당시 문 후보와) 남북정상회담은 필요하다고 논의한 적이 있다”면서 “구체적 방법을 이야기한 것은 없었고 '남북정상회담은 필요하다'는 정도(만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남북정상회담 실무를 총괄 추진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물음엔 “아직 (국정원장) 후보자 입장에서 그런 지시는 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서 후보자는 국정원장 지명 발표 직후인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 “우리에게 시급한 안보 위협이 되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물꼬를 틀 수 있다”면서 “지금 남북정상회담을 꺼내는 것은 조금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서 후보자는 “최소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매우 낮출 수 있는 등 조건이 성숙되면 평양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국정원 재직 시절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김정은은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김정은 체제가 합리적이냐?’는 물음엔 “우리 기준에서 합리적으로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안보관·대북관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같은 당 서청원 의원은 계간 <통일코리아> 2016 여름호의 서 후보 인터뷰 내용을 가지고 서 후보자의 대북관을 문제 삼기도 했다.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해 먼저 김정은 체제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취지에 대해 해명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 후보자는 “북한 정권에 대한 가치규범적 성격 규정과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적 접근은 다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서 후보자는 계간 <통일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했었다.

“저는 우리가 의지만 있다면 북한핵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북한의 의도나 전략을 우리가 깊이 들여다보고 의지를 갖고 지혜로운 전략을 쓴다면 비핵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북한에다가 얘기하는 건 뭐냐 하면 ‘비핵화를 하면 경제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핵과 경제 병진노선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너희들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지원을 해주마, 이것이 남쪽에서 북한에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가장 우선순위는 체제 생존이다. 정권의 보존이다. 핵개발을 하면서 저 사람들이 핵을 사용하는 전략적 의도는 첫 번째는 체제 생존이고 두 번째가 경제 지원이다. 거기에 핵을 써먹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9.19 공동성명에 다 담겨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명백히 순서가 있다. 1번이 체제 생존이고 2번이 경제 지원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쪽에다가 바꾸자면서 주고자 하는 것은 체제 생존이 아니라 경제 회생이다. 이것은 북한 입장에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등가성, 교환성이 없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체제 생존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핵을 토해내게 하려면 그걸 대체할 수 있는 체제 생존에 대한 확실한 제도적 보장, 확신을 줘야 한다.”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왼쪽)가 서훈 후보자의 답변을 듣고 있다. ⓒSBS 화면캡처

청문회에서 서 후보자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 “우리 기준에서 합리적으로 볼 수 없다”며 한반도의 유일한 적법적 정권은 “실정법상 한국”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한 강연에서 북한 변화에 대해 자율화와 분권화라며 김정일 체제 때보다 훨씬 폭넓은 경제개선을 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는데 그 부분과 답변이 배치되지 않나?’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서 후보자는 “긍정평가라고 생각하지 않고 일종의 분석적 관점에서 김정은 이후의 경제제도나 상황을 평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국정원 인사처장을 지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 후보자의 대북관 및 안보관을 높게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원장 내정자(서훈) 본인보다 본 위원이 원장 내정자를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장 내정자가 국정원 28년 근무하면서 신원 재검증을 6번이나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최초로 북한 경수로 작업 위해 2년간 북한 파견될 때 가혹할 만큼 엄격한 신원 재조사와 사상검증을 받을 때 유서 쓰고 갔다”며 “담담하게 가시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 후보자는 “냉엄한 시간이라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갔다”고 답변했다. 서 후보자는 국정원 재직 시절이던 1997년부터 1999년까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금호사무소 대표로 북한 신포에 가서 경소로 건설 지원 업무를 담당했었다.

 

▲5·24 조치 및 개성공단 재개

대북 교류를 전면 금지시킨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에 대해 서 후보자는 “당장 해제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국내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우려를 불식해나가며 재개 절차를 밟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대화 재개 여부를 묻는 질문엔 “현재를 진단할 경우 대화가 쉽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뒤 태도변화가 있고 진정으로 마주 앉아서 대화해야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지난해 4월 있었던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과 보도행위가 총선 전 북풍 조성을 위해 철저히 기획된 것이라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서 후보자는 “탈북자 보호와 잠재적 탈북자 보호, 북한에 있는 (탈북자) 가족들 안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어야 한다”며 “어떤 연유에서인지 너무 빠른 시일 내 언론에 공개됐다”고 동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서 후보자는 “입국 과정이나 경위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갖고 있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탈북민 문제에 대해선 국가가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우리 쪽으로 오겠단 탈북민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서 후보자는 또 “북풍의 역사가 국정원 입장에선 아픈 역사”라며 “아픈 역사를 끊어내고자 하는 게 정치 개입 안 하겠다는 각오 속에 담겨 있다고 이해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서 후보자는 탈북자에 대해 “국가가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개혁방향

서 후보자는 국정원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국정원 자체진단과 평가도 중요하지만 제3자적 입장과 국민의 눈높이를 수용해서 민주적이지만 순수한 강한 정보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며 “개혁안이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정보위와 상의 받아야 하고 그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정원 댓글사건, 박원순 제압 문건, 반값등록금 공작 문건 등 국정원의 과거 국내정치 개입 의혹들에 대해선 “여러 가지 국가 차원의 물의가 있던 일에 대해서는 살펴봐야 한다. 사실관계는 한 번 살펴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18대 대선에서 댓글사건 관련자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깊이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국정원 인사개입과 국정원의 정치 관여가 맞물려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앞으로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제 입장에서는 수용하지 않겠다. 취임하면 직원 인사에 관한 어떤 이야기도 흘러나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서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앞으로 국정원은 국내 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논란으로 인해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국정원의 기능과 존재가 의심받는 상황은 평생 국정원을 지킨 사람으로서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라며 “저는 국가정보기관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다면 국가안보가 위험해진다는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분야 폐지와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문제에 대해 서 후보자는 “대통령의 공약은 이행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세부 방안 등에 대해서는 유동적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서 후보자는 “국내정보와 해외정보가 물리적으로 구분되기 어렵다”며 “국내에서 벌어지는 정치 관련 정보, 선거개입, 민간인 사찰, 기관 사찰 등을 없애겠단 취지”라고 개편 방향을 설명했다. 대공수사권에 대해서는 “언제까지나 (국정원이) 수사권을 가질 수는 없다”면서도 출처보호 등을 이유로 “현 상황에서 대공수사를 가장 잘 할 기관은 국정원”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정보수집과 사찰, 개입은 사실상 종이 한 장 차이 문제인데,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고, 서 후보자는 이에 대해 “굉장히 고민되는 부분”이라고 고백하면서 “취임하면 자문위원회나 개혁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여기서 내외 전문가의 고언과 말씀을 들어보겠다”고 답변했다.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양하는 문제를 공약한 것과 관련 “(문 대통령 공약은) 간첩을 잡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서 후보자는 “그런 우려도 있고, 국가 전체 차원에서 수사권 조정과 재편의 관계 속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 시절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서도 서 후보자는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판단한다”며 “시기적으로 남북뿐 아니라 정상회담은 국가 차원의 높은 비밀로 분류해 보관하는 게 상례이고 당연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내 민간인 사찰 우려가 제기됐던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는 “실정법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행해야 한다”면서도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는 독소조항은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 인사처장 출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SBS 화면캡처

한편, 김병기 국정기획위 외교안보 분과위원은 31일 국정원 업무보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기 계획뿐 아니라 철저하고도 오랜 중·장기 계획을 세워서 개혁할 것을 (국정원에) 강력히 주문했고 국정원에서도 깊이 인식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또 “서 후보자가 오늘 보고보다 훨씬 더 내용이 강도높은 개혁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는 서 후보자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국정원 역량 강화를 위해서 하는 개혁이지 국정원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하는 개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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