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문재인 정부에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고의적으로 누락한 사실이 5일 청와대 발표로 공식 확인됐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사드 보고 누락’ 경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보고서 검토 과정에서 위승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과 보관위치 등의 문구를 삭제하게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국방부 국방정책실 실무자는 대선 전부터 업무보고용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 보고서엔 이미 배치된 발사대 2기 말고도 추가로 반입된 발사대 4기와 보관위치까지 명시돼 있었다. 그걸 위 실장이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삭제 지시 이유에 대해서는 위 실장이 ‘주한미군 측과의 비공개 합의 때문’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지난달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와 26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 별도의 업무보고를 하면서 사드 추가 도입 사실은 누락했다. 이를 국가안보실 1차장이 이상히 여겨 그날 저녁 국방부 관계자를 불러 세부 내용을 확인하던 과정에서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국내 반입을 인지했다. 하지만 한민구 국방장관은 28일 정 실장과의 오찬에서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며 이 같은 사실을 숨겼고, 다음날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한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을 확인했고, 국가안보실과 민정수석실에 진상파악을 지시했다. 그리고 지시 6일 만에 이 같은 고의 누락 경위가 밝혀진 것이다.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은 국가안보회의(NSC)에도 보고돼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까지 알고 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윤 수석은 덧붙였다. 한마디로 이번 사드 추가 반입 보고 누락은 고의성이 짙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왜, 어떤 목적으로 보고를 누락했는지 밝히는 건 당연한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의 설명대로 주한미군 측과의 합의 때문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언론에는 그렇게 설명할 수 있지만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당연히 그 사실을 알았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드 추가 배치에 따른 예산 문제, 중국과의 마찰 등에 대한 외교적인 해법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국익과도 직결되는 일이다.

일부 언론과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서는 ‘언론도 아는 걸 대통령은 왜 몰랐나?’라고 하지만 이번처럼 국방부가 숨기기로 마음 먹으면 알 수 없는 게 안보이고, 군사기밀 아닌가. 만약 국가안보실에서 보고에 이상이 있다는 낌새를 눈치 채지 못하고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사드 발사대 추가 도입 문제는 일각에서 표현했듯 ‘알박기’가 돼 미국 측에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중국 측 반발은 더 거세질 것이고, 국가 경제 위축이나 한반도 위기 심화는 불보듯 뻔한 일이 됐을 것이다. 미국도 동맹국에 방어무기를 배치하면서 불투명한 의사결정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사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군은 지난 참여정부 2년차인 2004년에도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작전계획(작계)5029를 한미연합사와만 협의했지만 청와대 보고에는 이를 누락한 바 있다. 그 해 7월엔 서해상 남북간 총격사건을 허위 보고하고 은폐했었다. 알려진 것이 이 정도인데 알려지지 않은 군의 보고 누락 실상은 훨씬 다종·다양할 것이다.

국민 중에 북한핵을 막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사드가 북한핵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 왔다. 더군다나 중국의 극심한 반발로 경제 보복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안보나 경제 문제 등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이 많고, 논란이 되는 사드 배치를 국방부는 제대로 된 여론수렴 절차나 주민 설득도 없이 지난해 7월 8일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렸다.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이 주민들의 반발, 국민들의 우려는 물론 중국 등 주변국의 대응을 불러올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만약 사드 도입을 처음부터 공론화하고 여론 수렴 절차를 밟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이렇게까지 국민이나 주변국의 반발은 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의 일방성은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변함이 없다는 게 이번 사드 추가 반입 보고 누락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권이나 군대는 걸핏하면 안보, 군사기밀, 북한 공격을 이유로 당연한 알권리를 차단하는 데 급급했다. 그 정도와 빈도에 따라 군대 비리, 군대 폭력은 또 얼마나 만연했던가. 그러한 안보와 기밀을 핑계로 한 비리야 말로 군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국가안보를 망치는 주범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드 보고 누락에 대한 청와대 발표는 사건의 시작에 불과하다. 국방부를 비롯한 야권에서 나오는 ‘미군과의 합의에 의한 것인데 뭐가 이상한가?’ ‘군대 사기를 떨어뜨려서는 안된다’는 주장은 적반하장이다. 이참에 군대도 국민상식의 눈높이로 내려와야 한다. 투명하고 정직한 군대 문화가 오히려 군인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첩경임을 미국을 비롯한 선진 군대가 이미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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