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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의 세습 앞에서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은 커밍아웃해야 한다

요즈음 명성교회의 세습 강행으로 인해서 한국교회가 들썩이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이 요식적인 행사로만 끝나는가 싶었는데, 명성교회의 세습은 교회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명성교회의 세습은 한국교회가 어떻게 개혁해야 할지 도전하는 마중물이다. 500년 전 종교개혁의 출발이 되었던 면죄부의 문제에 버금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명성교회 세습의 문제가 제대로 해석되고,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진정한 개혁은커녕 교회 자체가 공신력을 잃고서 사라져야 할지 모르겠다.

명성교회의 세습은 한마디로 범죄이다. 첫째는 교회의 주인인 예수 그리스도의 자리를 꿰어 찼으니 하나님 앞에서 범죄이다. 둘째는 교회의 세습금지법을 어겼으니 교회 앞에서 범죄이다. 셋째는 사회의 상식과 교회의 공공성을 무시했으니 사회 앞에서 범죄이다. 이 범죄의 주범은 십자가를 운운하는 아버지 원로목사와 향후 제대로 평가해주기를 기대하는 아들 담임목사이다. 명성교회의 당회와 공동의회를 구성한 교인들은 하나님의 뜻과 교회법에 무지했거나 원로목사의 뜻에 맹종했으니 범죄의 공범이다. 만일 원로목사는 원치 않았는데, 교인들이 원해서 세습이 이루어졌다면, 교인들 역시 주범이라 말할 수 있다.

언젠가 명성교회의 원로목사는 자신을 주님의 ‘머슴’이라고 대대적으로 말했던 적이 있다. 그는 말로는 주님의 ‘머슴’을 자처했지만, 교회 안에서는 주님의 ‘머슴님’으로 대접받았다. 그러한 대접이 너무나 좋았는지, 어느 순간 자신을 ‘주인’으로 착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 흔히 교회 안에서 목회자들은 스스로를 주님의 종이라고 말하는데, 그가 말하던 머슴이라는 말이 소탈함과 한국적인 정서가 묻어나서 좋아보였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욕망을 감추는 정치적인 쇼에 불과했다.

나는 명성교회 세습의 문제가 명성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더 큰 두려움이 있다. 그 이유는 한국교회에 분포해 있는 목회자의 몇 가지 유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첫째 유형은 공범인 목회자들이다. 그들은 불법노회를 구성하고, 세습을 불법으로 처리하는 일에 참여했던 목회자들이다. 그들은 명성교회의 세습에 참가해서 축하와 축복을 남발한 목회자들이다. 그들은 명성교회 원로목사의 측근에서 단물을 먹었거나, 계속해서 단물을 먹기를 원하는 목회자들이다.

둘째 유형은 공범이 되고 싶은 목회자들이다. 그들은 명성교회와 원로목사 부근에서 단물을 먹기를 내심 원하고 있지만, 아직 초대받지 못한 목회자들이다. 그들은 언제라도 초대받기를 기대하면서 그 부근을 맴도는 목회자들이다. 그들은 분명 공범은 아니지만, 세습을 불법이라 말하지 못하는 공범에 가까운 목회자들이다.

셋째 유형은 다른 주범인 목회자들이다. 그들은 이미 아버지나 장인으로부터 교회를 세습한 목회자들이다. 그들은 큰 교회든 작은 교회든 이미 세습을 했기에 명성교회의 세습에 대해서 침묵할 수밖에 없는 목회자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지 몰라서 요즈음 전전긍긍하는 목회자들이기도 하다.

넷째 유형은 다른 주범이 되고 싶은 목회자들이다. 그들은 목회자의 공급이 과잉인 한국교회에서 자신의 담임목사직을 아들이나 사위에게 승계시키고 싶어 하는 목회자들이다. 그들은 지금은 여건이 되지 않아 세습은 전혀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회만 된다면 세습을 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 목회자들이다. 그들은 아들이나 사위 가운데 목회자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남의 자식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기지만, 후임목사를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두고 싶어 하는 목회자들이다.

마지막 유형은 주님의 종이 되고 싶은 목회자들이다. 그들은 교회의 주인이 분명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고백하는 목회자들이다. 그들은 때때로 주인행세를 하거나, 때때로 주인이 되고 싶은 욕망을 느끼지만, “그것은 아니지”라며 자기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목회자들이다. 그들은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고, 교회를 섬기고, 교인들을 섬기기 위해서 여러 모양으로 애쓰는 목회자들이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유형의 목회자들은 매우 임의적이다. 모든 목회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규정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명성교회 세습의 현실 속에서 그 국면을 이해하고, 한국교회의 진정한 개혁을 도모하려면, 작은 통찰은 줄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이제 나를 포함한 한국교회의 모든 목회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커밍아웃(Coming Out) 해야 할 때이다.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는 주인이 되고 싶은 부끄러움은 싹이라도 잘라내야 한다. “나는 100% 주님의 종”이라고 자신있게 선언할 수 있는 목회자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니, 한 사람도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거나 앞으로 목회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100% 순도의 주님의 종을 지향하면서 십자가의 좁은 길을 걸어가는 일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오늘 한국교회의 개혁은 명성교회의 세습을 불법이라 선언하고 치리를 하는 데서 출발한다면, 교회의 주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뿐이시며 목회자들은 그 분의 종임을 천명하고 확인하는 데서 성숙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종훈/ 연세대학교 교수, 연세대학교회 담임목사

정종훈  chjeong5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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