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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재판국의 기각 결정에 대한 단상

총회의 헌법을 무시한 명성교회의 불법세습에 대해서 마지막 보루로서 기대했던 총회재판국이 불법세습의 문제제기를 기각했다. 그럼으로써 총회재판국은 오히려 불법세습을 승인하고 합법화하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명성교회 교인들조차도 “그래, 우리 세습했다. 어쩔래?”라며 세습을 인정한 상황에서 ‘은퇴하는 목사’를 ‘세습’한 것이 아니라 ‘은퇴한 목사’를 ‘승계’한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판단의 근거는 말장난을 넘어 사악함과 비겁함의 극치라 할 것이다. 사실 총회재판국 자체가 불법을 자행한 결과의 기각이라서, 8월 7일 총회재판국의 기각을 그대로 승인할 수도 없다. 그들은 판결문을 만들지도 않았고, 기각의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총회재판국의 결정이 적법했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법을 농단한 사법부의 직전 수장 전임 대법원장을 구속수사하려는 정의의 칼을 들고 있는 상황인데, 총회재판국의 국원들은 불법세습을 통한 총회헌법의 농단에 대해서 총회헌법을 기준으로 명확한 입장을 제시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들은 총회헌법을 사수할 의지도 없이 15명 개인의 사적인 의견과 호불호 입장을 모아서 무기명으로 투표했으니, 그 자체가 재판국 국원의 자격상실 요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그들은 기각을 결정하는 과정 속에서 총회 헌법이 규정한 적법한 절차를 생략하고 기각의 결과만을 발표했으니 그것 또한 불법이었다. 우리가 어찌 일고의 가치도 없는 8:7의 결과를 그대로 용인할 수 있겠는가?

예장총회는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이리신광교회당에서 103회 총회를 소집한다고 공고했다. 새로 취임할 총회장이 명성교회가 세습하던 날에 축사를 했던 증경총회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기우로 작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습의 당사자 부자든, 세습을 축하한 총회장 부자든, 부자라는 사실 자체가 한 통속이 될 수는 없다. 각자는 성인으로서의 자기 삶과 입장이 있고, 시대적인 요청의 상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은퇴한 아버지가 현역 아들에게 불의를 요구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역 아들이 거절하면 그 문제는 바로 잠재워지기 때문에 그리 큰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역 아들이 은퇴한 아버지의 불의를 따른다면, 그것은 현재의 한국교회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현역 아들들이 불의를 거절하고, 정도를 가는 것이야말로 은퇴한 아버지들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나는 예장 총회와 총회에 참석할 총대들에게 진심으로 호소한다.

하나, 총회헌법을 농단한 총회재판국 국원들을 치리해야 한다. 그들은 하나님을 모독했고, 공교회 구성원들의 요구를 외면했으며, 총회헌법 절차를 외면한 채 그들의 이해관계와 인간관계를 따르느라 공교회적 책임을 유기했기 때문이다.

하나, 세습과 관련한 총회의 헌법 조항을 사수할 것은 물론이고 더욱 강화해야 한다. 세상은 재벌의 갑질이나 재벌의 승계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으려는 상황인데, 교회가 세상의 상식 수준보다는 우위에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 불법세습을 물타기 하기 위해서 대대적으로 반대해 온 동성애 문제와 관련해서 사랑의 포용과 인권보장의 길을 찾아야 한다. 예장 총회와 총대들은 서구교회 대부분이 거쳐 온 지난한 과거의 과정을 직시함으로써 교회 내외의 불필요한 균열과 갈등, 적대의식을 야기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 교회의 문제는 교회 스스로 자정할 수 있음을 세상에 보여주어야 한다.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어 세상을 선도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세상 법정의 판결을 받음으로써 주객이 전도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한국교회, 특별히 예장통합교단을 불쌍히 여기시고, 당신의 자비를 베풀어 주옵소서. 이제라도 당신께서 보여주신 진리의 길, 생명의 길, 십자가와 부활의 길을 직시하면서 좌로나 우로 치우침 없이 똑바로 걸어가게 하옵소서.

 

 

 

 

 

정종훈/ 연세대 교수, 평화통일연대 법인이사

 

정종훈  chjeong5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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