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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숙도 철새의 말남북물류포럼 칼럼

우리는 천둥오리들이예요. 고향은 시베리아 바이칼호예요. 봄에서 가을까지는 바이칼에서 살지만 한겨울이면 을숙도로 이주하여 살거든요. 철따라 왔다 가는 철새라고 우습게보진 마세요. 정든 곳 떠나갔다 다시 찾아오는 지조 높은 철새예요. 우리 철새들 역시 한반도 금수강산을 사랑하기는 여러분 못지않아요, 이참에 철새 수장首長으로써 작심 토로하듯 여러분께 몇 말씀 드리고 싶어요.

첫째, 우리는 지상에 금 긋기를 하지 않아요. 물론 우리 앞엔 벽도 경계도 없어요. 애당초 만들지도 않지만, 인간이 만든 벽도 우리에겐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해요. 우리가 가는 길은 하늘의 길, 곧 초월의 길이니까요. 그렇다고 아무 때나, 아무 데나, 길을 만들진 않아요. 풍요로운 겨울 낙원 을숙도에서 겨우내 벼린 날개로 하늘 길을 만들며 가는 우리니까요.

둘째, 모름지기 리더라면 멀리 앞을 내다보세요.

우리는 청소할 때와 일할 때, 머물 때와 나아갈 때를 확실히 구분합니다. 청소는 아침 일찍 잠시 하는 일이지, 언제까지나 일로 삼고하진 않아요. 눈앞을 가로막는 미세먼지를 외면한 채, 케케묵은 쓰레기 산을 파헤치기만 하면, 천지에 구린내 진동하고 사면초가가 되고 말거에요. 철새에게 버림받은 땅은 급기야 인간도 살 수 없는 땅이 되고 말거예요.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듯이, 덮어둔 쓰레기도 숙성발효 시키면 다시 차진 거름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역사의 진리에요.

셋째, 삶에 필요한 것은 그리 많은 게 아닙니다. 잘 아시듯 우린 무소유예요, 일평생 딴 주머니 찬 적 없어요. 우리는 무소유지만, 비렁뱅이나 도승 같은 금욕주의자도 아니에요. 오히려 정반대예요.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하지만 내일 끼니 걱정해 본 적도 없고, 저축해 본 적도 없어요. 평생 풍찬노숙 같지만, 우리 운명은 대자유혼의 다른 이름이에요. 환갑진갑 지냈으면, ‘그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었듯이’, 당신네도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부터 양보하세요.

넷째, 앞길이 곧 밥이요, 생명이요, 마침내 평화예요.

우리 철새에게 하늘길이 곧 밥이요, 생명이요, 마침내 평화예요! 우리 철새들은 오로지 하늘길만 만든다면, 당신네 인간들은 사통팔달 인공의 길을 만들 수 있잖아요. 없던 길도 후딱후딱 만드는 세상인데, 있던 길도 끊어놓은 채 반백년을 불통으로 지낸다는 게 어디 될 말인가요? 남북간 끊어졌던 길을 잇는 일이 곧 밥이요, 생명이요, 이념과 체재와 종교를 뛰어넘는 평화란 말이에요! 바늘허리에 실 묶어 쓸 수 없듯이, 착각하지 마세요. 앞길을 가로막는 핵탄두는 결코 밥도 아니고, 평화도 보장할 수 없단 말이에요.

다섯째, '우리'라고 하지만 아무나 '우리'는 아니에요. 다친 날개, 병든 날개로는 결코 '우리'에 낄 수 없어요. 제각기 독한 의지와 강한 날개를 만든 자만이 우리가 될 수 있어요. 단 한 마리도 무임승차나 낙하산 인사가 없는 '우리' 이니까요.

우린 하늘 길을 통해 을숙도 낙원에서 바이칼 낙원으로 다시 옮겨 왔어요. 무리 중에 다친 날개, 병든 날개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우리 족속의 대장정 성공을 빌며 스스로 을숙도에 잔류했답니다. 사람들은 철새가 텃새로 변했다고 오해하지만, 그건 대대손손 변치 않는 우리 철새 가문의 철칙이랍니다.

한반도 밤하늘을 가로 질러 날을 때, 유난히 반짝이는 별, 그 별이 하는 말이 환청처럼 들렸어요. 끝으로 그 말을 들려주고 싶네요.

네 소원(所願)이 무엇이냐 하고 하느님이 내게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독립(大韓獨立)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오.” “삼일절 100주년에도 여전히 동강난 허리, 끊어진 철길로, 어찌 온전한 독립을 말한단 말이오?”

*박하: 본명 박원호, 기술사, 시인, 시집 《그래도 도시예찬》 외, 월간 《국토교통저널》에 ‘북한 도시열전’ 9회째 연재 중.

박하  korealof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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