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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교육감 “평화시대 만들어갈 통일교육 절실”

남북관계의 변화를 계기로 통일교육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종래의 안보교육 중심에서 점차 평화의 감수성을 기르는 통일교육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이러한 흐름은 7회째를 맞는 통일교육주간에서도 드러났다. ‘마주잡은 평화의 손, 함께여는 통일의 길’이라는 표어 아래 20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통일교육주간은 초·중·고생을 위한 체험형·참여형 평화·통일교육은 물론 2030을 위한 모의국무회의, 통일청춘 LIVE 등으로 어느 해보다 열띤 분위기다.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통일부와 교육부 주최로 열린 개막식과 평화·통일교육 컨퍼런스에도 참석자가 국제회의장을 가득 메울 만큼 높은 관심이 모아졌다.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7회 통일교육주간 개막식에 이어 평화·통일교육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통일부와 교육부가 주최한 이날 컨퍼런스에는 국제회의장을 가득 메울 만큼 많은 참석자들이 모였다. 이날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새 역사의 주역들에게 평화의 역사를 만들어갈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라며, 학습자 중심의 평화·통일교육에 대해 강조했다. ©유코리아뉴스

이 자리에서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기조연설을 통해 “건전한 안보관을 목적으로 하는 통일교육 아니라, 적극적으로 평화 시대를 만들어가기 위한 통일교육이 절실한 때”라고 밝혔다. “시민이 깨어 분단·대결 구도를 벗어나 진정한 화해와 통일의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육감은 누구보다 “새 역사의 주역들에게 평화의 역사를 만들어갈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현재까지 이뤄진 남북 간 대화는 물론 국제사회와 북한 간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학생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해법을 제시해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기도교육청은 학생들이 통일과 평화를 위한 자신만의 동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자유학년제’에 적용해 모든 학생이 평화·통일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교육’이라는 주제로 열린 1세션에서 발제를 맡은 정현백 성균관대 명예교수(전 여성가족부 장관)는 “지난해 통일부가 발표한 <평화·통일교육, 방향과 관점>은 기존의 통일·안보교육이 평화·통일교육으로 패러다임 전환됐음을 보여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동시에 “북한을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경계 대상이면서, 동시에 함께 평화통일을 만들어갈 협력의 상대로 설정한 점은 여전히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 자체로 청소년을 교육하고 설득하는데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정 교수는 1976년 서독이 민주시민교육의 대원칙으로 합의한 보이텔스바흐 협약(Beuttellsbach Konsens)을 소개하면서, “이것은 동독 시민들에게 서독의 정치력이 상당히 설득력을 얻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독은 좌파와 우파 간의 첨예한 이데올로기 대립과 갈등문제 해결을 위해 보이텔스바흐 협약에 합의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정치적 상황을 이해시켜 균형 잡힌 정치 행위 능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정치교육 지침을 정한 이 협약은 첫째, 학생제압 또는 교화 금지의 원칙, 둘째, 논쟁성 재현의 원칙, 셋째, 이해상관성의 원칙을 두고 있다. 독일 통일 후에는 그 대상이 독일 국민 전체로 확대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시행되고 있다.

이어 여현철 국민대 교수는 “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통일교육에 지원을 하진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밝히며, “통일교육 교사 양성과 제도로서의 기반 마련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여 교수는 또 “통일교육의 목표 이상으로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과정에서의 평화교육’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윤신원 서울성남고 교사는 “평화의 시대를 열어갈 교육 ‘주체’로서 교사들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수의 전문가그룹을 통해 콘텐츠를 개발해 공급하는 방식은 교사들을 평화·통일교육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명확한 한계를 지닌다”면서, “교사 스스로 평화·통일교육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다양한 방법론을 현장에서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 교사는 또 “(통일교육 수업 외) 다른 교과를 통해서도 평화·통일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용할 수 있도록, 모든 교육과정과 교육내용을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예배 교사인 정지윤 씨(부산교대 재학 중)은 “평화·통일교육을 하게 될 예비 교원들이 정작 안보교육에 익숙한 세대”라며, “교사를 준비하는 이들조차 통일에 대한 확신이 적고, 북한에 대한 혐오감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 씨는 “그렇기에 예비교원들이 북한을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하며, 나아가 교실에서의 활발한 논의를 위해 교사의 정치기본권이 보장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평화·통일교육의 방향과 쟁점’이라는 주제로 열린 2부 세션의 발제를 맡은 조정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반공교육 일변도의 통일교육에서 현재의 평화·통일교육까지의 변천 과정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조 선임연구위원은 “정권의 정치적 지향성이나 대북정책 기조에 따라 변해온 통일교육은 ‘평화교육’과의 결합을 통해서만 정책홍보, 안보교육의 한계를 탈피할 수 있다”며 통일지상주의에서 벗어난 평화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지수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고등학생으로 올라갈수록 통일에 반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은 그동안의 통일교육이 잘못됐음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위원은 “비판적 성찰을 통하지 않고 생각을 바꾸긴 어려운 만큼, 학생들이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 대해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는) 비판적 성찰의 기회가 마련돼야 할 것”라고 밝혔다.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교육’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1세션의 패널들 ©유코리아뉴스

한편, 정부는 2013년부터 매년 5월 넷째 주를 ‘통일교육주간’으로 지정했다. 올해부턴 개정된 ‘통일교육 지원법’ 따라 통일교육주간이 법정 교육주간이 됐다. 통일교육주간을 맞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통일부 직원들이 모교나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에서 일일통일교사를 맡는가 하면, 각 지역의 통일교육센터 15곳과 통일관 9곳에서도 다양한 체험 행사가 진행된다. 비단 초·중·고생뿐 아니라 2030세대를 대상으로 한 ‘통일 모의국무회의’와 남북한의 청년들이 일상적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통일청춘 LIVE’ 등의 행사도 개최한다. 23, 24일 이틀 동안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통일공감 마로니에 축제가 진행되며, 교육방송(EBS) 등을 통해 통일교육주간 어린이 프로그램 특집편 등이 방영될 예정이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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