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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판 ‘SKY 캐슬’ 이야기평화통일연대 ‘평화 칼럼’

올해 2월에 종영된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는 비지상파 드라마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었다. 도덕 교과서와 같은 권선징악적 결말 때문에 실망을 준 면도 있었지만, 이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과장되고 비현실적일 것 같은 내용이 지금 우리 사회의 실상을 더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정부나 전문가의 보고나 통계보다 한 편의 드라마가 사안의 핵심을 드러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이 드라마 역시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 특히 새로운 귀족 계급의 출현과 그들이 부와 기득권을 세습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실태를 폭로했다고 볼 수 있다.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어리석은 부모는 북한 사회에도 있나 보다. 북한 사회의 이혼 문제를 다루어서 남한에서 많이 알려진 북한 소설 『벗』(1988)의 작가 백남룡은 『생명』(1985)이라는 단편소설을 썼는데, 이 소설에서는 ‘북한판 SKY 캐슬’이라고 할 만한 상황이 전개된다. 대학 학장인 리석훈은 위중한 병을 정성껏 치료해 준 복부외과 과장이 선술집에서 초라하게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의 아들이 대학에 지원했으나 점수가 몇 점 모자라 떨어질 것 같다고 낙심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식 하나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자신이 무슨 생명을 다루는 의술을 하겠느냐고 자책하며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토로한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학생이 리석훈이 학장으로 있는 대학에 지원한 것을 알게 되었다. 리석훈은 자연스럽게 그 학생의 이름을 물었고, 의사는 ‘기대와 희망을 품고’ 자식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학교에 돌아온 리석훈은 매우 복잡하고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입시 실무를 관장하는 대학 교무지도원은 알고 보니 복부외과 과장의 사촌이었다. 또한, 그도 도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자신의 딸을 합격시켜달라는 청탁을 받은 상태였다. 리석훈의 아내는 지난밤 남편에게 “목숨이 경각에 달했던 당신을 소생시킨 의사를 도워줘야 한다... 사람이 의리를 지켜야 한다”고 강변했었다. 그리고 부정입학을 시켜주면 억울하게 불합격될 학생은 그가 평소 알고 있었던 성실한 말단 공원 관리원의 아들이라는 것도 확인하게 되었다. 학생들을 만나 면접시험을 치르면서 리석훈의 마음은 더욱 혼란에 휩싸였다. 수많은 고심 끝에 리석훈은 교무지도원을 불러 이렇게 말한다.

“동무나 나나 수험생의 성적을 부모의 직업과 련관시켜 보는 관점은 버리기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요, 부위원장 직위와 유능한 외과의술이 학생자녀의 지식을 대변할 수는 없잖소? 부위원장과 의사는 그들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자기 힘과 재능으로 나라에 복무하는 게 아니겠소. 입학성적은 나라의 장래와 관련되는 일이요... 그러니 개인적 의리와 권력에 끌려 건전한 사회적 륜리를 파괴하는 일은 하지 맙시다... 조국이 평등하게 준 다른 공민들의 리익을 침해하고 신성한 권리를 조금이라도 묵살할 때는 범죄를 짓는 것과 같소.”

북한판 SKY 캐슬 이야기는 남한의 것보다 더욱 교과서적으로 마무리되지만, 종결이 희극적이든 비극적이든 상관없이 소설이나 드라마는 한 사회가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마음에 호소한다. 남과 북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머리가 아니고 심장이다. 평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하거나 정책이 부실해서만은 아니다. 우리의 머리가 나빠 평화라는 복잡한 방정식의 해를 찾아내지 못해서 갈등이 지속하였는데, 그 해를 찾아내면 마술처럼 하루아침에 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것보다는 우리의 마음이 통하지 않아서 평화가 더디 오는 것이다. 남한과 북한 주민들간 마음의 소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같이 웃고, 같이 울고, 같이 탄복하는 경험이 축적되면서 자연스럽게 통일의 토대는 탄탄해질 것이다. 남쪽에 사는 우리가 평화와 통일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북한의 소설, 영화, 드라마, 대중가요 등을 많이 접하면서 북쪽에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애쓰고 살고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생생하게 느끼는 것이다.

이대성/ 연세대 교목

이대성  drle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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