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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에 어떻게 대응해 갈 것인가?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121호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다. 비록 최근 휴전에 돌입했으나 어떤 결말이 나올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외경제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국제통상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악재가 겹쳐 당장 위기가 닥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까지는 아니더라도 더욱 치열해지는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우리 경제와 동아시아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와 남북관계가 중요한 현안인 우리로서는 이러한 국면을 타개해나갈 묘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답답한 상황이다. 본고는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과 쟁점을 살펴보고, 미중 사이에 끼인 한국경제의 돌파구가 무엇인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입지와 대응방안을 고찰한다.

 

미중 무역분쟁의 본질과 전망

신냉전으로까지 불리는 미중 무역전쟁의 본격적인 시발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대체로 2018년 5월 27일을 꼽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부과 계획을 발표한 날짜다. 그러나 미중무역 분쟁의 기원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143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2001년 12월 11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 시초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가 아니라 훨씬 전부터 이미 무역전쟁의 기미가 싹트고 있었다는 얘기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의 WTO 가입은 지난 20년간 중국의 경제성장은 물론 회원국들의 세계화(globalization)를 가속화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WTO 가입에 따른 세계경제 편입 및 국제규범 도입으로 중국 경제의 개방과 투명성 확대를 통한 중국의 시장경제화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중국의 WTO 가입이 오히려 미중 무역분쟁과 WTO의 붕괴 위기를 초래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회의 전까지만 해도 미중 무역전쟁은 격화일로를 달리고 있었으나 양국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지난 해 12월 부에노스아이레스 G20 회의에서처럼 다시 휴전에 합의했다. 미중 양국은 다시 무역협상에 들어가기로 했고 따라서 당분간 무역분쟁이 심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전쟁이 조만간 종식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비록 시초는 무역불균형과 관세전쟁이지만 미중간 분쟁의 본질을 경제대국간 기술 패권 경쟁과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에 대한 대립으로 보기 때문이다. 단순히 무역불균형 해소가 아니라 5G 등 신기술과 안보 문제를 포함해 굉장히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협상이 쉽사리 타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결국 미중 무역전쟁은 장기전으로 가면서 일괄타결보다는 중간에 일부 분야에 대해 단계별로 합의하는 모양새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중 사이에 끼인 한국 경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특히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그만큼 이들 국가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2018년 기준 약 26.8%에 달한다. 이는 수출 2위 대상국인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12%)의 두 배가 넘고 홍콩(7.6%)을 포함할 경우 34.4%로 우리나라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한편, 2018년까지의 누적 기준으로 본 한국의 해외투자는 미국이 23%로 최대 해외투자 대상국이며 중국이 약 14%로 2위 대상국이다. 또한 무역과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 측면에서 볼 때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의 영향력이 크며, 특히 최근 들어 원화와 위안화간의 동조화 현상도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처럼 한국 경제에 영향력이 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그 자체로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협상이 결렬되거나 또는 타결된 이후에 나타날 여파가 더욱 우려된다. 오사카에서의 휴전 합의 전까지 미국은 대부분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바 있으며, 이 경우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에서 80%를 차지하는 중간재 수출이 영향권에 들게 된다. 그러나 그에 따른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은 약 30억 달러(2018년 대중국 수출액의 1.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어 생각보다 크지 않다. 한국무역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서 75%는 중국 내수용이고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에 이용되는 비중은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수출입은행의 자료를 이용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매출구조를 살펴보면 2017년 기준 중국 현지 매출이 60%, 한국으로의 수출이 35%를 차지해 중국 진출 우리 기업들에 대한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중 무역분쟁의 확대 가능성과 주요국의 대응

그러나 이들 추정치는 미중 무역분쟁이 관세전쟁에 머무를 경우에 한정하여 분석한 결과일 뿐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관세를 넘어 환율을 포함한 전면적인 경제전쟁으로 확대되거나 기술 패권경쟁의 요인을 감안하면 그 영향력은 훨씬 크게 나타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포함하고 미국산 통신장비 및 부품, 소프트웨어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이에 대해 중국은 ‘사이버 보안심사 방법’ 초안을 내면서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entity list)의 도입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미국 상무부는 5월 23일 자국 통화를 절하한 국가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발표를 통해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하여 관세전쟁에 대응할 경우 이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한편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일본은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탈중국 현상과 소매가격 상승에 대해 본격적으로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복합기 제조업체인 리코(Ricoh)는 이미 생산기지를 태국으로 이전했고 파나소닉, 샤프, 카시오 등도 일본 또는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류 및 신발 제조업체인 아식스는 일부 생산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소비자 가격에 비용을 전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중국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와 국내 투자 지원정책은 물론 생산기지 이전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경제부는 2018년 7월부터 ‘미중 통상마찰 대응소조’를 구성하여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며 12월에는 ‘대만기업의 리쇼어링 투자 장려 행동방안’을 통해 기업의 국내 복귀를 포함한 생산기지 이전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대만 세관과 경제부 합동으로 원산지 확인 작업을 강화하여 중국산 제품이 대만을 불법 경유하여 미국으로 재수출되는 문제를 예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EU는 중립적인 대응방식을 취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규제에 동참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원국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는 한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압력에 공동으로 대처하자는 중국의 제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의 수입 규제에 따라 중국산 제품이 EU로 유입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각종 수입 규제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일례로 2018년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32조 조치 이후 중국산을 비롯한 각국의 철강제품의 역내 유입이 증가하자 세이프가드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한국의 전략적 입지 확보와 통상정책의 대전환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혁신이 한창인 가운데 G2의 패권경쟁인 미중 무역전쟁이 현재진행형인 지금이 세계경제의 전환기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파트너인 미국과 중국이기에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불안감은 피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이 줄서기를 강요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위험한 줄타기를 대응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한때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기도 했으나 경제와 안보의 구분이 어려워지는 지금의 상황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왜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원칙을 세워서 미중 무역전쟁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 원칙의 근간은 국제규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 담보될 수 있도록 국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플랫폼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다자무역체제는 물론 RCEP, 한중일 FTA, CPTPP, 태평양동맹(Pacific Alliance) 등 다양한 복수국간 통상협정의 활용과 함께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통상정책에 접목하여 수출시장 다변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자유무역보다 공정한 무역을 강조하는 미국과, 국가간에 제도적 차이를 인정해야 하며 여전히 개도국임을 강조하는 중국의 체제간 충돌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논의가 진행 중인 WTO 개혁에서도 보조금과 개도국 지위 등은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다. EU와 캐나다 등이 개혁안을 제시한 바 있으나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 WTO 개혁 논의는 무의미하다는 의견과 지금 상황에서 미중과 함께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론 모두 개혁 논의의 진전을 가로막는다. 결국 미중 무역전쟁의 결말에 따라 WTO의 운명도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중 무역전쟁이 어떤 식으로 결말을 가져오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전쟁의 종결이 가져올 새로운 국제통상 질서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무역전쟁 그 자체보다 전쟁 이후에 나타날 국제경제의 지형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더욱 걱정스럽다.

변곡점은 항상 위기이자 기회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불러온 신냉전과 치열하게 진행되는 기술혁신의 총성 없는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제무역의 구조와 통상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은 FTA 허브를 구축하여 시장을 선점하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그에 따른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나 양자간 FTA를 통한 시장선점에 따른 단기적 이익이나 미중 무역전쟁 중에 발생하는 일부 정보기술제품에서의 반사이득을 논하기보다 긴 안목으로 중장기적인 국익과 상생을 추구하는 통상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우리가 가진 자산인 기존의 FTA를 업그레이드하여 효과를 높이고 현재 진행중인 한중 FTA 서비스 투자 협상에서도 개방 및 투명성 확대와 안정성 확보를 통해 한중 양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브렉시트, 무역분쟁, 글로벌 금융긴축, 중국경제의 성장둔화를 세계경제에 드리운 4대 먹구름이라고 했다. 먹구름이 끼면 비가 올 때를 대비하는 것이 상식이다. 우산을 준비하고 담장과 지붕도 미리 손질한다. 미중간 무역분쟁의 협상이 단계적으로 불완전하게나마 타결되면 우리 경제에 비가 내리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 경제에 낀 먹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기 전에 국제규범의 원칙에 입각한 새로운 통상정책의 수립과 이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저자 소개

정철은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건 대학교(Ann Arbor)에서 국제무역을 전공하여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조지아공대 경제학부 조교수를 거쳐 현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부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무역협회 수석이코노미스트로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FTA 비준을 위해 활동하였다.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겸임교수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자문관, 국제통상연구 편집위원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EAER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인 국제무역과 경제통합(APEC)에 관한 학술 논문과 정책연구 보고서를 집필하였다.

정철  mail@k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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