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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어떻게 볼 것인가?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123호

아베 정권의 수출규제 조치를 보는 시각과 쟁점

7월 1일 아베 정권이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 3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전격 발표했고 7월 4일부터 실제적 규제조치에 들어갔다. 그리고 추가 조치로 일본 정부는 8월 2일 한국을 그들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것으로 전체적으로 1,100 품목을 넘는 일본의 전략물자가 한국에 수출될 때 수출 관리가 강화된다.

일본의 이런 수출 규제에 대해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최초 강제징용자 판결 문제 등으로 한국과의 신뢰관계가 깨졌기 때문에 수출규제 조치로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언급을 해 한국 주요 언론들뿐만이 아니라 일본 주요 언론들도 강제징용자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보복조치로 수출규제 조치를 규정했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성 장관도 7월초 자신의 twitter에 이번 조치가 사실상 경제보복조치임을 쓰고 남겼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의 언론들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를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으로 일제히 보도하자 세코 경제산업성 장관이 이번 조치가 경제 보복과 관련이 없고 한국에 대해 부여해 온 수출 혜택을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동일하게 폐지하는 것뿐이고, 그 이유는 일본으로부터 한국으로 수출된 전략물자 중 행방이 불투명한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런 일본 정부의 확인이 안 되는 주장을 일본 내 보수성향이 강한 데이리 신초와 같은 인터넷신문들이 계속 보도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런 인터넷신문들이 일본으로부터 한국으로 수출된 전략물자 중 불화수소는 우라늄농축과정에도 사용되므로 한국이 북한 핵개발을 돕고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보도를 내보냈다. 이에 한국정부는 과거 4년간의 수출품 관리 내역을 공개했다. 그 관리 리스트에는 156건의 불법수출사례가 보고되어 있으나 한국으로부터 북한으로 밀수출된 전략물자는 하나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어서 한국의 바른미래당 소속 하태경 의원이 일본 정부의 과거 수출관리 실태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으로부터 북한으로 밀수출된 전략물자나 군용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물자들의 존재를 공개해 일본이야말로 북한으로 전략물자를 밀수출해 온 나라라고 비판했다.

이에 일본 측 보수언론들은 다시 과거 4년간 한국으로부터 제3국으로 전략물자가 유출된 156건을 거론하면서 북한으로 직접 가지 않더라도 북한의 우방국으로 밀수출된 사례가 있으므로 최종 행선지가 북한일 수 있다는 추측 보도에 열을 올려 일본 정부의 입장을 옹호했다. 한국 측은 일본으로부터 한국으로 수출된 전략물자가 최종적으로 북한으로 갔다는 증거를 제출하라고 일본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일본 측은 한국 측이 과거 3년간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 협의에 응하지 않아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수출 규제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다시 말을 바꾸었다.

그후 일본 정부는 다시 말을 바꿔서 현재(2019.8.3.)까지 나온 최종적인 일본 측 주장은 한국의 수출 관리가 미흡하기 때문에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는 것으로 변화되었다. 이런 주장들이 한일 양국의 언론에 나온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수출규제 관련 보도 내용들이다.

쟁점은 첫째,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판결 확정에 대한 경제 보복에 해당되는가 라는 점이고 둘째, 일본이 주장하는 안보상의 이유가 사실인가, 셋째, 한국의 수출 관리의 미흡이란 주장이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이유가 되는가 등이다. 넷째로 일본이 수출 관련 혜택을 철회하는 권리는 일본 측에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게 맞는가 라는 점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일본 측은 수출 관리로 말을 바꿨음)가 경제보복으로 간주될 경우 WTO에서 한국이 유리한 입장이 될 것이고 일본 측이 주장하는 안보상의 이유가 인정될 경우 한국이 이 문제를 WTO에 제소해도 일본이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WTO의 심리는 1심과 2심을 모두 끝낼 때까지 3~4년 걸릴 수 있어 그 기간에 한국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이 우려된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의 기원과 정치적 배경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의 발단으로 알려진 직접적 요인은 2018년 10월 확정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승소 판결이다. 한국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일본제철에 강제징용된 원고들 5명에 대해 승소판결을 확정했고 해당기업(현, 신일본제철)에 위자료 명목의 배상금 1억 원씩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일본정부가 반발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문제를 다시 꺼낸 한국 측을 비난하면서 결국 지난 7월 1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로 들어갔고 8월 2일의 각료회의 결정으로 한국을 그들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했다.

그렇다면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의 도화선이 된 강제징용자 판결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1965년 한일간에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서는 경제협력 명목으로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무상으로 3억 달러, 유상으로 2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최종적으로 합의했다. 그리고 한일청구권협정에는 “양 체결국은 (중략) 양 체결국 및 그 국민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중략)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음을 확인한다”라고 기재되었다. 그러므로 일본은 “국가 대 국가뿐만이 아니라 국민의 청구권도 65년 청구권협정으로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1991년 일본 정부는 일본 국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답을 다음과 같이 내놓았다. “국민의 청구권이 해결되었다는 뜻은 국가로서 갖고 있는 외교보호권을 포기했음을 확인한 것이고 소위 개인의 재산・청구권 자체를 국내법적인 뜻으로 소멸시킨 것이 아니다.” 이렇게 1991년 일본 국회에서 야나이 슌지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이 8월에 한번 12월에 두 번, 합해서 세 번에 걸쳐서 이와 같이 답변했다. 그후에도 야나이 슌지 국장은 일본 국회에서 “한일청구권협정에 배상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여러 번 확인한 바 있다. 현재 일본 외상인 고노 타로도 지난해 11월 일본 국회에서 한국 대법원의 판결 결과를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개인청구권이 남아 있다”고 스스로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그후 고노 타로 외상과 일본 정부는 말을 바꿔서 “한국은 65년의 국가 대 국가의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하기 시작해 개인청구권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한국인의 청구권에 대해서는 1961년 한일간 일반청구권소위원회가 설치되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때 한국 측은 강제징용자에 대한 미수금, 미불금 지급과 동시에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을 일본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노동자 명단 등 자료가 없으니 미수금이나 미불금 등의 액수나 지급할 대상자를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한일 국교가 없었으므로 한국 측이 일본 내 강제징용 관련 문서들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 자료제출을 요청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무성의한 태도로 자료 제출에 거의 응하지 않았다. 결국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일본은 배상을 인정하지 않은 채 보상금 지급이라는 선에서 이 문제를 종료시켰다. 게다가 보상금도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충분히 지급된 것이 아니었다. 이런 경위에 대해 일본 법원도 보상 문제는 조약상 끝났다 하더라도 배상문제는 끝나지 않았다고 인정해 온 사실이 있다.

1991년의 야나이 슌지 조약국장의 말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이 시작되었다. 1965년 한일협정을 맺었을 때 부족했던 자료도 일본 내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지방 법무국 등에는 일본 기업들이 맡겨놓은 자료가 다수 남아 있었던 것이다.

90년대의 일본에서의 재판사례를 보면 2000년 7월 전범기업으로 알려진 후지코시에 대해 여자근로정신대였던 한국인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재판에서 일본 대법원인 최고재판소는 판결을 내리지 않았지만 양자를 화해시켜 재판을 종결시켰다. 결국 이 재판은 한국인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을 인정한 재판이 되었다.

현재 일본 아베 정권이 과거 일본 법원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을 인정해왔다는 사실을 무시하여 강압적인 태도로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에 나선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수출규제에 관한 일본 내 목소리

아베 정권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보는 일본 내 반응을 짚어보도록 한다. 일본의 메이저 언론들의 반응은 대부분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수언론인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자제 운동이 장기화되어 가는 현상을 “심상치 않다”고 보도해 경계심을 나타냈다. 다른 일본의 메이저 언론도 비슷하게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 정치권의 반응을 보면 여당 자민당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적극 찬성이고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구성하는 공명당도 자민당과 거의 같은 입장이다. 일본의 야당 측을 보면 입헌민주당, 사민당, 공산당 등은 모두 수출규제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야당이라고 해도 중도보수인 국민민주당과 보수성향이 강한 일본유신회는 아베 정권의 수출규제조치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산업계는 이번 수출규제조치로 일본기업들이 입게 될 피해를 우려해 일본 정부의 조치에 신중을 요구하거나 반대하고 있다. 일본의 각종 경제단체들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조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아베 정권은 7월 1일부터 24일까지 수출규제조치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e-mail 등으로 접수했는데 3만 통 정도가 모아졌다고 보도되었고 일본 정부는 그들 중 70% 정도가 수출규제에 찬성 의견이었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산업계나 경제단체들은 다 반대의견을 보냈다. 그리고 이런 결과에 대해 아베 정권은 공청회를 열지도 않고 e-mail 등의 국민의 목소리만으로 8월 2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시켰다. 이런 수법은 상당히 포퓰리즘적인 수법이고 e-mail 등을 보낸 사람들이 마치 일본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일본국민들 중 50% 정도가 ‘지지 정당 없음’이고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이다. 나머지 50% 중 절반이 혐한적인 견해를 갖고 있고 나머지는 친한적인 사람들이다. 일본의 정치 무관심파는 여론조사에도 대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혐한적 일본사람들은 많다고 할 수 없다.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중단 움직임으로 벌써 일본의 한국 진출 기업들과 일본의 관광지들에 피해를 주기 시작해 일본의 지사들이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본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한국을 고객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이 많아 자신들의 존립 자체에 위기감을 느낀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관계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일본 측의 제1차, 2차 경제보복으로 한일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아베 정권은 한국이 북한과 하나가 되어 중국 편이 될 것이라는 가짜뉴스를 많이 만들어 안보상의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최종목표인 개헌을 통해 전쟁할 수 있는 일본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한미일 공조에서 한국을 빼고 미일 만으로 아시아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위대를 정식일본군으로 개편하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논법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커지는 한국의 성장을 막지 않으면 앞으로 한국이 일본을 압박하는 강국이 된다고 경계한다. 강제징용자 판결의 배상문제가 확정해 나갈 경우 북일 수교 때 북한도 일본에 보상이 아니라 배상을 요구해 올 것이니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허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베 정권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이런 일본 정권의 성격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한일관계는 당분간 악화일로로 갈 우려가 있다. 한국 측은 일본 측의 보복조치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90일간의 심리기간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게 수출 당사자인 일본기업들과 면밀한 협의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저자 소개

호사카 유지는 도쿄대학 공학부를 졸업하였고,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세종대학교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이자 독도종합연구소 소장으로, 단국대학교 일본연구소 편집위원, 동아시아일본학회 이사 또한 역임하고 있다. 또한 외교부 독도정책위원회 자문위원(2012.9~2018.8)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일본의 위안부문제 증거자료집1』(2018), 『독도, 1500년의 역사』(2016), 『대한민국 독도교과서』(2012), 『조선선비와 일본 사무라이』(2007) 등이 있다.

 

호사카 유지  hosaka@sejo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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